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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2경기에서 1승을 나눠 가진 롯데와 넥센은 위닝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경기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습니다. 후반까지 팽팽하게 전개된 경기는 조금씩 넥센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습니다. 7회 말이 끝날 때 까지만 해도 넥센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롯데는 8, 9회 저력을 발휘했고 리그 최강 마무리 중 한 명인 넥센 마무리 손승락을 무너뜨리면서 4 : 2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삼성 오승환에게 한 회 6실점의 굴욕을 안겨준 롯데가 또 한 명의 최강 마무리 손승락에서 뼈아픈 패전의 아픔을 안긴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끈기와 높은 집중력이 만들어낸 또 한 번의 마무리 잔혹사였습니다. 롯데는 목요일 경기 승리로 하루 만에 리그 1위로 복귀하는 즐거움과 함께 주말 3연전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볍게 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 초반 선발 투수들의 무게감은 타격전을 예고했습니다. 롯데 선발 사도스키는 봄철 부진의 징크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맞서는 넥센의 외국인 벤헤켄 역시 확실하게 믿음을 주는 선발은 아니었습니다. 두 투수 모두 강한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수들도 아니었습니다. 공의 변화가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들의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은 득점을 주고받는 경기를 예상케 했습니다.

 

이런 예상은 경기 초반부터 보기좋게 깨졌습니다. 사도스키와 벤 헤켄 두 투수는 우완과 좌완이라는 차이가 있었지만 안정된 제구력으로 자신들의 장기인 움직임이 많은 공을 잘 살려냈습니다. 두 외국인 투구들은 공 끝의 움직임과 각도 큰 변화구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상대 선발 투수의 투구에 말려든 타선은 시원한 공격력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선취점을 먼저 얻은 팀은 롯데였습니다. 롯데는 1회 초 넥센 선발 벤헤켄의 몸이 풀리지 않은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조성환의 2루타와 전준우의 1타점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가볍게 1점을 선취한 것입니다. 롯데로서는 전날 패배의 그림자를 지워내고 산뜻하게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롯데의 공격은 이후 긴 침묵에 빠졌습니다. 

 

1실점 이후 벤 헤켄은 빠르지 않지만 높은 타점에서 던지는 직구의 코너워크가 살아났고 다양한 변화구가 제구되면서 롯데 타선에 큰 혼란을 주었습니다. 롯데 타선은 1회 초와 너무나도 달라진 벤헤켄에 고전했습니다. 득점을 위한 필수 조건인 출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습니다. 선취 득점으로 기세를 올린 롯데였지만 1 : 0 리드는 불안했습니다. 

 

이런 롯데의 불안감은 경기 중반 넥센의 반격으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경기 초반 한층 안정된 제구력으로 쉽게 쉽게 이닝을 넘기던 사도스키는 한 타순이 돈 이후 투구 수가 많아지고 힘들게 이닝을 넘겨야 했습니다. 초반 득점 이후 투수전으로 전개된 경기에서 사도스키는 실점에 대한 부담을 가졌고 이는 지나치게 코너워크를 의식하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볼넷은 4회 말과 5회 말 모두 실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사도스키는 4회와 5회 볼넷으로 말미암은 출루 허용과 상대 기동력에 대한 대처 부족, 좌타자들과 승부 실패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1실점씩을 하고 말았습니다. 발 빠른 선수들을 출루시킨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4회 말 장기영의 볼넷 출루는 도루와 오재일의 적시타가 묶이면서 1득점으로 이어졌고 5회 말 서건창의 안타 출루는 또다시 도루와 장기영의 적시타로 연결되면서 2 : 1 넥센의 리드를 이끌었습니다.

 

사도스키는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를 했지만, 약점인 느린 투구폼에 기인한 상대 기동력과 좌타자들에 대한 대응에 실패하면서 아쉬운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사도스키는 실점 이후 이어진 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대량 실점을 막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롯데의 수비진은 수차례 호수비를 하면서 사도스키의 호투를 도왔습니다.

 

2실점 하긴 했지만 사도스키는 6.0이닝 버텨내면서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습니다. 볼넷 2개가 모두 실점과 연결된 것이 내용상 불만스러웠지만, 선발투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투구를 했습니다. 해마다 그렇듯 기온이 상승하면서 몸이 풀리는 징크스가 작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때 이른 더위가 사도스키에게는 약으로 작용한 듯 보였습니다.

