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포함해서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용병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매년 성적에 의해 잔류와 방출이 결정되는 그들은 분명 우리나라 선수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다. 좋은 성적을 올리면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더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시즌중 퇴출도 피할 수 없다. 이국에서 그들은 냉혹한 현실을 홀로 맞서야 한다.
비록 용병이라는 말을 듣지만, 우리 프로야구에 잘 융화된 한국형 용병들도 있다. 선수단과 좋은 관계는 물론이고 우리 문화에도 익숙한 선수들이 있다. 거기에 성적까지 뒷받침 된다면 그들은 국내 선수 못지않은 팬들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롯데에서 3년간 활약했던 사도스키도 그 중 한 명이다. 사도스키는 수준급 성적과 우리 언어에도 익숙할 정도의 높은 친화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도 용병이라는 신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 시즌 롯데의 보류선수 명단에 그의 이름이 빠졌다. 롯데와의 인연을 더는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올 시즌 에이스로 활약한 유먼과의 재계약을 서둘렀던 롯데였지만, 사도스키와의 재계약은 고심을 거듭했다. 2010, 2011년 시즌 연속 두 자리 수 승수를 기록했던 달리 올 시즌 사도스키는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장점이었던 날카로운 공의 움직임이 사라졌고 심각한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는 것이 큰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여기에 잦은 부상으로 팀 기여도가 낮았다는 것도 문제였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은 그의 재계약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사도스키는 부상 치료과정에서 당한 의료사고로 불운의 절을 맛보면서 시즌을 접어야 했다. 롯데는 사도스키의 부진보다 성적하락에 더 집중했다.
사도스키는 성적으로 평가되는 용병이었다. 선발투수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롯데는 사도스키보다 더 강한 선발 투수를 원했다. 이는 사도스키와의 이별을 의미했다. 사도스키는 3년간 29승 24패, 방어율 4.03의 성적을 남기도 한국 무대를 떠날 상황에 놓였다. 아직 투수력이 약한 팀들의 영입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올 시즌 투구내용으로만 본다면 한국 무대에서 그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도스키는 2010년 시즌 롯데와 계약했을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메이저리그의 마운드를 경험했던 그 당시로는 상당한 레벨에 있는 투수였다. 롯데의 선발 마운드를 더 강화시킬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사도스키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퇴출위기를 맞이했다. 낯선 환경과 기후에 대한 적응실패, 상대팀들의 치밀한 분석에 사도스키는 어렵게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시즌 중간 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사도스키는 여름이 되면서 힘을 발휘했고 전반기 부진을 후반기 모두 만회했다. 그 해 사도스키는 10승에 성공하며 성공적으로 리그에 안착했다. 2011년 시즌에도 사도스키는 여름철 강세를 지속하며 롯데의 정규리그 2위에 큰 힘이 되었다. 장원준, 송승준, 사도스키로 이어지는 3인 선발은 롯데 전력의 핵심이었다.
2년간의 성적을 바탕으로 사도스키는 롯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가 되었다. 우리말에도 능숙할 정도로 사도스키는 한국 프로야구에 잘 융화되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사도스키는 더 강한 의욕을 가지고 준비했다. 약점이던 체력보강을 위해 체중을 불리고 근육질의 몸으로 변모했다. 볼 스피드를 올리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해마다 되풀이되면 시즌 초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렸다.
올 시즌 롯데는 장원준 군입대로 떠난 롯데 선발진에서 사도스키는 송승준과 더불어 원투펀치로 활약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사도스키의 변신은 그의 장점이던 제구력을 흔들리게 했다.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투구 벨런스를 잡지 못했다. 사도스키는 매 경기 이닝마다 롤러코스터 피칭을 반복했다. 사도스키의 불안한 피칭은 그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이 사이 새롭게 영입된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유먼이 에이스급 투구를 보이면서 팀 전력에서 사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떨어졌다. 사도스키는 어려운 과정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냈다. 2년간 쌓인 한국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는 그의 큰 자산이었다. 사도스키는 시즌 중간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150이닝을 소화해주었고 8승 8패로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치에 미치진 못했다.
사도스키는 포스트 시즌에서 정규시즌의 부진을 만회할 필요가 있었다. 사도스키 역시 의욕적으로 포스트 시즌을 준비했다. 부상을 숨기면서까지 마운드에 올랐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사도스키는 두산과의 준PO에서 초반 강판당하고 말았다. 그 경기는 사도스키의 롯데선수로서 마지막 출전경기가 되고말았다. 이후 사도스키는 부상치료과정에서 의료사고가 겹치면서 플레이오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시즌 종료 후 스토브리그에서 사도스키의 재계약 여부는 반반이었다. 올 시즌 부진한 성적과 외국인 투수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고려하면 재 계약이 어려웠지만, 이미 국내무대 적응이 끝난 사도스키는 내치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 수준급 외국인 투수를 구하지 힘든 현실은 그를 능가할 외국인 투수 영입을 확신할 수 없게 했다. 대인 부재론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FA 시장이 열리고 숨가뿐 스토브리그가 전개되었다. 사도스키의 거취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FA 시장이 마무리될 즈음 각 팀들이 제출하는 보류선수 명단에 사도스키의 이름은 없었다. 내년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목표로 하는 롯데로서는 더 강한 선발 투수가 필요했다. 난항이 예상되던 에이스 유먼과의 재계약이 조기에 타결된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사도스키는 롯데 팬들과 재대로 된 작별인사를 할 틈도 없이 팀을 떠나게 되었다.
사도스키가 3년간 쌓아온 성적은 롯데가 기대했던 에이스의 그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도스키는 국내 타자들에 익숙지 못한 컷페스트볼을 주 무기로 이닝 이터로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좋은 컨디션일때 사도스키는 난공불락과도 같았다. 빠른 공이 아니어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음을 사도스키는 보여주었다. 하지만 사도스키는 용병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렇게 사도스키는 조용히 롯데와 이별했다. 올 시즌 종료 후 사도스키 자신도 이러한 상황을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한국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사도스키였지만, 냉혹한 프로의 세계는 외국인 투수에 관대할 수 없었다. 롯데와의 인연이 여기서 끝나지만, 사도스키가 한국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작지만, 아직 남아있다.
그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라면 외국인 투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팀의 영입 제안이 들어올 수 있다. 자유계약으로 풀린 그는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다. 올 시즌 넥센의 에이스로 활약한 나이트와 같은 길을 갈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를 3명 영입할 수 있는 NC라면 국내무대 적응기가 필요없는 사도스키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물론, 사도스키가 자신의 건강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가능한 일이다.
사도스키의 롯데에서 3년은 강렬하진 않았지만, 그에게는 성적 이상의 그 무엇이 있었다. 사도스키가 이대로 한국 프로야구의 인연을 끝낼 것인지 또 다른 모습으로 내년 시즌에도 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즌 중간에도 그 이름을 기억할 틈도 없이 퇴출이 빈번한 외국인 선수들의 현실에서 사도스키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있는 외국인 선수임이 틀림없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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