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롯데를 이끄는 또 다른 힘, 허슬 홍성흔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통해 롯데와 SK는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팽팽한 양팀의 대결은 5차전의 끝장 승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1승을 주고 받은 두 팀은 인천에서 시리즈의 운명을 가를 일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모든 전력이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양팀은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시즌에 4년 연속 진출한 롯데는 타선에서 SK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시즌 중 롯데는 SK보다 월들한 팀 타격 성적을 올렸습니다. 상하위 타선 모두 롯데의 우위였습니다. 하지만 시리즈 시작과 동시에 SK도 만만치 않은 타격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1차전은 롯데보다 더 강력한 타격능력 보였습니다. 오히려 SK가 장타력을 앞세워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상승세의 SK였지만 2차전은 타선이 끝까지 침묵했습니다. 전반적인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롯데는 중반 이후 타선의 힘에서 SK를 앞도하면서 반격을 1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준우, 강민호의 홈런은 롯데의 승리를 가져오는 결정타였습니다. 롯데의 빅볼이 제대로 발휘된 경기였고 시리즈의 분위기를 대등하게 만들었습니다.

타선의 폭발 여부로 희비가 엇갈리는 시리즈에서 주목받는 선수들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한 선수들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승리에 직결되는 역할을 하는 선수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2차전 승리를 한 롯데의 중심에는 홈런을 기록한 전준우, 강민호, 그리고 선발투수로 호투를 한 송승준이 있었습니다.

이런 선수들에 비해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승리의 디딤돌을 놓아준 선수가 있습니다. 홍성흔이 바로 그 선수입니다. 홍성흔은 이번 시리즈 들어 한층 높아진 집중력의 고타율의 방망이를 과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도루 성공으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땅볼을 치고도 전력질주 하는 그의 모습은 여타 선수들의 투지를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팀의 주장으로 벤치의 또 다른 중심으로 선수단을 이끌던 홍성흔이었고 롯데의 2위 등극에 여러모로 공헌이 많았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홍성흔은 몸을 사리지 않은 허슬 플레이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4번 이대호가 계속된 부진으로 공격에 어려움이 예상되었지만 홍성흔의 분전은 중심 타선의 약화를 막고 그 뒤를 받치는 강민호, 황재균의 활약을 이끌고 있습니다.

홍성흔은 1,2차전을 통해 중심 타자로서의 장타나 타점을 기록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1차전 3안타로 공격의 흐름을 이어주었고 2차전에서는 안타와 출루와 과감한 도루로 강민호의 적시타를 이끌었습니다. 홍성흔의 도루와 강민호 적시타가 합작한 3점째 득점은 롯데가 2차전을 잡는데 결정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플레이오프를 압두고 홍성흔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습니다. 홍성흔은 라인업에 들어있는 롯데 선수들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에게 베테랑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큰 경기에서 베테랑이 빛났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난해 보다 크게 떨어진 성적에 따른 우려도 공존했습니다.

올 시즌 홍성흔은 이렇다할 부상이 없었지만 홈런과 타점에서 그 기록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물론 여러가지로 팀 기여도가 높은 그였지만 찬스에서의 결정력이 떨어지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예년과 달리 확율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병살타에 1,2위를 다투는 기록은 그의 자신감마저 떨어뜨렸습니다. 잘해야겠다는 의욕은 타격에 힘이 들어가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즌 막판 타율을 다시 3할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지난해 성적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성적이었습니다. 이런 홍성흔은 지난 포스트 시즌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인 아픈 기억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는 2경기를 먼저 이기고도 타선의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면서 내리 3경기를 내주는 쓰라린 경험을 했습니다. 홍성흔의 부진은 팀 타선 부진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여러저런이유를 들어 홍성흔의 활약에 불안한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대호에 대한 집중견제가 예상되는 가운데 홍성흔의 타격이 롯데 타선의 중요한 변수로 지목되었습니다. 예상대로 SK는 이대호를 집중 마크했고 이대호는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뜨거운 방망이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에게서 공격의 맥이 끊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홍성흔 마저 부진했다면 야심차게 준비한 김주찬, 손아섭, 전준우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의 뜨거운 활약이 묻힐 수 있었습니다. 홍성흔은 자신이 주연이 되기보다 조연이 되기를 선택했습니다. 큰 타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맞히는데 주력하는 타격을 했습니다. 한 타석 한 타석 더욱더 집중했습니다. 1루에서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기본이었고 2차례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SK 배터리를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홍성흔은 빛나지 않았지만 영양가 높은 활약으로 롯데의 한국시리즈로 가는 행보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벤치에서 큰 제스처로 선수들의 선전을 독려하는 하는 것도 여전했습니다. 홍성흔은 이번 시리즈에서 지난해 악몽을 떨쳐냈습니다. 마음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성적과 허슬 플레이이가 결합되면서 몸과 마음으로 베테랑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접전이 이이질수록 베타랑의 역할 비중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경기에 대한 부담이 커질수록 경험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베테랑이 좋은 성적까지 함께 한다면 팀 사기는 더 높아질 것입니니다. 1,2차전을 통해 홍성흔은 팀의 리더 역할을 확실히 해주었습니다. 또한 그가 5번 타순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롯데 타선은 좋은 분위기를 계속 유지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허슬 성흔으로 거듭난 홍성흔이 남은 플레이오프에서 어떠한 허슬 플레이로 팀을 이끌지 그의 남은 활약이 기대됩니다.


김포총각/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