 

이런 사도스키와 맞대결한 벤헤켄 역시 1회 초 1실점 이후 투구 내용은 완벽했습니다. 그 역시 6.1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벤 헤켄의 안정감 있는 투구는 앞으로 투구를 더 기대하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넥센은 벤헤켄의 호투에 이어 한 박자 빠른 불펜 운영으로 2 : 1의 리드를 지키려 했습니다.

 

7회 초 넥센은 다소 이른 시기에 셋업맨 이정훈을 투입했고 이정훈은 혼신의 투구로 1사 만루의 위기를 넘기는 노련미를 발휘했습니다. 역전 일보 직전까지 다다랐던 롯데는 이정훈의 관록에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공격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한 롯데는 8회와 9회 연이은 득점으로 끝내 재역전에 성공했습니다.

 

8회 초 롯데는 조성환의 볼넷으로 시작된 기회에서 강민호가 천금의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2 : 2 동점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넥센은 2사 2루에서 마무리 손승락을 조기 등판시키는 강수를 던졌지만 결과적으로 성급한 결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미 투구 수 30개에 이른 이정훈의 구위가 떨어져 있었고 강민호의 장타력을 의식한 투수 기용이었지만 손승락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습니다.

 

강민호는 손승락이 던진 회심의 직구를 빗맞은 안타로 연결했고 넥센은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손승락 역시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습니다. 후속타자 손아섭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이러한 손승락의 아쉬움은 9회 초 넥센에 대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블론 세이브로 마음의 평정을 잃은 손승락은 9회 초 선두 타자 황재균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후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완벽한 제구와 힘 있는 공에 대한 집착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고 볼넷을 양산했습니다. 손승락은 김주찬, 조성환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하고 마운드를 물러났습니다. 롯데의 끈기가 넥센의 마무리를 마운드에서 내리게 한 것입니다.

 

넥센은 전날 경기에서 호투한 김상수에게 또 한 번의 호투를 기대했지만, 준비 시간이 짧았고 어제 던진 투구 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던 전준우는 만루 기회에서 2타점 적시타로 중심 타자의 역할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전준우는 2타점 결승타를 포함 2안타 3타점으로 홍성흔이 침묵한 롯데 타선을 이끌었습니다.


롯데는 전준우를 비롯한 타선의 막판 집중력으로 연 이은 카운터 펀치를 작렬시켰고 코너에 몰렸던 경기를 막판에 반전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경기 분위기를 끝내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것입니다.

 

 4 : 2로 앞선 9회 말 롯데는 마무리 김사율을 바로 마운드에 올렸고 김사율은 안정된 투구로 팀의 승리를 잘 지켜냈습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과정에서는 공과 부러진 배트가 함께 자신에게 날아오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직선 타구를 잡아내는 정신력과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팀의 연패를 막아주었습니다. 

 

롯데로서는 사도스키에 이어나온 불펜진이 7,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아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포기를 모르는 선수들의 집중력으로 경기를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왜 롯데가 1위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롯데는 팀의 역전승으로 다시 상승분위기를 만든 것과 동시에 부진하던 사도스키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고 전날 홈런을 허용하면서 시즌 첫 패배의 아픔을 맛봤던 최대성이 한 타자만을 잡아내고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되면서 다시 상승세를 탈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수확을 함께 얻은 경기였습니다.  

 

반면 넥센은 믿었던 마무리 손승락이 스스로 무너지는 투구를 하면서 역전패당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큰 패배였습니다. 연승과 함께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다만 새롭게 6번에 배치된 오재일이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고 정수성, 장기영으로 구성된 테이블 세터진이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위안이었습니다. 타격감이 떨어진 이택근, 박병호 두 중심 타자들의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득점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외국인 투수 벤헤켄과 이정훈의 선발과 불펜에서 호투한 것도 패배의 아픔을 덜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려운 경기였지만 롯데는 주중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하면서 SK와의 주말 3연전을 좀 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KIA와의 연장 접전을 무승부로 마감한 SK는 홈이지만 먼 이동 후 주말 3연전을 맞이해야 합니다. 상승세를 탄 롯데로서는 긴 원정이 부담이지만 SK보다 좋은 여건속에 대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넥센전 역전승의 분위기와 함께 유먼이 나서는 금요일의 롯데는 주말 3연전을 첫 시작을 기분 좋게 할 가능성을 높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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