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변화가 생길 것 같았던 프로야구 순위 경쟁의 큰 틀은 결국 변화하지 않았다. 특히, 많은 팀들이 혼전 양상을 보였던 5위 경쟁은 KIA가 그 자리를 지키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10월 잔여 경기 일정이 시작되는 시점에 KIA는 그들이 남긴 7경기 중 4승 3패의 성적만 거두면 하위팀들이 남은 경기를 전승하다 해도 자력으로 정규리그 5위를 확정했다. 4라는 숫자는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할 수 있는 매직넘버다.
만약 KIA가 3승 4패를 기록한다 해도 그들의 순위가 흔들리는 건 6위 NC가 잔여 경기 7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것 외에도 다른 방법이 없다. 7위권인 삼성과 롯데는 이 경우 전승을 해도 5위로 올라설 수 없다. KIA가 심각한 부진에 빠지지 않는다면 5위 경쟁의 변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
KIA는 9월 한 달 투. 타 조화가 깨지고 선수들의 부상과 팀 전체의 부진이 겹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6위 NC에 순위 역전을 허용할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NC와의 3연전을 2승 1패로 마무리하면서 큰 고비를 넘겼고 이후 경기 일정이 띄엄띄엄 이어지는 시점에 승수를 추구하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이제 순위 경쟁은 1위 SSG의 추격하는 LG의 꾸준함이 돋보이고 있는 우승 경쟁과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뀌는 키움과 KT의 3위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처음으로 시즌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도전하는 SSG는 9월 이후 다소 그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SSG가 깊은 부진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우승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LG는 SSG보다 3경기를 덜 치렀다. 상황을 변화시킬 변수가 남아있다. 또한, LG는 정규리그 2위를 확정했다.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LG는 1위 추격에 힘을 쏟는 다해도 부담이 덜하고 실패해도 플레이오프까지 준비할 시간이 있다.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정규리그 우승 경쟁이다.
이렇게 순위 경쟁의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팀들 이면에는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하는 팀들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일찌감치 최하위를 확정한 한화 이글스가 그들만의 리그를 하고 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이어 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던 두산은 포스트시즌 탈락과 함께 그들에게 너무 어색한 9위에 머물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리그의 강팀으로 왕조를 구축했던 두산이었지만, 계속되는 전력 약화를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들의 왕조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리고 또 한 팀 롯데 역시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롯데는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한다 해도 승률은 0.471에 불과하다. 롯데가 5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5위 KIA가 남은 7경기에서 1승 6패 이하의 결과가 나와야 하고 6위권인 NC와 삼성의 부진이 겹쳐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롯데는 올 시즌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었다. 롯데는 지난 2년간의 팀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친 성과가 올 시즌에는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꾸준히 경험치를 쌓았던 젊은 선수들의 투. 타 활약과 베테랑들이 조화를 이룬다면 지난 2년과는 다른 시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다. 여기에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며 리그 역사에 남을 족적을 남긴 중심 타자 이대호의 현역 마지막 시즌이기도 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후 은퇴를 일찌감치 선언했고 KBO는 그의 은퇴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대호는 리그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 타격 부분 7관왕, 어느 프로 리그에서도 볼 수 없었던 9경기 연속 홈런의 대기록 등을 달성하며 리그 역사를 새롭게 했다. 국가대표로서도 큰 활약을 했고 KBO를 거쳐 일본 리그, 미국 리그에서도 활약하며 리그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이런 이대호의 은퇴 시즌이라는 점은 롯데가 분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였다. 이대호는 틈만 나면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현역 선수로서 자신의 마지막 소망이라 밝혔다. 그가 롯데와 맺은 두 번째 FA 계약에서 이대호는 우승 옵션을 추가하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이대호를 중심으로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다면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롯데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하위권 팀으로 평가받았다. 마운드와 야수진 전반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고 여전히 높은 주전 의존도,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도 불투명했다. 롯데는 4월 한 달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그들에 대한 평가가 틀리다는 점을 입증하는 듯 보였지만, 5월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전력에 각종 불확실성이 현실이 됐고 외국인 선수들의 역할도 에이스로 활약한 반즈를 제외하면 전력에 큰 도움이 안 됐다. 한번 미끄러진 순위는 다시는 복구되지 않았다.
시즌 중간 외국인 선수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베테랑들의 분전과 새로운 선수들의 등장 등으로 활력을 되찾는 듯 보였지만, 투. 타의 조화가 지속력을 가지지 못하면서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될 듯하면서도 고비를 넘기는 못하는 장면이 반복됐고 경기 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반등의 가능성은 사라져갔다.
이렇게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2022 시즌 이대호는 그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이대호는 40살을 넘긴 나이에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타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9월까지 이대호는 0.337의 고타율에 22개의 홈런, 9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은 5할이 넘고 출루율은 4할에 근접한다. 득점권에서도 3할을 훌쩍 넘는 타율이다. 롯데에서 이대호를 능가하는 생산력을 보이는 타자는 없다.
이대호가 대단한 건 시즌 내내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 주력 타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 속에 엔트리를 들락날락하는 와중에서 이대호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은퇴 시즌이라 하지만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이대호 이상의 기록과 페이스를 유지하는 타자는 보기 드물다.
이대호는 자신의 은퇴 투어가 열리는 날, 더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은퇴 투어를 위한 행사가 열리는 경기에서 여러 복잡한 마음이 들 수 있음에도 이대호는 큰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대호가 활약하면서 롯데는 이대호의 은퇴 투어 행사가 열리는 경기에 높은 승률을 보였다. 이에 이대호의 은퇴를 미뤄야 한다는 패들의 농담 섞인 요청이 들리기도 한다.
이런 이대호의 활약에도 롯데는 이대호의 은퇴 무대를 정규리그 이상으로 더 연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은퇴 투어를 하는 이대호의 라스트 댄스는 10월 8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이에 대비해 성대한 은퇴식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의 첫 번째 영구 결번이었던 최동원의 11번에 이어 그의 등번호 10번의 영구 결번도 결정됐다. 이대호는 롯데 팬들에게 영원한 영웅으로 남아있는 최동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예정이다.
롯데 팬들에게는 이대호의 올 시즌 활약과 은퇴가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KBO 최초의 은퇴 투어 선수였던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레전드를 보유했음에도 그가 있는 동안 한국시리즈 진출을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과 그가 은퇴하는 시즌에서도 그를 대신할 선수가 없이 나 홀로 고군분투하는 이대호를 봐야 하는 점은 큰 아쉬움이다.
2022 시즌 이제 롯데에게 남은 건 이대호의 마지막 활약 뿐이다. 이대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롯데는 그를 외롭게 떠나보내서는 안 된다. 그의 활약이 외롭지 않도록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집중하고 그와 함께 더 많은 승리를 하는 것이 레전드에 대한 마지막 예우가 될 수 있다. 남은 정규 시즌 롯데가 온 힘을 다해 하는 이유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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