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개막한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예년과 같다면 상하위권이 나뉘고 순위의 윤곽이 드러날 시기지만, 더 치열한 순위싸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1위부터 7위까지 승차는 불과 3.5게임, 최 하위로 쳐진 한화도 최근 전열을 정비하면서 상위권 도약을 위한 희망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한화 역시 1위와 차이는 6게임에 불과합니다. 4위권과는 3.5게임차로 그 사정권을 더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시즌 개막전 모 감독이 전망한 것 처럼 8강 8약의 양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 경기 팽팽한 경기가 다반사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팀별 천적 관계도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하위권 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상대가 사라졌습니다. 5월이면 전력이 약한 팀은 하나 둘 레이스에서 밀려났지만 5월 중순이되도록 팀간 차이는 더 근접한 양상입니다.
야구팬들은 즐거운 일입니다. 흥미로운 경기가 이어진다는 것은 관중증가의 또 다른 플러스 요인입니다. 박찬호, 이승엽 등 해외파 선수들의 국내 복귀로 시즌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프로야구 흥행의 또 다른 요소를 만난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과 이를 이끄는 각팀의 감독, 코치들은 불면의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일단 지난해 상위권을 점유했던 팀들의 전력이 떨어져 있는 것이 원인입니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을 비롯해서 4강에 들었던 롯데, SK, KIA 모두 전력약화에 대한 완전한 해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특히 투수진의 부진이 눈에 띕니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우승의 원동력이있던 강력한 불펜과 선발 마운드의 조화가 깨져있습니다. 여기에 타선의 힘도 지난해에 비해 약해졌습니다. 이승엽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삼성의 좌완 선발 듀오 장원삼과 차우찬은 올 시즌 로테이션을 제대로 돌지 못하고 있습니다. 좌완 원투펀치를 기대했지만 이들의 올 시즌 시작은 초라합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탈보트와 고든이 선전하면서 한 숨을 돌리긴 했지만 이 두 투수들은 타자들을 압도하는 유형의 선수들이 아닙니다. 승수를 챙기면서도 상대팀에 위압감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바랬던 강력한 선발 투수들은 아닙니다.
이러한 선발진의 누구현상 못지 않게 불펜진 역시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마무리 오승환은 롯데전 6실점의 악몽을 겪었습니다. 그 외 팀들에게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강 마무리 투수의 위상에 금이 간것은 사실입니다. 오승환을 도와줄 필승불펜진은 더 불안합니다. 불펜의 중심이 되어야 할 안지만, 정현욱, 권혁의 컨디션이 아직 정상이 아닙니다.
부상에서 회복한 권오준이 기량을 회복하고 있지만 혼자의 힘으로 불펜을 지탱하긴 쉽지 않습니다. 최근 안지만의 기량이 살아나고 선발진이 안정감을 점차 찾으면서 삼성 특유의 지키는 야구가 살아나고 있지만 우승팀의 위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베테랑 이승엽과 진갑용의 분전과 새로운 4번 박석민의 활약 등으로 타선이 활력을 찾으면서 점차 상승세를 타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이런 삼성 못지 않게 타 팀의 사정도 그리 좋지 못합니다. 롯데의 경우 4월 기세가 무서웠지만 5월들어 한 풀 꺽인 모습입니다. 타선의 기복히 심하고 그마저도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힘이 떨어졌습니다. 중심 타선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득점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팀 타율은 여전히 1위지만 실속이 없어졌습니다.
