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매 시즌을 치르면서 팬들을 즐겁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의 성장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선수가 오랜 기간 무명의 세월을 이겨내고 당당히 팀의 주전이 되고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넥센의 2루수 서건창은 이러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서건창은 넥센의 주요 전력이 됨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최고 2루수 자리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 시즌까지 2군을 전전하던 무명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서건창의 올 시즌입니다. 전반기 서건창은 타율 0.299로 3할 타율에 1리가 모자랄 뿐이고 도루, 출루율, 득점 등 타격 전 부분에서 고른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서건창은 타순은 하위 타선에서 팀의 1번 타자로 그 위치가 크게 격상되었습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유인구에 잘 솎는 약점도 극복되었고 우월한 컨텍 능력으로 좀처럼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까다로운 타자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넥센은 시즌 중반 새롭게 구성된 서건창, 장기영 두 테이블 세터진의 꾸준한 활약속에 중심 타선의 위력마저 더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서건창이 팀의 붙박이 1번 타자가 되면서 선수 기용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시즌 초반 테이블세터 역할을 했던 정수성은 팀의 제4 외야수로 전천후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전 자리에서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대주자, 대수비, 대타로 넥센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데 보이지 않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정수성의 외야의 빈자리를 수시로 메워주면서 유한준과 이성열, 두 외야수도 활용도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건창이 가지고 온 효과는 상당합니다. 서건창의 존재 탓에 넥센은 젊고 가능성이 넘치는 내야진을 구축할 수 있었고 올 시즌 넥센이 추구하는 뛰는 야구를 더 확실하게 지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서건창은 1번 타자로 나서면서 도루부분에도 꾸준히 기록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16개의 도루로 도루왕 경쟁에도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 성공률도 크게 높였습니다.
이런 성적을 바탕으로 서건창은 올 시즌 올스타전 출전 선수로 당당히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고액 연봉자들이 즐비한 2루수 부분에서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서건창이 성적과 팬들의 인기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앞선 것입니다. 2008년 LG에서 단 한 타석을 들어선 후 멀어졌던 1군 무대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서건창입니다.
서건창은 현재 연봉대비 그 효율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주가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오랜 무명세월을 겪었던 그의 야구 인생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서건창으로서는 그 누구보다도 1군에서 주전으로 뛰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 더할 것입니다. 한 때 선수생활 유지조차 힘들었던 시절을 이겨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전반기 보낸 서건창이지만 최고 2루수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후반기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모든 팀들이 총력전으로 나설 시즌 후반기, 선수들 역시 더 높은 집중력을 보일 것이고 2루수 부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2루수 부분은 롯데의 노장 조성환과 SK의 정근우, KIA의 안치홍 등이 서건창의 경쟁자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조성환과 정근우는 매 시즌 최고 2루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했지만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국가대표 2루수로 명성을 드높였던 정근우는 SK의 하향세와 맞물리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롯데의 조성환은 시즌 초반 좋은 페이스를 유지했지만 계속된 부상에 시달리면서 장기간 결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경쟁자인 두산의 오재원이나 고영민 역시 성적면에서 서건창을 앞서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지난 시즌 도루왕 타이틀 홀더였던 오재원은 부상으로 시즌을 시작하면서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영민의 경우 타격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성기 기량과는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결국 서건창의 가장 경쟁 상대는 KIA의 안치홍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안치홍은 팀의 중심 타선에 배치될 정도로 팀내 비중이 높고 최근 KIA가 침체에서 벗어나면서 그 역시 타격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KIA의 2009년 우승멤버로 어린 나이에 비해 큰 경기 경험이 많습니다. 풀 타임 시즌의 경험도 수차례 가지고 있습니다. 부상만 없다면 후반기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서건창으로서는 젊은 내야수의 또 다른 축인 안치홍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합니다. 서건창에 있어 희망적인 부분은 지금의 성적이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낸 것이라는 점입니다. 서건창은 4월만 해도 1할대의 빈타에 허덕였습니다.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그 자리를 메우는 정도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넥센의 벤치는 서건창을 신뢰했고 꾸준히 기용했습니다. 이러한 믿음이 지금의 서건창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최적의 타격감을 만들어온 결과입니다. 쉽게 흐트러질 페이스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이기 때문입니다. 서건창은 풀 타임 첫 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한 여름 무더위와 많아지는 경기 수에서 오는 체력적인 어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경쟁자들 보다 다소 떨어지는 수비능력의 보완도 필요합니다.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매우 급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 서건창은 더 성장해야 하는 선수이고 발전 가능성이 더 큰 선수입니다. 그에게 당장 완벽한 플레이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지금의 성과만으로도 그의 올 시즌은 성공적입니다. 다만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성적이 필요합니다. 기존 2루수의 강자 정근우와 조성환 등의 언제든 저력을 발휘하면서 최고 2루수의 자리를 노릴 수 있고 서건창을 정밀하게 분석한 상대 배터리의 약점 공략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이처럼 최고의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습니다. 소속팀의 성적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다행히 올 시즌 넥센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팀 전력도 그 만큼 강해졌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타선의 분위기도 좋습니다. 서건창이 상승세를 지속할 내부 여건을 충분히 마련된 셈입니다. 서건창 역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강한 내공을 지닌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절실함이 큰 선수이기도 합니다. 나태함이라는 무형의 적이 파고들 여지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올 시즌 서건창은 무명의 선수에서 올스타 2루수로 다시 올 가을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그가 더 많은 경기에서 더 큰 활약을 할수록 2군에서 무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입니다. 그가 최고 2루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연 서건창이 지금의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더 큰 선수로 자리할 수 있을지, 올여름이 그의 더 큰 꿈이 무르익는 시간이 될지, 그의 올 시즌이 주목됩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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