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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한화의 주말 첫 경기는 5이닝만 치른 반쪽 경기였습니다. 경기 시작 전 부터 많은 비가 예보된 탓에 원할한 진행에 우려가 컷습니다. 그 우려는 묘하게도 유효한 경기가 완성된 5회 말 이후 내린 폭우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롯데와 한화는 1 : 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선발투수로 나선 롯데 유먼과 한화 박찬호는 5이닝을 던지고 완투경기로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경기 전부터 타격전보다는 투수전의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장맛비에 따른 잦은 경기 순연, 습도가 높은 날씨는 투수들에게 유리한 환경이었습니다. 양 팀의 선발로 나선 유먼과 박찬호는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발투수들이기도 했습니다. 두 투수는 충분한 휴식으로 힘을 비축한 상황이었습니다. 타자들의 타격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주중 3연전 후 먼 거리를 이동하고 경기에 임한 것도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악영향을 주었습니다.

 

예상대로 경기는 쉽게 득점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양 팀의 선발투수들은 강속구보다 코너워크와 경기 운영능력, 변화구로 상대 타선과 승부했습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결정타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투수들 역시 들쑥날쑥한 등판 일정으로 컨디션 유지가 힘들었지만 두 선발투수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를 잘 이끌었습니다.

 

경기는 초반 한화 우세, 중반 이후 롯데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선취점도 한화가 먼저 뽑아냈습니다. 1번 타자의 출루와 보내기 번트, 중심 타자의 적시타가 어우러진 득점의 기본 공식이 그대로 재현된 것입니다. 한화는 1회 초 오선진이 안타로 출루한 이후 이여상의 보내기 번트와 장성호의 적시타로 가볍게 한 점을 선취했습니다.

 

 

 

(쉐인 유먼 : 초반 흐름, 이후 맑음, 아쉬웠던 비)

 

 

그동안 테이블 세터진 구성에 애를 먹었던 한화로서는 테이블 세터가 상을 차리고 중심 타자가 해결하는 모습을 모처럼 보이면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롯데 유먼은 힘을 빼고 제구에 주력하는 투구를 했지만 빗 맞은 안타가 이어지면서 초반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직구의 구위가 다소 떨어져 보였고 결정구가 높게 들어왔습니다. 오랜 휴식이 컨디션 유지를 어렵게 한 모습이었습니다.

 

초반 실점한 유먼에 대조적으로 박찬호는 노련한 투구로 롯데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았습니다. 특히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 투심이 잘 제구되면서 타자와의 승부를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낮게 제구되는 공 역시 롯데 타자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언제든 비가 올 수 있는 날씨에 선취 득점에 성공한 한화는 박찬호의 호투가 더해지면서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었습니다.

  

3회말 롯데는 1사 후 문규현의 볼넷 출로와 전준우의 안타, 손아섭의 내야안타가 이어지면서 동점을 이루는 데 성공했습니다.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내야 느린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 하면서 내야안타로 만드는 투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잇단 경기 순연으로 타격감을 찾지 못하는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플레이였습니다. 박찬호의 공에 대응하지 못하던 롯데는 한 타순이 돈 이후 박찬호의 구질이 눈에 익었습니다. 힘을 빼는 밀어치는 타격과 끈질긴 볼카운트 승부로 투구 수에 제한이 있는 박찬호의 약점을 파고들었습니다.

 

1점씩을 주고 받은 양 팀은 이후 더는 득점하지 못했습니다. 한화는 3회 초 만루 기회를 놓친 이후 힘 있는 공을 되찾은 유먼에 타격이 침묵했고 롯데 역시 어렵게 찾아온 경기 분위기를 역전으로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롯데로서는 5회 말 2사 2루에서 김주찬의 잘 맞는 타구가 상대 좌익수의 호수비에 걸린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양 팀 선발투수들은 5.0이닝 1실점으로 버티면서 경기는 팽팽한 접전이 되었습니다. 이미 투구 수 80개를 넘긴 선발 투수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중반 이후 불펜 싸움에서 승패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긴 휴식으로 힘을 비축한 불펜이 대기하고 있는 롯데가 경기를 더 쉽게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불펜이 약한 한화로서는 박찬호 이후 투수운영이 고민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반 이후 싸움에 고심하던 양 팀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남아있는 승리카드를 써보지도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습니다. 5회 말 롯데공격이 종료된 직후 내린 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심판진은 경기를 더 진행하지 못하고 강우 콜드 경기를 선언했습니다. 1점차의 치열한 접전으로 전개될 것 같았던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불펜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었던 롯데가 더 아쉬운 경기 중단이었습니다. 부진하던 타선까지 살아나는 상황에서 롯데는 내심 경기를 이어지기를 희망했을 것입니다. 그치지 않는 폭우는 롯데의 희망을 그대로 씻겨 내려가게 했습니다. 결국, 경기는 1 : 1 무승부로 마무리되었습니다. 5이닝만을 소화하고 비로 인해 무승부가 선언된 것은 근래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습니다.

 

롯데나 한화 모두 믿을 수 있는 선발 카드를 소득없이 날리고 말았습니다. 불펜을 소모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것이 그 마나도 위안이었습니다. 롯데는 전날 무기력한 패배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끊을 수 있었고 한화는 전날 대패한 이후 떨어진 팀 분위기를 추스를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사직구장 연패의 수렁에서도 벗어날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박찬호 : 연패 스토퍼의 관록 투)

 

 

무엇보다 팀의 연패 스토퍼로 큰 역할을 하는 박찬호가 관록 투로 버텨주었다는 것이 긍정적이었습니다. 노장의 역투는 수비에서 선수들을 더 집중하게 했고 무실책 경기로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선취 득점 이후 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이었습니다.

 

반면 롯데는 에이스 유먼을 내세우고도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초반 불안했던 유먼이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은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떨어진 타격감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주말 많은 비가 예보된 가운데 경기 감각유지가 큰 과제가 된 롯데입니다.

 

롯데와 한화는 미완성의 선발 투수 완투대결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최근 비로인해 많은 경기들이 순연되면서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분명 큰 부담입니다. 후반기 순위 싸움에서 비 때문에 승리기회를 날려버린 경기들이 발목을 잡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순간순간 위기를 넘기는 유먼과 박찬호의 선발 대결은 야구를 보는 또 다른 묘미였습니다. 미완성으로 끝난 두 선발투구의 대결을 다시 볼 수 있다면 흥미로운 일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많은 비가 예상되긴 하지만 축적된 힘을 어느 팀이 효과적으로 잘 조합하고 사용할 수 있을지가 양 팀 주말 대결의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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