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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가을과 겨울로 이어지는 비 시즌 기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농사를 짓는 농부는 아니지만 한 해 동안의 성적과 팀 공헌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산정하는 연봉협상을 하게 되고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성과를 올린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적이 좋지 못하거나 부상에 시달리면서 팀에 기여하지 못한 선수들은 바늘 방석에 앉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나이와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경우 알게모르게 무언의 압력을 받게됩니다.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준다는 명분으로 은퇴를 종용받기도 합니다. 최근 베테랑 선수들 보다 젊은 선수들을 선호하는 경향도 이러한 현상을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롯데 손민한 선수 역시 오랜 부상재활에도 불구하고 선수생활의 기로선 상태입니다. 구단은 2년이 넘은 재활에도 상태가 호전되는 않는 손민한을 전력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롯데의 암흑기, 홀로 팀을 이끌던 비운의 에이스 손민한이었습니다. 팀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정도로 강해졌지만 그는 팀과의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구단의 결정을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미 30대 중반을 훨씬 넘긴 손민한의 나이를 감안하면 부상 재활의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부상부위가 어깨라는 것보 부활을 가능성을 더 희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같은 부위의 부상이 재발하는 노장 투수에서 더 시간을 준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사이 롯데 마운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손민한의 부활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아닙니다.






이미 기존에 맺었던 FA 계약이 종료된 상황, 고액의 연봉을 받지만 활용할 수 없는 선수보다는 또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팀 전력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FA 계약이후 팀 기여도가 미미한 점을 감안하면 손민한으로서도 구단의 결정에 반발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의 영광만을 되세기기엔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 활약이 너무 미미했습니다.

구단은 손민한에게 지도자로서의 새출발을 제안했습니다. 팀 에이스에 대한 예우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손민한은 선수생활 지속을 고집했습니다. 롯데는 손민한을 자유계약으로 공시했습니다. 사실상의 방출입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롯데 마운드에 중심에 섰던 손민한이지만 이제 다른 팀의 부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의 가을이 더 쓸쓸해진 것입니다.

손민한은 부상이후에도 팀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2009년 시즌에는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마운드에 올라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130킬로가 안되는 직구를 가지고도 빼어난 경기 운영능력으로 선발승으로 따냈던 그였습니다. 손민한의 아프지 않고 마운드에서 던지기만 한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 등판은 손민한이 공식경기에 나서는 마지막 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손민한의 긴 재활에 매달렸습니다. 이전과 달리 많은 나이는 재활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공을 던지기 힘들정도로 그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롯데팬들은 그의 부활을 기다렸습니다. 손민한이 롯데에서 쌓아온 기록의 가치를 팬들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길어지기만 하는 재활에도 팬들은 그를 응원했습니다.

이러한 팬들의 기대에도 손민한의 복귀 가능성은 점점 낮아졌습니다. 그 사이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점점 차가워져갔습니다. 재활기간 선수협의 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한것은 그의 재활의지를 의심받게 하고 말았습니다. 어느새 그의 이름앞에서 먹튀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송승준, 장원준 등이 그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손민한의 이름은 점점 잊혀졌습니다.

구단도 그를 점점 전력외 선수로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손민한은 외로운 재활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시범경기 마운드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부활이 현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투구 내용이나 구위도 크게 좋아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부활의 희망은 또 다른 부상으로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시범경기 몇 차례 등판이후 그의 투구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롯데가 전반기 부진을 딛고 후반기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순간에도 SK와의 치열한 포스트 시즌 승부에도 손민한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군에도 재활에 열중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이 또 다른 노장투수 최향남이 팀에서 방출되었습니다. 그의 부활가능성에 구단은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팬들 역시 손민한에 대한 기대를 접기 시작했습니다.

팀의 에이스 손민한은 더 이상의 롯데에서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프로의 냉정함을 그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손민한의 정들었던 구단을 자의반 타의반 떠나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손민한은 부활의 가능성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구단의 은퇴제안을 거부하고 선수생활 연장의 희망을 이어가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구위를 떠나 제대로 던질수만 있다면 손민한은 제 몫을 할 수 있는 투수입니다. 그가 가진 노련한 경기 운영능력과 다양한 변화구는 아직 효용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재활에도 좋아지지 않은 몸 상태를 고려한다면 그를 영입할 구단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그의 이름에 너무나 강하게 각인된 롯데의 이미지도 그의 타팀 영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현실을 그도 알고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손민한은 또 다른 도전을 택했습니다. 이대로 타 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쓸쓸히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손민한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냉혹한 현실앞에 섰습니다. 먹튀라는 오명을 벗겨내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끝내야 하는 것도 한 때 리그를 호령하던 에이스에게 참기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손민한의 결정이 무모함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근 3년의 재활에도 공을 던질 수 없는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게 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간 손민한이 마운드에서 보여준 투구과 강한 리더십 등을 고려하면 좋은 지도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지도자 수업을 받는 것이 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선수생활에서 다 못이룬 꿈을 지도자로서 채울수도 있기 때문입니다.그럼에도 손민한의 의지는 요지부동입니다. 전국구 에이스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어느 팀 어느 타자와도 자신있는 승부를 펼쳘던 손민한, 그가 선수생활의 기로에 섰습니다. 왕년의 에이스라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채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선택한 것입니다.

롯데팬들의 기대와 달리 에이스의 귀환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팬들의 마음속에 손민한은 여전히 팀의 에이스 투수입니다. 롯데의 암흑기를 홀로 밝히던 그의 투구를 팬들은 쉽게 잊을 수 없습니다. 희박하지만 그의 부활을 기대했던 것도 그의 빛났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손민한의 현실의 장벽에 그대로 막혀버릴지 아니면 기적같은 부활에 성공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에이스는 롯데로 돌아오지 못하지만 그의 부활을 바라는 팬들은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대형 선수들이 유독 많이 FA 시장에 나와있는 스토브리그에서 손민한의 거취는 롯데 팬들에게 있어 또 다른 관심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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