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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 군에 포함됐던 KIA 타이거즈의 시즌 후반이 초라하기만 하다. 전반기 하위권에서 후반기 반전을 기대했던 KIA는 오히려 더 뒷걸음질 치면서 순위를 9위에서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들 앞에 있는 8위 롯데가 후반기 높은 승률로 중위권 경쟁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지만, KIA는 8위 롯데와의 승차마저 5경기 이상이 나면서 순위 경쟁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40경기 정도가 남은 시점에 사실상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경기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그들보다 아래에 있는 한화가 올 시즌 시작부터 리빌딩으로 방향을 잡았음을 고려하면 현재 KIA의 순위는 크게 실망스럽다 할 수 있다. 

올 시즌 KIA는 의욕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에이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따른 선발 마운드 공백이 있었지만, 특급 신인 이의리가 입단해 일정 부분 공백을 메웠다. 이의리는 빠르게 리그에 적응했고 시즌 개막 시점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고 꾸준히 선발 등판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 투수들이 해외로 진출한 상황에서 이의리는 새로운 좌완 선발 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리그에서의 활약을 그를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로 이끌었고 올림픽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이런 이의리와 함께 KIA는 지난 시즌 큰 활약을 했던 외국인 투수 브룩스와 재계약을 했고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한 이력이 있는 멩덴을 추가로 영입했다. 브룩스가 지난 시즌 후반기의 투구를 재현하고 멩덴이 경력에 걸맞은 투구를 해준다면 양현종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더해 KIA는 경험이 쌓인 임기영과 이민우 등으로 선발 5인 로테이션을 완성했다. 

또한, 지난 시즌 KIA가 잇따른 부상 악재와 에이스 브룩스의 안타까운 개인사에 따른 전력 이탈에서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했던 원동력이 된 불펜진도 건재했다. 마운드에 있어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채 시즌을 시작한 KIA였다. 

 



KIA는 마운드에 더해 수년간 그들을 고민하게 한 타선도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최형우, 나지완, 외국인 타자 터커의 클린업에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부상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김태진, 류지혁의 본격 가세로 짜임새를 갖출 수 있었다. 수년간 기회를 주며 성장을 도모했던 젊은 선수들의 기량 발전도 플러스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부임 2년 차가 되면서 선수단 장악력을 더 끌어올린 윌리엄스 감독의 리더십도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KIA의 이런 구상은 시즌 초반부터 흔들렸다. 우선 마운드에서 또 다른 국내 선발 투수 임기영이 분전했지만, 여타 선발 투수들이 부진했다. 기대했던 외국인 원투펀치는 모든 면에서 타 팀에 비해 떨어지는 투구를 했다. 흔들리는 선발 마운드에 불펜진도 지난 시즌의 강력함을 잃었다. 지난 시즌 최고의 불펜 투수 중 한 명이었던 박준표가 크게 흔들리며 전력에서 자주 이탈했고 마무리 투수로 기대했던 전상현도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와 함께 크고 작은 부상으로 불펜진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KIA는 입단 2년 차 정해영을 마무리 투수로 불펜진을 새롭게 구성했다. 기존 구상과 달라진 마운드는 팀에 큰 부담이 됐다.

타선도 달라지지 않았다. 중심 타자 최형우는 시즌 초반 건강 이슈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외국인 타자 터커는 깊은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심 타자 나지완도 다르지 않았다. 중심 타선이 붕괴된 상황에서 타선이 힘을 받을 수 없었다. 최원준이 공격에서 분전하고 트레이드 영입 선수 김태진이 주전 3루수 겸 중심 타자로 활약했지만, 공격 생산력을 만회할 수준은 아니었다. KIA의 부실한 타선은 흔들리는 마운드와 함께 KIA를 하위권 늪으로 빠뜨렸다.

