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투수 운영이 빛났던 한 판이었습니다. 롯데는 에이스 장원준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실점을 막았고 승리로 가는 길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롯데의 선발 부첵은 1차전에서 통한의 결승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좋은 구위를 선보였습니다. 그 흐름은 4차전에도 이어졌고 경기 초반 대등한 투수전을 이끌어 주었습니다.
비록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났지만 부첵의 초반 무실점 투구는 팀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롯데 타선은 3차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응집력 부족으로 잔루를 양산했습니다. 무실점 행진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타선의 부진속에 벼랑끝에 몰린 상황이 부첵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습니다. 부첵은 흔들리지 않았고 냉정했습니다. 그의 3.1 이닝 무실점 투구는 롯데 승리의 밑거름이었습니다.
투수진이 선전하고 있었지만 롯데는 선취점이 절실했습니다. 떨어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했고 SK 승리 불펜조의 투입을 막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타선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SK 선발 윤희상의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만만친 않은 호투를 이어갔습니다. 승리에 대한 부담이 큰 롯데 타선은 윤희상의 거침없는 투구에 고전했습니다.
윤희상은 과감한 직구승부와 함께 포크볼을 중심으로 한 변화구를 적절히 섞으면서 롯데 타선을 철저히 막았습니다. 함께 가는 0의 행진이어었지만 전 날에 이어 무득점 경기가 이어지는 롯데의 초조함이 더했습니다. 롯데 타자들은 이전과 달리 신중한 배팅으로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습니다. 3회 2사 만루, 4회 1사 2루의 찬스를 놓친 롯데는 더 큰 불안감 속에 경기에 임해야 했습니다.
롯데의 분위기를 전환시킨것은 과감한 투수 교체와 베테랑의 노련미였습니다. 롯데 벤치는 잘 던지던 부첵이 4회말 1사후 볼넷을 내주자 주저없이 장원준으로 교체했습니다. 구위나 제구가 살아이었던 부첵이었지만 침체된 타선을 감안한 결정이었습니다. 한 점의 실점도 하면 안된다는 각오가 결단을 이끌었습니다.
하루를 덜 쉰 등판이었지만 장원준은 1차전 보다 안정된 투구로 마운드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에이스의 구원 투입은 선수들 전체가 다시 한번 집중하고 의지를 강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운드가 든든하게 자리하는 것과 동시에 롯데는 공격의 실마리를 찾았고 고대하던 선취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5회초 롯데는 베테랑 조성환의 재치있는 기습번트로 다시 한번 득점 기회를 잡았습니다. 보내기 번트로 선취 득점에 강한 의욕을 보인 롯데는 김주찬의 안타가 나오면서 그 바램을 이루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조성환의 지나친 의욕이 홈 주루사로 이어지면서 잠시 주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롯데를 구한 것은 손아섭의 끈질긴 승부였습니다. 손아섭은 2사 2루에서 윤희상의 제구가 잘 된 변화그를 가볍게 밀었고 천금의 적시타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테서 지나친 초구 사랑이 거듭 실패하면서 큰 비난을 받았던 손아섭이었습니다. 적극적인 타격은 좋았지만 대부분 볼에 손이 나갔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4차전에서 손아섭의 평소보다 신중한 선구안을 보였고 5회초 팀의 무득점 행진을 끊은 적시타로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롯데의 선취 득점은 장원준의 호투와 함께 그 비중이 점점 커졌습니다. 하지만 1점의 리드는 불안한 것이었습니다. 빠른 이닝내에 추가점이 필요했습니다. 이 고민은 긴 기다림에 보답한 이대호의 홈런이 해결해 주었습니다.
SK는 6회부터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한 윤희상을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습니다. 한 점도 더 실점하지 않으려는 발빠른 불펜 운영이었습니다. SK 이번 시리즈에서 큰 재미를 보고 있는 이영욱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들었습니다. 왼손 타자가 부족한 롯데의 약점을 또 한번 파고드는 사이드암 선수의 기용이었습니다.
SK의 의도는 이대호의 한 방으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대호는 이영욱의 밋밋한 변화구를 힘차게 잡아당겼고 좌측 담장을 넘겼습니다. 1차전 1타점 적시타 이후 침묵하던 이대호의 방망이가 정말 필요한 순간 폭발한 것입니다. 계속된 부진에도 그를 믿고 있었던 벤치와 팬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습니다.
이후 롯데는 추가 득점의 찬스가 수 차례 있었지만 SK 그 때마다 적절한 투수 기용으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승리 불펜조가 가동되지 않은 SK였지만 SK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2득점 하긴 했지만 찬스에서 롯데 타선의 응집력은 여전히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어제와 반대로 롯데는 불안한 리드, SK는 안타까운 추격전을 전개해야 했습니다.
