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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두산의 준PO 2차전은 1차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1차전에서 양 팀은 많은 점수를 주고받는 난전 양상의 경기를 했지만 2차전은 선발투수들이 주인공이 된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1점차 박빙 승부의 결과는 1차전과 같이 뒷심에서 앞선 롯데의 2 : 1 역전승이었다. 롯데는 적지에서 벌어진 1, 2차전을 모두 잡으며 시리즈 승리에 바싹 다가섰고 두산은 불펜의 약세를 또 절감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경기 시작 전 양 팀은 부상 선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롯데는 주전 포수 강민호가 뛸 수 없었고 두산은 힘 있는 좌타자 오재일의 출전이 불투명했다. 양 팀의 타순과 라인업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두산보다는 공수에서 팀의 핵심 역할을 하는 강민호가 없는 롯데의 전력 누수가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기우였다. 강민호를 대신한 용덕한은 강민호 이상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용덕한은 안정된 투수 리드로 초반 출발이 좋지 못했던 유먼의 호투를 이끌었다. 빠른 2루 송구로 두산의 발야구를 저지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공격에서 홈런 1개가 포함된 2안타 1타점으로 4번 타자 이상의 활약을 했다. 용덕한의 7회 초 안타는 동점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었고 9회 초 솔로 홈런은 승리를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이런 용덕한의 깜짝 활약과 함께 롯데는 9번 타순에 배치된 문규현의 3안타 1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7번 타순의 황재균도 어제 결승 2루타에 이어 7회 초 안타와 동점 득점을 하면서 팀 공격에 큰 힘이 되었다. 롯데는 상위 타선이 부진했지만 7, 8, 9 하위 타선이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해결하면서 2차전 승리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공.수 대활약 용덕한 가을야구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유격수와 3루수로 나선 문규현과 황재균은 깔끔한 수비로 전날 실책 4개를 기록했던 롯데의 수비불안마저 말끔히 씻어 주었다. 9회 말 두산 공격에서 나온 황재균의 멋진 번트 수비는 롯데가 1점차 리드를 지키고 연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홈런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수비였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하위 타선의 기분 좋은 가을 반란 속에 전날의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었다.

 

승리 팀은 롯데였지만, 경기 초반 분위기는 두산이 잡았고 중반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두산 선발투수 노경은은 포스트 시즌 첫 선발 등판이라는 부담속에서도 롯데 킬러의 명성을 이어가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경기 초반 노경은은 긴장한 탓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볼과 스트라이크의 편차가 심했고 9월 연승 가도를 다릴 때 모습은 아니었다. 노경은은 불안한 제구를 힘으로 극복하며 이닝수를 계속 늘려갔다. 

 

롯데는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유인구를 잘 참아내면서 끈질긴 면모를 보였지만, 무사에 주자가 출루하지 못하면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롯데는 노경은의 투구 수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승리에 필요한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전날 보였던 집중력도 없었고 작전마저 통하지 않으면서 답답한 공격 흐름을 이어가야 했다.

 

득점은 없었지만, 롯데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유먼의 호투가 있기에 가능했다. 롯데 선발투수 유먼은 두산 선발 노경은에 뒤지지 않는 정규리그 성적을 올린 팀의 실질적 에이스였다. 하지만 리그 후반 체력이 떨어지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등판을 일정을 일찍 마무리해야 했다. 힘은 비축되었지만, 경기 감각의 문제와 함께 한국야구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라는 낯선 환경도 극복해야 했다.

 

1회 말 유먼은 떨어지는 경기감각을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승부가 가운데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두산은 이런 유먼을 상대로 3안타를 집중하며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선두 이종욱의 안타와 오재원의 진루타, 김현수의 적시타로 가볍게 한 점을 선취한 두산은 이원석의 2루타로 2사 2, 3루의 기회를 더 만들었지만, 후속타 불발로 1 : 0 리드를 잡는데 만족해야 했다.

