올림픽과 코로나 확진자 사태로 1달여의 휴식기가 생긴 프로야구는 뜻하지 않게 모든 팀들에게 여름 캠프를 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KBO가 큰 의지를 보였던 올스타전도 2년 연속 개최가 무산됐다. 이제는 온전히 각 팀들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부상 선수들의 회복도 기대할 수 있고 부족했던 부분도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사 사태와 관련한 팀들은 선수단의 자가 격리 기간 등이 겹치면서 원활한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도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어느 때보다 사늘해진 프로야구에 대한 시선이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도 리그는 재개되고 하고 팀들은 이에 맞춰 후반기를 시작해야 한다. 당연히 전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자체 전력 보강이 어렵다면 외부로부터의 수혈, 트레이드 등의 방법도 고려할 수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7월까지지가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지만, 트레이드 관련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시즌 중 몇 건의 트레이드가 있었지만, 트레이드가 한층 더 활발해져야 할 시기 트레이드 논의가 더 희박해지는 느낌이다.
트레이드에 보수적인 리그 상황도 있지만,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잠재적 경쟁팀들의 전력을 보강하는 카드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하위권 팀 중 롯데와 KIA가 약진하면서 트레이드의 가능성이 더 줄어들었다. 여기에 확진자 사태로 트레이드 대상 선수들의 혹시 모를 연루 의혹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확진자 사태가 발생한 구단들의 내부 단속이 시급하다. 트레이드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이대로 트레이드의 문이 닫히는 순간 롯데와 NC과 문을 열었다. 롯데는 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NC의 좌완 불펜 투수 강윤구를 영입했다. 롯데는 팀에 절실하게 필요한 자원을 얻었고 미래의 한 부분을 내줬다.
롯데의 선택은 주목할만하다. 롯데는 8위에 머물고 있지만, 감독 교체 이후 팀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6월과 7월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팀 타율 1위에 빛나는 불꽃 타선이 큰 원동력이었다. 가용 선수 자원도 크게 늘었고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도 줄었다. 서튼 감독 체제에서 엔트리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하는 토털 야구가 자리를 잡았다. 흔들리는 선발 마운드도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는 순위 판도를 흔들 수 있는 팀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불펜진의 불안은 해결하지 못했다. 롯데는 팀 방어율이 5.63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그나마 선발 투수들이 점점 나아지면서 선발 투수진의 팀 방어율을 낮아졌지만, 불펜 방어율은 6.05로 압도적 최하위를 유지하고 있다. 주력 불펜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 과감히 2군에서 콜업했던 신예 투수들이 한계점을 노출하며 불안한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1실점하면 2득점하고 10실점 하면 11득점을 하는 공격 야구로 불펜 불안을 극복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타선이 항상 폭발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불펜은 전력의 큰 불안요소였다. 롯데가 6월 이후 상승 반전하면서 순위 경쟁을 이어가려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불펜 보강이 필요했다.
롯데는 불펜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타진했을 가능성이 컸지만, 수준급 좌완 투수의 영입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롯데는 다소 눈을 낮추고 해당 팀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카드를 준비했다. 롯데의 레이더망에 NC 강윤구가 들어왔다.
강윤구는 2019 시즌 67경기 마운드에 올라 3승 3패 15홀드 방어율 4.47을 기록하며 NC 불펜진에서 큰 역할을 했다. 2019 시즌 NC는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에도 양의지 영입 효과 등의 요인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강윤구는 그런 NC에 큰 보탬이 된 선수였다. 하지만 2020 시즌 강윤구는 부진한 성적으로 1군에서 점점 자리를 잃었고 2021 시즌 1군에서 단 1경기 등판 후 2군에 머물렀다. NC는 2군에서 종종 등판하며 예비 선발 자원으로 준비 중이었지만, 기회의 문이 넓어 보이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보험용 선수였다. 자칫 기억 속에서 잊힐 수도 있었다.
롯데가 그런 강윤구를 영입하면서 그의 존재감이 되살아났다. 강윤구는 2009 시즌 히어로즈의 1차 지명 신인으로 기대되는 유망주였다. 좌완에 150킬로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었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이 문제였지만,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강속구 좌완 유망주에 대한 기대를 히어로즈는 버리지 않았다. 팔꿈치 이상으로 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충실한 재활이 이루어지도록 배려했다.
이런 팀의 기대 속에 꾸준히 1군 등판의 기회를 쌓은 강윤구는 점점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다수의 주력 선수들을 트레이드했던 히어로즈는 그를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분류하고 보호했다. 강윤구는 히어로즈의 미래였고 제대로 성장했다면 지금도 히어로즈 1군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윤구는 제구 불안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고 기복이 심한 투구로 그의 입지를 단단히 하지 못했다. 히어로즈가 초기 혼란을 극복하고 강팀으로 도약하면서 강윤구의 성장을 위한 무안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어려웠다. 상무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히어로즈에서 그 입지가 크게 줄었다. 결국, 강윤구는 2017 시즌 트레이드로 히어로즈를 떠나 NC에 자리를 잡았다. NC에서 강윤구는 불펜 투수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의 가치는 매우 크고 강윤구는 그에 부합하는 투수였다.
