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을 두산의 급부상으로 더 치열해진 2021 프로야구 정규리그 중위권 경쟁의 와중에 키움이 큰 결정을 했다. 키움은 전반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숙소 무단이탈 및 심야 술자리 사건에 연루된 투수 한현희, 안우진의 징계 완료 후 팀 복귀를 발표했다.
한현희는 KBO 36경기 출전 정지에 구단의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 안우진은 KBO의 3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고 방역 단계가 격상된 시점에 이들의 일탈은 큰 이슈가 됐다. 마침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심야 술자리 파문에 이은 코로나 감염 사태가 터진 그 장소에 이들이 방문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비난의 강도가 커졌다. 이들은 심야에 원정 숙소를 벗어나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묶었던 호텔로 향했고 그곳에서 외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 시간이 길고 짧은 걸 떠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경기 후 시간은 선수들의 사생활이기는 하지만, 전 국민이 코로나 방역을 위해 어려 불편함을 참으며 생활을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야 여러 사람들과의 사적인 만남은 방역 수칙을 위반한 행동이기도 했다. 또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자신의 기량을 팬들과 미디어에 노출하고 그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 존재다. 대중적인 관심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부와 명예의 원천이다. 그만큼 말과 행동에 주의가 필요하고 공인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할 수 있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팀에서 주축 선수고 이을 바탕으로 큰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위치다. 한현희는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상황이었다. 그가 대표팀에서 활약을 했다면 올 시즌 후 무난히 FA 자격을 얻고 대형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한 번의 잘못으로 한현희는 일생일대의 큰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한현희는 대표팀에서 자진 하차했고 올 시즌 후 FA 자격도 경기 출전 수 부족으로 가물가물해지는 상황에 몰렸다. 안우진은 프로 입단 당시 과거 학창 시절 학교폭력과 관련해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런 전력은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했다. 여전히 안우진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만큼 더 모범적이고 성실한 선수 생활을 해야 하는 위치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았다.
이들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가뜩이나 구단의 이런저런 구설수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던 키움 구단으로서도 이들을 옹호할 수 없었다. 이들에 대한 잔여 경기 출전 금지 천명도 악화된 여론을 고려할 일이었다. 이렇게 시즌 아웃이 기정사실화됐던 한현희와 안우진의 시즌 중 복귀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당연히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당연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의 복귀 결정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징계 후에도 잔여 시즌 이들을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발언을 스스로 번복한 키움 홍원기 감독 역시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런 비난 여론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키움은 올 시즌 성적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비난은 잠깐일 수 있지만, 성적은 영원히 남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정했을지도 모른다. 키움은 전반기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간판타자 박병호의 확연한 노쇠화, 외국인 타자의 부진까지 겹치며 강타선의 이미지가 사라졌다. 하지만 단단한 마운드의 힘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유지했다. 올 시즌 후 주력 선수들이 FA 자격을 취득하는 상황에서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키움이기도 했다.
후반기 키움은 에이스 브리검마저 개인적인 문제로 스스로 팀을 떠나면서 후반기 선발 마운드가 붕괴된 채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키움은 그 어려움에도 선전했다. 앞서 언급한 올림픽에 출전한 투. 타의 핵심 선수인 이정후, 조상우가 그 후유증에 시달리며 전력에 곧바로 가세하지 못하는 악재도 겹쳤지만, 주전들을 대신한 선수들이 긷 이상의 활약하고 선수들의 집중력을 보이며 4,5위권을 유지했다. 전력 약화로 순위가 밀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는 일이었고 키움의 선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시점에 키움은 간판타자 이정후가 부상에서 돌아와 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고 있고 마무리 투수에서 전천후 불펜 투수로 전환한 불펜 에이스 조상우도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마무리 김태훈을 중심으로 한 불펜진도 선전하고 있다. 교체 외국인 타자 크레익도 기대 이상이다. 서건창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하며 LG에서 영입한 선발 투수 정찬헌도 선발 로테이션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워주고 있다. 4, 5 선발 투수 자리를 채우고 있는 김선기, 김동혁 등도 예상 이상으로 잘 버텨주고 있다.
기대 이상의 선전에 전력의 플러스 요소가 더해지면서 키움의 절망적인 상황은 희망적인 전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위권 경쟁팀 NC는 채울 수 없는 전력의 공백이 있고 SSG는 허약한 마운드가 시즌 후반기로 가면서 그들의 확실한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중위권 경재의 다크호스였던 롯데도 그 페이스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가을바람이 불면서 강팀의 위용의 되찾고 있는 두산과 함께 키움은 가장 강력한 4, 5위권 후보다. 마침 3위 LG가 내림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은 부상과 외국이 투수 몽고메리의 일탈 변수로 전력에 균열이 발생했다.
키움이 지금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승수를 쌓는다면 더 큰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시즌 막바지까지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한현희, 안우진의 가세가 큰 상승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정적 여론이 부담이지만, 키움은 그 부담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한현희, 안우진의 경기력이다. 성적은 두 선수는 동기부여 요인은 충분하다. 자신에 대한 불명예를 극복하는 건 야구를 잘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장기간의 경기 공백은 부담이다. 이들이 전력에 가세할 시점은 순위 경쟁의 막바지로 매 경기 살얼음 승부가 이어질 수 있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커진다. 긴 휴식으로 힘은 충분하지만, 긴 경기 공백을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를 잘 극복하고 가지고 있는 기량을 보여준다면 키움 전력에는 큰 보탬이 된다. 부족한 선발 로테이션을 채울 수 있고 불펜진에 합류하기만 해도 그들의 커리어와 기량은 마운드의 높이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키움은 분명 큰 결정을 했다. 키움은 성적을 위해 가용 자원을 모두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결정의 책임은 모두 구단의 몫이다. 홍원기 감독에게 그 부담을 모두 지우는 건 부당하다. 키움은 이미 프런트가 구단 운영과 경기 운영의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감독 교체는 단적이 예다. 이번 한현희, 안우진의 복귀 결정도 구단 수뇌부가 그 주체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결정이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과감한 결정이 되겠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일이 될 수 있다. 올 시즌만큼은 잊히는 존재였던 한현희와 안우진을 다시 소환한 키움과 이들을 둘러싼 여전한 논란의 끝은 과연 무엇일지 그 결과가 궁금해지는 후반기 키움이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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