 

 

 

(3안타 1타점 문규현, 고감도 타격에 안정된 수비까지)

 

 

유먼이 1회 대량실점 고비를 넘기고 컨디션을 회복한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득점력이었다. 유먼은 1회 말 위기를 1실점이로 막은 이후 좌우 구석을 찌리는 제구가 살아나고 주 무기 체인지업이 잘 들어가면서 상승세의 두산 타선에 더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1회 말 3안타를 때려낸 두산은 이후 유먼이 마운드에 서 있던 6회까지 2안타만을 추가하며 타선이 침묵했다.

 

두산은 오재일이 빠진 자리에 이원석을 5번 타수에 배치했고 최주환을 2루수 겸 6번 타자로 기용하는 변화를 주었다. 이원석은 유먼을 상대로 2안타를 치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포스트 시즌만 되면 작아지던 김현수 역시 전날 직전타구 병살타의 아픔을 잊고 힘찬 스윙으로 3안타를 몰아치며 중심 타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두 선수의 활약이 있었지만, 두산은 추가점을 올리지 못하며 불안한 리드를 지속해야 했다.

 

두산의 1 : 0 리드가 지속하던 7회 초 두산에게는 큰 위기, 롯데에는 최고의 득점 기회가 생겼다. 두산은 투구 수 100개에 근접하면서 힘이 떨어진 노경은을 내리고 불펜 투입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노경은을 믿고 7회 초에도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전날 30개 가까운 투구를 한 홍상삼의 투입이 쉽지 않았고 홍상삼을 제외한 불펜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는 두산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두산의 이러한 결정은 롯데의 반격을 불러왔다. 노경은에 철저히 눌리던 롯데는 7회 초 공격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롯데는 부진한 전준우를 빼고 박준서를 대타로 투입하는 변화를 주었다. 박준서가 범타로 물러나긴 했지만,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사 후 롯데는 7번 황재균, 8번 용덕한, 9번 문규현의 연속 안타로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동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김주찬의 빗 맞는 땅볼이 유격수 실책이 되면서 롯데는 동점을 넘어 역전까지 노릴 수 있었다. 두산은 급히 홍상삼을 올렸고 홍상삼은 조성환에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더는 실점하지 않고 위기를 넘겼다. 롯데로서는 동점에 대한 기쁨보다 역전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큰 이닝이었다. 특히 전날 부진에도 조성환을 2번 타자로 중용한 벤치의 믿음이 실패했다는 점도 아쉬움을 더하게 했다.

 

 

 

(어제는 결승 적시안타, 오늘은 결정적 호수비로 팀 승리에 기여한 황재균)

 

 

 

7회 초 동점이 된 경기는 불펜 싸움으로 전개되었다. 이미 필승카드 홍상삼이 나온 두산보다 풍부한 불펜 자원이 대기하고 있는 롯데가 더 유리한 흐름이었다. 홍상삼은 전날 역전을 허용한 아픔을 잊으려는 듯 강한 의지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힘이 많이 들어가면서 들쑥날쑥한 제구력을 보였다. 최강 불펜투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한 직구를 바탕으로 힘으로 8회까지 실점없이 이닝을 마감했다.

 

문제는 9회 초 발생했다. 전날 투구를 한 홍상삼의 교체가 예상되었지만, 두산은 홍상삼을 9회에도 올리는 뚝심을 보였다. 마무리 프록터가 있었음에도 두산은 홍상삼을 더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꿔말해 두산 불펜의 허약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힘이 떨어진 홍상삼이 세번째 이닝까지 막아내기기는 어려웠다.

 

롯데의 9회 초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용덕한은 홍상삼의 몸쪽 직구를 당겨쳐서 왼쪽 담장을 너기는 홈런으로 연결했다. 홍상삼은 타격이 약한 용덕한을 상대로 카운트를 잡기위한 공을 던졌지만, 노련한 용덕한의 노림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강민호를 대신에 출전했던 용덕한은 친정팀에 치명타를 날리면서 롯데의 역전을 이끌었다. 홍상삼도 두산도 허탈한 순간이었다. 