올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였던 불펜진 역시 그 페이스가 떨어졌습니다.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른 강속구 투수 최대성은 계속된 구원 실패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더 발전해야하는 선수지만 그의 구질이 노출되면서 상대 팀들이 맞춤형 타격으로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강속구 위주의 투구가 벽에 부딪친 상황입니다. 최대성의 계속된 부진은 불펜의 과부하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5월 들어 롯데 불펜은 더 이상 철벽이 아닙니다. 중반이후 불펜 싸움에서 다시 약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격마저 기복을 보이는 상황에서 롯데는 지난 주 1승 1무 4패의 성적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수 년간 이어져오던 4월 부진을 벗어났지만 그 4월병이 5월로 넘어온 느낌입니다. 롯데로서는 이번 주 홈 6연전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하위권에 쳐져있는 KIA는 투타에 걸친 심한 기복으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경기력이 편차가 커지면서 좀 처럼 상위권으로 치고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승후보 삼성의 대항마로 여겨졌지만 최근 전력은 실망스럽습니다. 선발진에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두 외국인 투수가 부진하면서 윤석민의 나홀로 역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장 서재응의 분전이 선발진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KIA 추락의 중요 원인이었던 불펜진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여러 선수들이 가동되고 있지만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 이기는 상황에서 불안함을 피할 수 없습니다. KIA 투수진을 강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신임 선동렬 감독조차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타선이 힘을 내기 시작했고 미완의 대기 김진우가 기량을 찾아가면서 팀에 힘이 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5할에 근접한 승율로 버텨내고 있다는 점은 향후 이범호, 양현종 등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이뤄질 시점에서 반격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들 세 팀에 비하면 SK의 사정은 나은 편입니다. SK는 성적의 기복이 있었지만 6할의 승율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단단한 그들의 조직력이 떨어진 전력을 메워주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SK의 올 시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선발 투수진이 불안하고 불펜 역시 특정선수에 의존하는 모습입니다.
선발진의 축을 이룰 외국인 투수중 마리오는 제 몫을 다하고 있지만 로페즈의 경우 아직 확실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상 후유증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나이와 잦은 부상은 풀 타임 시즌 소화가 가능할지 여부를 불투명하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내심 에이스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힘들어 보입니다. 송은범이 선발진에 가세했고 김광현이 순조롭게 복귀를 준비하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이런 선발진과 달리 불펜진은 선전하고 있습니다. 박희수, 정우람 두 좌완은 2중 자물쇠로 그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타 선수들의 뒷받침이 다소 약한 편입니다. 이기는 경기에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주 박희수 정우람 콤비는 두산전 역전패로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부상 후유증이 남아있는 엄정욱이 마무리로 자리하면서 좌우 균형을 맞쳐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타선의 경우 득점 기회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이고 있지만 노장들의 활약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불안요소입니다. 4번에 위치해야할 박정권은 깊은 부진에 빠져있고 여타 중심 선수들의 평균 성적도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SK 상승세를 이끄는 이호준, 박재홍, 조인성 등의 선수들은 여름이 되면 체력적인 부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수 기용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지난해 상위권 팀들의 전력이 약화된 것과 상반되게 하위권 팀들은 전력의 약점을 메우면서 대등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최약체로 분류되던 LG는 근래들어 가장 강한 팀웍으로 5할 승부를 유지하고 있고 넥센의 경우 구단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선수단 사기가 높아졌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전력을 더욱 더 알차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두산의 경우 약하다고 평가되었던 선발진이 기대이상으로 선전하고 있고 특유의 끈끈한 야구가 살아났습니다. 두터운 선수층은 여름철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펜의 불안이 걱정스럽지만 정재훈이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달라진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기복이 적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화 역시 지난 주, 부진탈출의 기미를 보였습니다. 4할타자 김태균을 중심으로 한 타선은 여전히 뜨겁고 에이스 류현진은 여전히 강한 모습입니다. 박찬호는 노장으로 팀에 여러가지로 힘이 되고 있습니다. 팀 전력의 짜임새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불펜의 필승조가 불안한 것이 큰 부담이지만 젊은 선발진들이 다시 살아난다면 상위권 싸움에 가세할 가능성이 여전합니다.
이렇게 올 시즌 프로야구는 알 수 없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름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여름 더위를 어느 팀이 잘 넘길 수 있을지가 순위싸움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전력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드러난 상황입니다. 어느 팀이 부상 등 전력 누수를 줄이고 향후 전력의 플러스 요인을 잘 활용하느가에 따라 순위 싸움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시작된 혼전속에서 어느 팀이 상위권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지 치열한 접전은 이번 주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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