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승부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리즈 향방을 가를 수 있었던 4차전에서 키움이 다시 균형을 더해 6 : 3으로 승리했다. 만약 패했다면 시리즈 전전 1승 3패의 벼랑에 몰릴 수 있었던 키움은 2승 2패로 대등한 흐름을 만들었다.
SSG는 등판 일정을 조정하며 마운드에 오른 외국인 투수 모리만도를 앞세워 시리즈 3연승을 기대했지만, 모리만도가 초반 무너졌고 타선이 수차례 득점 기회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무엇보다 시리즈 분위기와 선발 투수 매치업 등에서 절대 우세한 경기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했다.
키움에는 힘든 4차전이었다. 당장 선발 투수가 없었다. 에이스 안우진은 손가락 물집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외국인 투수 요키시는 전날 선발 등판을 했다.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애플러 역시 2차전 선발 등판 후 휴식이 더 필요했다. 키움의 선발 투수 선택이 주목되는 경기였다. 키움은 좌완 이승호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사실상 궁여지책이었다. 이승호는 키움에서 선발 투수 역할을 하긴 했지만, 올 시즌은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선발 등판이 낯설 수 있었다. 또한, 팀이 패하면 안 되는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건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키움은 이승호가 선발 투수로서 경험이 있고 무엇보다 2019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는 점은 떠올렸다. 여기에 그동안 등판이 많지 않아 다은 키움 투수들보다 힘이 더 남아 있는 이승호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발 등판한 이승호였지만, 키움은 초반 경기 상황에 따라 그를 일찍 마운드에서 내릴 수 있는 경기였다. 선발 투수 이승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가끔 사용하는 불펜 투수를 선발 투수로 올려 짧게 활용하는 오프너 성격이 강했다.
경기 초반 이승호의 투구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승호는 투구 밸런스를 잡지 못했고 제구가 흔들렸다. 볼넷과 폭투 등으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여기에 빗맞은 안타로 실점하고 수비 실책이 더해지며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몰렸다. 이후 이승호는 안정을 되찾았다. 이승호는 4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키움으로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호투였다.
선발 마운드가 안정되자 키움의 반격이 이루어졌다. 키움은 4차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좌투수에 강점이 있고 SSG 선발 투수 모리만도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1차전에 연장전 결승 적시타를 날리기도 했던 전병우를 선발 1루수 겸 2번 타자로 기용했다. 최근 타격감이 크게 떨어진 중심 타자 김혜성을 과감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주로 1루수로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김태진을 선발 2루수 그리고 중심 타선인 5번 타자로 기용했다.
김태진이 주로 섰던 6번 타순은 포스트시즌에서 뛰어난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포수 이지영이 자리했다. 여기에 3차전에서 경기 후반 역전 허용의 빌미가 된 실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유격수 김휘집을 대신해 신준우가 주전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분위기 전환과 함께 상대 좌완 선발에 대한 대비, 선수들의 컨디션에 근거한 라인업 변화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전병우는 SSG 선발 투수 모리만도는 상대로 2안타를 때려내며 타선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했고 김태진은 5번 타선에서도 2안타 경기를 했다. 이지영은 결정적인 적시 안타로 역할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신준우는 득점과 연결되는 번트 안타와 함께 2안타 2타점 경기를 했다. 여기에 유격수로 안정된 수비를 하면서 팀 승리에 힘을 더했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강점을 보였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송성문이 3안타 2타점 경기를 하며 득점력을 배가했다.
이처럼 키움은 특정 선수가 아닌 여러 선수들이 활약하며 경기 분위기를 그들의 페이스로 만들었다. 키움은 3회 말 6개의 안타를 집중하며 5득점 했고 6 : 1 리드를 잡았다. SSG는 선발 투수 모리만도를 믿었지만, 모리만도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 템포 늦은 SSG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승패와 연결됐다.
이렇게 리드를 잡은 키움의 승리는 중반 이후 가동된 불펜진이 책임졌다. 키움은 5회부터 양현을 시작으로 이영준, 김선기, 김재웅, 최원태를 이어 던지게 하며 남은 5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타선이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부담이 될 수 있었고 누적된 투구로 지친 불펜진이었지만, 키움의 불펜 투수들은 온 힘을 다해 투구했다.