반전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KIA는 전반기 막바지 투. 타의 짜임새를 되찾으며 연승을 달리는 등 상승세로 팀 분위기를 전환했다. 부진했던 에이스 브룩스가 본래 기량을 되찾았고 새롭게 정비된 불펜진도 팀 승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예상보다 이른 여름 브레이크가 KIA의 상승세를 가로막았다. 대신 KIA는 부상 중인 주력 투수들의 복귀와 부진한 중심 타자들이 충분한 조정기를 거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반기를 기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를 준비하는 시점에 에이스 브룩스가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나는 악재가 터져 나왔다. 후반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선발 로테이션에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도 시간이 부족했고 선발 로테이션의 큰 공백을 안고 후반기를 시작해야 했다. 여기에 기대했던 마무리 투수 전상현의 부상 회복이 더디면서 복귀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마운드 보강을 이룰 카드 하나가 사라졌다. 타선도 후반기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팀을 지탱하는 마운드가 다시 붕괴되고 타선도 함께 부진하면서 승리보다 패배를 쌓는 일이 많아졌다. 그 결과는 지금 KIA의 순위 9위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윌리엄스 감독의 리더십 마저 흔들리게 했다. 시즌 도중 코치진의 교체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뭐 하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KIA의 올 시즌이지만, 작은 위안이 있다. 불펜 투수 장현식의 재발견이다. 장현식은 지난 시즌 NC로부터 김태진과 함께 트레이드로 KIA에 영입됐다. KIA는 대신 마무리 투수 경력이 있는 불펜 투수 문경찬과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 박정수를 NC로 보냈다. NC는 필요한 마운드 보강을 했고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의 성과를 냈다. 장현식은 한때 NC의 최고 유망주 투수였고 마운드의 핵심으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성장이 정체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선발투수에서 불펜 투수로 잦은 보직 이동도 그에게 나쁜 영향을 줬다. 그렇게 NC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장현식은 KIA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장현식은 지난 시즌 불펜 투수로 부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 투수 경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에서 밀린 장현식은 불펜 투수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시즌 시작이었지만, 장현식은 불펜에서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역할 비중도 커졌다. 추격조에서 필승조가 됐고 마무리 투수 앞을 지키는 셋업맨이 됐다. 문제는 그가 좋은 투구를 거듭하면서 투구 이닝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시즌 초반 마운드 운영 기조가 흔들린 KIA는 장현식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장현식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했지만, 안팎에서 혹사 논란이 일어났다. 이를 모를 리 없는 KIA였지만, 팀 상황은 그를 관리하기 어려웠다. 이전에 부상 이력이 있는 장현식으로서는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현식은 꾸준함을 잃지 않았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5월 한 달 크게 흔들리는 장면이 자주 나타나기도 했지만,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마운드의 유동성이 큰 KIA에서 장현식은 마무리 정해영과 함께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로 자리했다. 장현식은 그의 장점인 150킬로에 이르는 강속구를 되찾았고 낙차 큰 커브가 효과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약점이었던 제구의 기복도 상당 부분 사라졌고 높은 탈삼진 비율로 구위를 과시하고 있다.

다소 높은 주자 출루 허용과 3.77의 방어율이 아쉽지만, 팀 사정상 잦은 등판을 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현식은 이미 59.2이닝으로 리그 불펜 투수 중 한화 김범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팀 사정상 멀티 이닝 투구가 종종 있었다. 이런 잦은 등판은 불펜 투수 평가의 중요한 척도인 홀드 개수가 늘어나게 했다.  9월 15일 현대 장현식은 21홀드로 이 부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장현식은 팀에서 유일한 타이틀 홀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팀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 그에게 안타까움이 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긴 부진을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홀드왕 타이틀 경쟁은 장현식에게 소중한 기회라 할 수 있다. 남은 시즌 팀 성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무리한 등판을 하지 않아도 될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도 장혁식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반대로 팀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패전을 더 많이 쌓아간다면 홀드 기회가 사라지는 반대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KIA로서는 장현식의 부활과 홀드왕 경쟁이 반갑지만, 이미 많은 투구 이닝을 소화한 그의 등판 일정을 조절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은 프로 입단 후 첫 타이틀에 도전하는 장현식의 마음을 복잡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장현식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잠재력을 다시 발견했다는 점이고 부상 우려 없이 풀 타임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현식은 아직 20대 선수고 발전할 여지도 충분하다. 전 소속팀 NC에서는 뭔가 해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KIA에서는 부진한 투구를 해도 계속 그를 믿고 마운드에 올리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았다. KIA로의 트레이드가 장현식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KIA 역시 NC에서 영입한 장현식과 김태진이 팀 주축 선수로 자리하면서 트레이드 효과를 얻고 있다. NC에서 영입한 불펜 투수 문경찬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1군과 2군을 오가고 있고 또 다른 투구 박정수가 FA 보상 선수로 두산으로 떠난 사실과 큰 대조를 보이는 일이다. 

물론, 장현식의 선전만으로 KIA의 올 시즌 부진을 덮이는 건 아니다. 올 시즌 KIA는 전력 곳곳에 문제점을 확인해야 했다. 내년 시즌 더 나아진 전력을 보여줄지도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는 건 분명 위안이 된다. 장현식이 올 시즌 보다 덜 발전할 수 있다면 팀 재건에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남은 시즌 장현식이 홀드왕 도전은 KIA에게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진 : KIA 타이거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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