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과 SK의 수요일 대결은 양 팀의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대변하는 경기였습니다. 넥센은 선발 투수의 호투와 이를 뒷받침한 타선의 조화 속에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반면 SK는 여전히 떨어지는 득점력과 약해진 마운드를 실감하는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양 팀의 상반된 분위기는 그대로 승패로 연결되었습니다. 넥센은 선발 벤헤켄의 호투와 7회 초 대량 득점을 발판삼아 7 : 2로 승리했습니다.
최근 팀 7연패로 분위기가 크게 저하된 SK는 장맛비로 말미암은 휴식에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무기력증을 탈피하지 못하면서 8연패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믿었던 선발 부시는 불안한 투구로 5.0이닝 3실점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타선 역시 득점 기회에서 여전히 부진했습니다. 1점차로 추격한 7회 초 수비에서 나온 연이은 볼넷 퍼레이드는 승리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습니다.
선발 투수싸움에서 넥센은 초반 우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경기 흐름과 직결되었습니다. 넥센은 시즌 7승에 도전하는 벤헤켄을 SK는 기대를 모이고 있는 외국인 투수 부시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두 선수 모두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기보다 다양한 변화구와 구속의 조절로 승부하는 투수들이었습니다. 더 정교한 제구를 하는 투수가 우위에 설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벤 헤켄은 이것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부시는 투구 내용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몇 경기를 쉰 것이 투수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넥센에만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넥센의 타선은 며칠간의 휴식으로 힘을 재충전한 모습이었고 집중력도 있었습니다. SK 타선은 이전보다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득점 기회에서 결정을 지어줄 한 방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 돌아온 재간둥이 김민성)
선취점은 넥센의 몫이었습니다. 3회 초 넥센은 김민성의 2루타, 서건창의 적시타로 1점을 선취했습니다. 이후에는 시원한 홈런포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습니다. 4회 초 박병호, 5회 초 김민성의 솔로홈런이 이어진 것입니다. SK 선발 부시는 다양한 변화구를 바탕으로 이전보다 마운드에 더 적응된 모습이었지만 공의 구위가 생각보다 좋지 못했습니다. 힘있는 타자들의 벽을 두 차례 넘지 못한 것입니다.
이렇게 넥센이 점수 차를 벌리자 SK 타선도 긴 잠에 깨어났습니다. 오래동인 이어진 무득점 행진을 5회 말 공격에서 끊은 것입니다.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선수들의 의지 표현같았습니다. SK는 최정의 2루타와 김강민의 저돌적 주루 플레이가 조합되면서 추격의 한 점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전 이닝에서 수 차례 주자를 출루시키고도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던 SK로서는 긴 무득점 이닝을 끝낸 마치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은 득점이었습니다.
분위기를 탄 SK는 6회 말 2루타 2개로 1점을 더 추가했고 3 : 2로 경기를 접전양상으로 바뀌놓았습니다. 부시를 일찍 내리고 투입한 불펜도 6회초 무사 2, 3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면서 경기 흐름을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오는데 일조했습니다. 이재영의 혼신의 투구가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연패 탈출의 희망이 보였습니다. 이러한 SK의 희망은 7회 초 수비에서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7회 초 SK 불펜진은 무려 5개의 볼넷을 헌납하면서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자멸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렵게 득점하면서 추격전을 펼친 야수들을 허탈하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접전이 된 경기에서 한 점도 실점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6회 초 위기를 멋지게 넘겼던 이재영의 난조였기에 아쉬움이 더했습니다.
SK는 이재영에 이어 오랜 부상재활을 끝내고 1군에 올라온 윤길현까지 마운드에 올리면서 히든카드가 되길 기대했지만, 그 마저 볼넷 행진에 동참하면서 경기 흐름을 다시 돌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넥센 김민성의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넥센은 7 : 2, 넉넉한 리드를 잡았고 경기는 거기에서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후 넥센은 힘이 비축된 불펜을 차례로 가동하면서 더는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한현희, 박성훈,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은 힘 있는 투구로 SK의 타선을 확실하게 틀어막았습니다. 전의를 상실한 SK 타선은 집중력마저 떨어졌습니다. 연패 탈출을 위한 의지로 경기 초반 집중하던 모습과 경기 후반 모습은 크게 달랐습니다. 7회 초 대량 실점 이후 SK는 더는 득점하지 못했습니다.
SK 연패는 이제 8로 그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비로 말미암은 휴식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넥센의 젊은 힘에 밀리는 경기력이었습니다. 투타 모두 그들답지 못했습니다. 연패가 이어지면서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SK가 기록한 9개의 안타수는 적지 않았지만, 득점 기회에서 타자들은 끈끈함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연패에 대한 부담이 선수들을 더 움츠리게 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렇게 SK는 스스로 무너졌지만 넥센은 공수의 조화속에 비로 말미암은 휴식의 효과를 자신들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활력이 넘쳤습니다. 상.하위 타선 할 것 없이 자신감 넘치는 배팅은 SK와 크게 달랐습니다. 최근 부상을 딛고 1군에 합류한 김민성은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으로 하위타선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는 수비도 깔끔했습니다.
테이블 세터 서건창, 장기영은 각각 2안타로 공격의 활로를 잘 열어주었습니다. 이택근의 무안타가 아쉬웠지만, 박병호, 강정호가 중심타자의 역할을 확실히 해주었습니다. 박병호는 부시의 공을 밀어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4번 타자의 힘을 과시했습니다. 두산에서 이적한 이성열 역시 삼진 2개를 당하면서 무안타가 그쳤지만, 서서히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슬아슬, 하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은 선발투수 벤헤켄)
이렇게 넥센은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짜임새 있는 공격력으로 SK 마운드를 압박했고 SK 마운드는 7회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승부가 결정 났습니다. 넥센은 5할에서 승수 3개를 더 추가했고 4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외국인 원투펀치 벤헤켄은 5.2이닝 동안 8안타를 허용하면서 위기를 수차례 맞이했지만 6개의 탈삼진을 고비마다 잡아내면서 시즌 7승에 성공했습니다. 서두르는 인상이 강했던 SK 타자들을 상대로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가 효과적이었습니다.
반면 SK는 선발 부시가 상태 타선에 밀리는 투구를 했고 경기 후반 불펜이 붕괴하면서 어렵게 잡은 연패탈출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8연패와 시즌 6위의 성적, 무너진 5할 승률, 그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모습입니다. 매년 위기설이 대두할 때마다 보란 듯이 넘겨왔던 SK였지만 현재 그들의 모습은 심상치 않습니다. 전력 곳곳에 발생한 누수 현상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고 선수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프런트, 코치진의선수단 위기관리 능력도 잘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있지만 과연 SK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시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얼마전까지 선두 다툼을 해었던 SK는 이제 4강 마저 장담할 수 없게되었습니다. SK로서는 목요일 넥센전에 부상을 털고 돌아온 송은범에게 연패 탈출의 기대를 걸어야 할 처지입니다.
하지만 송은범 역시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고 호투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상대 선발투수는 최근 점점 좋아지고 있는 김병현입니다. 넥센의 타선은 SK보다 비교 우위에 있고 어제 경기에서도 상승세를 지속했습니다. 이래저래 어려움이 가중되는 SK입니다. 넥센은 이런 SK를 상대로 연승을 노릴 것입니다.
과연 SK가 홈에서 연패를 끊고 전열을 정비할 수 있을지 넥센이 SK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지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목요일 경기도 넥센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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