타선의 부진은 지속되었지만 롯데의 투수진과 수비는 여전히 안정적이었습니다. 특히, 중간에 나온 장원준은 4이닝 무실점 투구로 에이스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휴식일이 부족했고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나왔지만 한 타자, 한 타자 혼신을 다한 투수를 보여주었습니다. SK 타선은 장원준의 꽉찬 제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2 : 0 의 리드가 점점 굳어졌습니다.
SK는 테이블 세터진 정근우, 박재상이 철저하게 묶였고 중심 타선에 기용된 안치용이 연신 헛 방망이를 돌리면서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기동력의 야구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강민호의 강한 어깨에 걸리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롯데의 내야진은 황재균을 중심으로 한 확실한 수비로 SK 공격의 맥을 끊었습니다. 같은 투수전이었지만 선취점을 얻은 롯데에게 유리한 흐름이었습니다.
롯데는 마무리 김사율까지 무리없이 마운드를 운영했습니다. 이렇다할 위기없이 순탄한 이닝이 이어졌습니다. 2점차의 다소 불안한 리드였지만 승리가 무난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9회말 SK 공격에서 한번의 소용돌이이 일어났습니다.
롯데의 마무리 김사율은 9회말 두 타자를 가볍게 잡아내면서 쉽게 경기를 마무리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SK 저력은 쉬운 패배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박재상의 2루타가 나온 이후 김사율은 장타에 대한 부담 탓에 제구가 잠시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최정의 볼넷, 2사였지만 두 명의 주자를 놓고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은 부담스러운 상대였습니다.
큰 위기였습니다. 한 방이면 경기를 그르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위기에서 김사율은 더 강한 정신력을 발휘했습니다. 주무기인 다양한 변화구보다 힘있는 직구로 박정권을 윽박질렀습니다. 예상을 깬 볼 배합에 박정권은 타이밍을 잘 잡지 못했습니다. 결국 김사율의 낙차큰 커브가 통하면서 롯데의 4차전 승리는 완성되었습니다. 롯데의 마무리 김사율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고 소중한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롯데는 부담이 큰 승부를 이겨내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장원준은 다소 무리한 등판이었지만 에이스다운 호투로 팀 분위기를 이끌어 주었고 개인적으로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선발 부첵 역시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었습니다. 승리 불펜조 임경완, 김사율도 믿음에 보답하는 투구를 했습니다. 부담감이 큰 경기였지만 선수들 모두가 힘을 모아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단기전에서 타격은 믿을게 못된다는 속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긴 했지만 중심 타자 이대호의 부활포는 팀의 승리와 함께 남은 경기에서의 희망을 더 살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롯데 타선은 찬스에서의 클러치 능력에서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대가 살아나면서 팀 타선이 다시 활력을 찾았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였습니다.
이제 롯데와 SK는 마지막 승부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양팀의 5차전은 모든것을 쏟아붓는 승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다리는 삼성에게는 즐거운 소식이지만 내일이 없는 양팀에게는 무한 소모전을 해서라도 잡아야 하는 경기입니다. 롯데는 에이스 장원준을 활용하기 어려워졌지만 2차전 호투의 주인공 송승준을 선발 카드로 쓸 여력이 있습니다.
물론 하루를 당긴 등판이 체력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송승준이 2차전의 투구를 초반에 재현해 준다면 롯데가 경기흐름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선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SK 선발로 예상되는 김광현은 완벽한 컨디션이 아닙니다. 롯데는 1차전에서 김광현의 공략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발투수 대결의 우위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승부의 향방을 속단할 수 없습니다. 총력전으로 나서는 경기에서 어떤 상황이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극도로 긴장된 승부에서 그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이 무모할지도 모릅니다. 중요한건 롯데가 4차전을 잡으면서 더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비에서 무너지지 않는 끈끈함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5차전을 홈에서 치른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과연 롯데가 치열한 벼랑끝 승부에서 저력의 SK를 넘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근 20년의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루어 낼지 SK의 관록에 또 한번 가을의 좌절을 맛 볼지 대구로 가는 티켓의 주인공은 단 한경기로 결정되게 되었습니다.
김포총각/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스포츠 > 롯데자이언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PO 롯데, 가을비가 준 선물 가질 수 있을까? (5) | 2011.10.23 |
|---|---|
| PO 5차전, 결국 버티기 싸움이다. (4) | 2011.10.22 |
| PO 3차전, 롯데 꽉 막힌 타선에 승리로 가는 길을 잃다. (11) | 2011.10.20 |
| PO 롯데를 이끄는 또 다른 힘, 허슬 홍성흔 (10) | 2011.10.19 |
| PO 2차전, 롯데 막힌 속 뚫어준 전준우의 홈런 (10) | 2011.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