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종윤 그에게 빛은 찾아오는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이대호를 떠나보내야 하는 롯데는 전력의 약화와 함께 팀의 기둥이 뽑히는 느낌을 함께 받고 있습니다. 그가 가진 공격력뿐만 상징성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그 역시 팬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해외진출이라는 더 큰 목표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상 일본 오릭스 입단이 결정된 상황입니다.

롯데로서는 이대호의 대안마련이 시급합니다. 아쉬움만 가지고 있기에는 전력의 손실이 상당합니다. 타 팀들의 전력보강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천후 투수 이승호의 영입으로 한 숨 돌리긴 했지만 전력 큰 누수를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닙니다. 일단 투수력 보강을 통해 이대호,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울 장원준의 공백을 메우려 하지만 아직은 진행형입니다.

롯데는 FA 시장에 나와있는 김동주에 대한 관심을 접으면서 타자의 외부수혈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변수는 있겠지만 일단 기존 자원들 중에서 이대호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이대호라는 큰 산에 막혀있던 여타 선수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그 중에서 오랜 기간 롯데의 백업 1루수로 활약한 박종윤은 올 겨울, 더 큰 기대감속에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종윤에게 친숙한 숫자는 1.5였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상당한 기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대호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올 시즌 이대호가 1루수로 완전히 자리하면서 박종윤의 출전기회는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이대호가 3루수로 시즌을 소화하던 때 박종윤은 만만치 안은 타격과 함께 극강의 수비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였습니다. 팬 투표에 의한 올스타 선수로 선정될만큼 롯데 팬들사이에 그의 이름이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출전수도 크게 늘어났고 롯데의 중요 선수 중 한 명으로 발돋움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박종윤은 백업의 꼬리표를 끝내 떼어내지 못했습니다. 그의 자리에는 김주찬이 자주 자리했고 플래툰시스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가 바라던 풀타임 출전의 기회는 다시 멀어졌습니다. 올 시즌 경기 출전수는 100경기를 넘어섰지만 대부분 대수비 대타로서 나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 시즌 롯데는 박종윤을 좀 더 활용하기 위해 좌익수 홍성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대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만큼 팀에서 그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함을 의미합니다. 다만 1루수로 한정된 그의 포지션은 그 활용에 있어 상당한 고민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대호가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박종윤은 제대로 된 기회를 보장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동주라는 변수가 아직 남아있지만 현실적으로 영입이 쉽지 않습니다. 이대호가 떠난 1루수 자리는 박종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롯데 타선에서 손아섭외에 마땅한 좌타자가 없다는 것도 박종윤이 중용될 수 있는 요인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미래의 거포로 거론되던 오장훈도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으로 팀을 옮겼습니다. 그의 주 포지션은 1루수였습니다. 1루수 자리에 내부 경쟁자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2년 롯데 입단 이후 근 10년만에 주전으로 올라설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박종윤의 장점은 리그 최고수준의 수비와 함께 근성있는 플레이에 있습니다. 박종윤은 타석마다 혼신을 다한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타격에 있어서도 만만치 않은 장타력과 변화구 대처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풀 타임의 기회를 잡는다면 지금 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만들어낼 여지가 많습니다.

하지만 낮은 공에 대한 지나친 선호가 약점으로 작용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상대 배터리에 속절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구가 되는 투수를 만나면 고전할 여지가 많다는 점은 개선되어야 할 점입니다. 또한 풀타임 출전경험이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입니다. 박종윤으로서는 체력적인 부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즌 내내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도 부족합니다.

박종윤으로서는 주어진 기회를 살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롯데는 그에게 완벽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FA 계약을 한 베테랑 조성환의 1루수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2루수로서 수비범위가 크게 좁아진 조성환에게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그의 타격을 살려주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조성환이 없는 2루수 자리는 손용석, 양종민, 정훈 등의 젊은 내야수들이 언제든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박종윤이 1루수 주전으로 완전히 낙점받기 위해서는 베테랑 조성환과의 경쟁을 펼쳐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롯데의 풍부한 외야수 자원을 고려하면 외야에서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쩌면 투수 유형에 따른 플래툰 시스템에 의해 번갈아 1루수를 지킬수도 있습니다.

동계훈련기간 확실한 비교우위를 보이지 못한다면 그에게 붙어있는 1.5의 숫자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비록 이대호와 장원준이라는 투타의 핵이 빠진 롯데지만 내년 시즌 정규리그 2위 이상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팬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확실한 주전이 아닌 선수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조성환의 1루수 겸업 논의 역시, 검증된 선수를 좀 더 활용하고 하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올 시즌 공수 양면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내야진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려는 측면도 있습니다. 자칫 유망주도 아닌, 검증이 완료된 주전도 아닌 박종윤이 어중간한 위치에서 또 다시 시즌을 보낼수도 있습니다.

분명 내년 시즌은 박종윤에게 확실한 기회의 해가 될 것입니다. 그 역시 이를 모를리 없습니다. 내년이면 30살이 되는 그에게 더 이상 유망주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또 다시 대수비 대타요원으로 시즌을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투수력 보강이 필요하다면 자칫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박종윤의 1루수 안착은 롯데타선에 부족한 좌타선을 보강하고 수비를 더 견고히 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박종윤이 확실한 모습을 보여줄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백업의 자리를 차지하고 위해, 1군 엔트리에 들기위해 동계훈련에서 경쟁했던 박종윤이었습니다. 이제는 주전의 자리를 위해 경쟁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분명 큰 변화입니다.

과연 박종윤이 그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던 그에게 밝은 빛이 찾아올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안에서 활짝 웃을 수 있을지 그 해답은 박종윤 자신이 가지고 있습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