 

2 : 1로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9회 말 두산의 마지막 득점 기회마저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또 한 번의 역전승을 완성했다. 9회 말 두산은 김현수가 강영식을 상대로 안타 출루한 이후 발 빠른 민병헌을 대주자로 기용하며 롯데의 마무리 정대현을 압박했다. 두산은 4번 윤석민에 보내기를 시도하면서 동점을 노렸지만 번트에 익숙치 않은 윤석민의 번트가 병살타가 되면서 마지막 희망도 사라지고 말았다. 

 

두산으로서는 발 빠른 대주자를 기용하고 보내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번트에 능한 대타 기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지만, 윤석민에 작전을 지시한 것이 기회 상실의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큰 고비를 넘긴 정대현은 이원석마저 범타로 처리하면서 준PO 2세이브에 성공했다. 강영식은 0.1 이닝만 투구하고도 포스트시즌 승리투구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

 

롯데는 천적 노경은에 막히면서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하위 타선 트리오의 대활약으로 막판 뒷심을 발휘했고 기분 좋게 홈에서 벌어지는 3차전을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롯데는 긴 공백이 우려되었던 선발 유먼이 기대대로 호투했고 내외야 수비도 어제와 달리 단단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키는 야구에도 성공한 2차전이었다.

 

다만, 기대했던 조성환과 전준우의 타격 부진이 계속되는 것이 아쉬웠다. 롯데 벤치는 이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롯데로서는 이들을 대신할 선수로의 라인업 변경도 심각히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길었던 부상 공백의 우려 떨쳐낸 유먼의 호투)

 

 

 

반면 두산은 연이틀 선발투수가 호투했음에도 불펜의 부진 속에 역전패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믿었던 홍상삼의 연속 부진은 팀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충격이었다. 이종욱, 오재원, 김현수로 이어지는 좌타 3인방은 투수 유형과 관계없이 위력이 있었지만, 다 뒤를 받치는 타선이 이들을 지원하지 못했다. 상.하위 타선이 조화를 이룬 롯데와 달리 상위 타선의 힘만으로 원할한 공격을 하긴 어려웠다. 

 

두산으로서는 롯데전에 강했던 또 한 명의 선발 투수 이용찬에 팀의 명운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 김선우의 조기 투입도 예상되는 3차전이다. 2010년 롯데에 2경기를 먼저 내주고도 역전 3연승으로 시리즈를 가져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3차전 승리가 필수적이다. 반대로 롯데는 그 기억을 지어내기 위해서도 3차전에 온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 사도스키가 시즌중 이용찬보다 떨어지는 성적을 올렸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사도스키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직 알 수 없다. 하루를 쉬고 경기를 한다는 점도 불펜의 가용 폭을 더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백업 선수들마저 좋은 컨디션을 보이면서 선수기용 폭이 넓어졌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들 내부의 적은 자만심만 피한다면 롯데가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은 분명하다. 

 

롯데의 2연승으로 크게 기운 준PO, 롯데는 시리즈 스윕으로 SK와의 플레이오프 대결에 대한 부담까지 덜어내려 할 것이다. 두산은 3차전 승리로 2010년 역 스윕을 다시 재현하길 희망하고 있다. 두산이 3차전을 가져간다면 시리즈 분위기는 알 수 없게 된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잘되고 승운도 따르는 롯데지만, 강력한 선발 투수가 남아있는 두산 역시 쉽기 물러설 팀이 아니다.

 

어느 팀이 더 경기에 집중하고 가진 전력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가 3차전 승부의 향방을 가릴 가능성이 높다. 3차전 역시 1차전 못지않게 긴장되고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대결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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