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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프로야구의 순위가 어느 정도 결정된 느낌이다. 상위권 팀들은 포스트 시즌에 대한 대비 모드로 들어가고 있고 하위권 팀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또 다른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시즌 전 전망에서 삼성과 더불어 2강까지 거론되던 KIA의 아쉬움을 더할 수밖에 없다.

 

시즌 전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레전드 선동열 감독을 영입했고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KIA였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선동열 감독이 KIA의 약점인 불펜만 잘 정비할 수 있다면 우승후보 삼성을 위협할 1순위 팀으로 평가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에도 KIA는 주전들의 대거 부상과 이로 말미암은 전력 누수를 막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사실상 시즌을 접은 KIA는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잔여 경기에서 KIA는 젊은 선수들을 투타에서 고루 기용하면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고 내부 경쟁체제 구축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FA 영입에 부정적이었던 선동열 감독마저 선수 영입의 필요성을 천명할 정도로 KIA의 올겨울은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009년 우승 이후 퇴색된 강팀의 이미지를 되찾는 노력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가을 야구와 멀어진 KIA지만 팀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선수들이 있어 위안을 가질 수 있기도 하다. 타격에서는 현재 도루 부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용규의 분전이 돋보인다. 이용규는 40개의 도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3개 차로 추격한 넥센 서건창의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맹장수술에도 경기에 나설만틈 타이틀을 위한 이용규의 의지는 확고하다. 김상현, 이범호, 최희섭의 부상 이탈로 타격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KIA로서는 이용규의 투혼이 그저 고마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용규와 더불어 투수 부분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긴 방황을 정리하고 두자리수 승수에 바싹 다가선 김진우와 노장 서재응이 그들이다. 이 두 선수는 시즌 막판 KIA의 계속된 부진에도 흔들림 없는 활약으로 팀의 더 큰 추락을 막아주었다. 성적 면에서도 리그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올 시즌 이들은 팀에 큰 힘이 되었다.

 

 

 

 

 

 

 

 

이 중에서 노장 서재응의 9월은 눈부심 그 자체다. 서재응은 8월 26일 대 한화전 5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이후 시작된 무실점 행진을 36이닝으로 늘려놓았다. 아직도 서재응의 무실점 이닝 기록은 진행형이다. 서재응은 이 기간 불펜의 방화와 타선의 지원 부족으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지만, 9월 23일 넥센전 9이닝 완투 완봉승으로 기록 연장과 더불어 무승의 징크스를 스스로 이겨냈다.

 

시즌 성적에서도 서재응은 에이스 투수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서재응은 방어율 2.67로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렸고 투구 이닝에서도 143이닝을 소화하면서 어느 팀 선발 투수 못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퀄리티 스타트 15회가 말해주듯 안정감에 있어서도 리그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베테랑 투수의 기록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서재응은 메이저리그 진출 1세대 선수로 빅 리그 선발투수로 수년간 활약했을 정도로 그 기량을 인정받은 투수였다. 아트 피처라는 별명다운 칼날 제구력과 최고 수준의 체인지업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였었다. 2008년 시즌 부터 한국 리그에 가세한 서재응은 큰 기대 속에 고향팀 KIA의 선발진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서재응의 성적은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두자리수 성적은 한 번도 없었고 잦은 부상과 체력적인 문제로 이닝 소화에 있어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의 명성과는 거리가 있는 성적이 매 시즌 이어졌다. 그에게 에이스급 투수의 활약을 기대했던 팀과 팬들로서는 실망스러운 시즌의 연속이었다. 

 

이런 성적과 더불어 점점 많아지는 나이는 그의 기량 저하를 걱정하게 했다. 실제 서재응은 KIA 선발진에서 부동의 1선발 윤석민과 외국인 선수들에 밀려 후 순위에 위치했고 경우에 따라선 불펜 투수로 투입될 정도로 그 위상이 떨어졌다. 서재응에게 주축 선발투수라는 말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자칫 의욕을 잃을 수 있었지만, 서재응은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고 팀에 필요한 선수로 자리했다. 올 시즌에는 1선발 윤석민의 부진과 외국인 선수의 잇따른 교체로 흔들리던 선발진에 중심을 잡아주며 로테이션을 충실히 지켜주고 있다. 서재응마저 흔들렸다면 KIA의 4강 포기 시점은 더 빨라질 수도 있었다.

 

서재응은 팀의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투수 로테이션을 지켜내며 의미있는 기록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언론은 상위권 후보 KIA의 추락에 관심을 가졌지만 서재응은 굴하지 않고 무실점 기록을 계속 바꿔나갔다. 사람들이 그의 기록을 주목할 때 쯤 그는 36이닝 무실점 기록을 작성한 다음이었다. 이 기간 서재응은 선발 투수로서 7이닝 무실점 3회, 9이닝 완투 완봉의 기록을 더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특유의 제구력은 완벽 그 자체이고 직구와 체인지업에 제 2, 제 3의 변화구가 조화를 이루면서 짠물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8승에 그치고 있지만, 9월 들어 서재응은 리그 최고 투수라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부상과 부진으로 주전 선수들의 팀 기여도가 극히 낮았던 KIA로서는 회춘 투를 선보인 서재응의 활약에 떨어졌던 팀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서재응 자신 역시 제 2의 전성기를 열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전망을 밝히고 있다.

 

선수들과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한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이어지고 기록은 계속 누적된다. 특히 리그 후반기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는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할 수 있다. 30대 중반의 서재응 역시 마찬가지고 스스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서재응은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 것으로 예상되는 KIA에서도 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올 시즌 남은 경기 등판 결과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 복귀 후 첫 두 자리 수 승수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재응이 무실점 이닝 수를 얼마나 더 늘려갈 수 있을지 그리고 10승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팀은 4강 진출에서 멀어졌지만, KIA 팬들이 마지막까지 기대감 속에 시즌을 지켜봐야 할 이유를 서재응이 만들어 준 셈이다. 이는 그의 남은 시즌이 주목되는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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