이렇게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어가던 강윤구는 지난 시즌 깊은 부진에 빠졌고 1군 전력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지난 시즌 후반기 에이스 구창모의 장기간의 부상 등으로 기회로 주어질 수도 있었지만, 강윤구는 시즌이 후반기로 갈수록 기회가 줄었고 한국시리즈에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NC의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함께 할 수 없었다.
2021 시즌 강윤구는 1군에서 역할을 찾지 못했다. 긴 2군 생활 끝에 6월 26일 SSG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부진한 투구로 2이닝 4실점의 기록을 남기도 마운드를 물러났다. 이후 그의 1군 등판 기록은 없다. 그의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롯데는 그런 강윤구를 신인 지명권으로 영입했다.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권은 무시할 수 없는 순위지만, 롯데는 시즌 초반 신본기, 박시영 두 선수를 KT로 보내면서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다.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2장이 있는 롯데는 4라운드 지명권을 잃어도 타격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대신 롯데는 팀에 필요한 좌완 불펜 자원을 확보했다.
롯데는 수년간 좌완 불펜 투수에 대한 갈증이 컸다. 시즌 초반 군에서 제대한 김유영과 집중 육성하던 젊은 좌완 투수들을 엔트리에 포함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최근 신예 송재영과 박재민 등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긴박한 순간에서는 부족함이 컸다. 롯데는 특급 신인 좌완 김진욱을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하며 급한 불을 끄는 한 편 김진욱 또한 불펜에서 위력적인 투구를 하면서 시즌 초반의 부진을 씻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김진욱은 불펜 투수로서의 호투로 국가대표까지 선발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진욱 홀로 좌완 불펜의 짐을 떠맡는 건 무리가 있었다. 김진욱은 이제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고 관리가 필요하다. 언젠가는 선발 투수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롯데는 불펜진에서 일정 경험이 있고 구위까지 겸비한 좌완 투수가 필요했다. 강윤구는 그에 부합하는 유형이다. 롯데는 올 시즌 부진하지만, 그를 여름 캠프 기간 조정기를 거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강윤구는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고 일정한 실적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심기일전한다면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롯데는 최근 각종 첨단 장비를 도입하는 선수 육성과 관리에 있어 상당한 투자를 했고 시스템도 정비했다. 강윤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유망주 투수들 상당수가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2, 3년간 유망주들의 성장을 도울 투수로서 강윤구는 안성맞춤이기도 하다. 어느덧 유망주에서 프로 13년 차 베테랑이 된 강윤구로서도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고 동기 부여도 가능한 트레이드라 할 수 있다.
최근 리빌딩에 중점을 두며 트레이드에서도 그 기조를 분명히 했던 롯데는 강윤구 영입으로 기존의 구단 운영 기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가능성을 되찾은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할 수 있다. 마침 중위권에 자리한 NC와 키움은 소속 선수들의 심야 음주와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 등으로 주력 선수들이 중징계를 받았다.
NC는 주전급 야수인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의 잔여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 양의지, 알테어, 나성범의 중심 타선은 건재하지만 주전 4명이 한꺼번에 빠진 야수진의 무게감을 현저히 떨어진다. 올 시즌 NC는 불안한 마운드를 타선의 힘으로 대신하며 순위 경쟁을 이어왔다. 이런 상황은 전력에 큰 손실이다. 긴 재활을 통해 복귀를 모색하던 좌완 에이스 구창모마저 수술을 결정했다. NC는 심각한 전력 약화와 함께 땅에 떨어진 구단의 이미지 제고가 시급하다. 순위 경쟁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NC는 미래 자원 확보를 위한 트레이드에 응했다.
키움 역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안우진, 한현희가 중징계로 후반기 등판에 차질이 생겼다. KBO에서 36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지만, 악화된 여론을 고려하면 올 시즌 등판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비난 여론 속에 이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팀 내 확진자가 발생한 두산 역시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중단 결정을 주도했다는 점도 두산에서 큰 부담이다. 기준 부상 선수들의 복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지만, 주력 불펜 투수 박치국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되는 전력 손실이 발생했다. 두산 역시 후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이런 중위권 팀들의 어려움은 그들과 가까운 롯데와 KIA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남겼다. 여전히 큰 격차지만, 리그 중단 기간을 충실히 활용한다면 반전을 이룰 가능성은 충분하다. 두 팀은 코로나 확진자 사태에도 모범적인 대응을 했고 방역 수칙에 따라 즉시 엔트리를 조정하기도 했다. 리그 중단에 대한 따가운 여론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추격자라는 점은 부담이 덜 수 있는 여건이다.
이 상황에서 롯데는 이번 강윤구 트레이드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또 다른 트레이드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롯데가 다시 연 트레이드를 이번 한 번의 거래로 마무리할지 또 다른 거래로 이어갈지 주목된다. 또한, 이번 트레이의 성과가 시즌 중 롯데는 미소 짓게 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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