마무리 김재웅은 전날 많은 투구를 했음에도 7회 초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 추가 실점을 막았다. 구위가 떨어진 김재웅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게 된 최원태도 1.1이닝 무실점 투구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키운 불펜 투수들은 계속된 위기에 직면했지만, 위기에서 오히려 더 집중하며 실점을 막았다. 키움 불펜 투수들의 기세에 눌린 탓인지 SSG 타자들은 득점 기회를 거듭 놓치며 경기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SSG의 추격은 7회 초 2득점에서 멈추고 말았다.
이제 한국시리즈는 2승 2패에서 남은 3경기로 챔피언을 가리게 됐다. 원점으로 시리즈가 다시 돌아갔지만, 여전히 SSG가 유리한 상황이다. SSG는 5, 6, 7차전을 그들의 홈에서 치르게 된다. 열정적인 홈 관중의 응원과 함께 그들의 강점이 장타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장 환경이다. SSG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은 타자 친화형 구장이다. 이에 더해 쌀쌀해진 날씨에 야외 경기장에서의 경기는 체력 소모를 더하게 하고 이는 SSG에 유리할 수 있다.
또한, 선발 투수진 운영에서 SSG는 여유가 있다. 5차전과 6차전에서 정상 로테이션 대로 원투 펀치 김광현, 폰트가 선발 등판할 수 있다. 7차전 승부가 된다 해도 김광현을 불펜으로 활용할 여력이 있다. 4차전 다소 부진했지만, 타자들의 타격감도 홈구장에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키움은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강한 의지로 버티고 있지만, 한 경기 한 경기 부담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키움으로서는 5차전 선발 등판하는 안우진의 손가락 상태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안우진은 1차전 이후 물집 회복에 주력했다. 그 덕분에 떨어진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가지긴 했지만, 손가락 물집은 체력과 무관한 문제다. 힘은 충분하지만, 물집이 다시 재발한다면 많은 이닝 투구가 불가능하다. 키움은 지친 불펜 투수들을 위해 선발 투수가 가능한 오랜 이닝을 버텨야 한다. 안우진이 그런 키움의 바람대로 투구를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그렇다 해도 남은 3경기 승부는 키움 선수들에게는 피로한 몸을 강한 의지로 극복해야 하는 고행이 될 수 있다. 마음은 있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 될 수 있다. 하지만 키움 선수들은 쌓인 피로를 함께 나눠지며 버티고 있다. 3차전 완패로 분위기가 SSG로 넘어갔다는 예상과 달리 4차전을 승리하며 다시 팽팽한 흐름을 만들었다. 현재 키움은 특정한 누군가에 의존하는 팀이 아닌 엔트리에 있는 모든 선수가 하나가 되고 있다.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의 구분이 모호해질 정도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지만, 각 투수들이 이닝을 나눠 책임지며 잡아야 할 경기에서 힘을 내고 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이승호 선발 카드가 적중했다. 이승호는 앞으로 경기에서도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마무리 김재웅의 부담은 최원태가 덜어주고 있다. 에이스 안우진이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여타 투수들이 십시일반으로 그의 빈자를 메웠고 안우진은 5차전 선발 등판 예정이다.
타선은 정규 시즌 중 이정후에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포스트시즌과 한국시리즈는 이정후가 부진해도 많은 득점을 하고 있다. 김태진과 이지영은 꾸준한 활약으로 타선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좌투수 전문 타자인 임지열과 전병우도 필요할 때 한 방을 때려냈다. 불안한 유격수 자리는 김희집과 신준우와 나눠 뛰며 불안감을 지워가고 있다. 이 밖에 주전 백업할 것 없이 하나 된 키움의 한국시리즈다.
이제 3경기가 남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쓰러질 듯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그들의 포스트시즌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여전히 그들은 불리한 여건이지만, 반전의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이미 4번의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SSG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남은 3경기에 대한 부담은 SSG가 더 클 수 있다.
정규리그 1위 팀의 왕관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SSG 선수들의 더 무겁게 짓누를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패한 LG도 경기를 할수록 플레이가 더 위축됐고 키움의 기세에 밀려 허무하게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SSG도 그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키움의 버티고 또 버텼기에 가능한 일이다.
과연 키움이 버티기를 넘어 새로운 업셋 우승의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SSG가 정규리그 우승팀의 저력으로 키움의 꿈을 사라지게 할지 그 결과는 떠나 키움의 함께 하는 야구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사진 : KBO,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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