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마무리투수 부재로 고심하던 롯데는 지난해와 올해 김사율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얻었다. 김사율은 2010년 시즌 후반기부터 롯데의 마무리 투수로 고정되었다. 2011년 20세이브를 기록한 김사율은 2012년 34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리그 상위권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했다. 34세이브는 롯데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이었다. 방어율도 2점대로 준수했다.
김사율이 아니었다면 지난해와 올해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롯데의 불펜도 함께 강화될 수 있었다. 그 이전에 마무리 투수로 기용되었던 임경완의 실패 이후 롯데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구축했다. 강력한 선발진과 공격력으로 불펜의 불안을 메웠지만, 뒷문 불안은 아킬레스건과 같았다.
김사율의 존재는 롯데에 소중했다. 롯데는 고 박동희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 마무리 투수를 만날 수 있었다. 올 시즌 김사율은 풀 타임 마무리 투수로, 팀의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역할도 함께 했다. 프로 12년 차의 김사율이 가진 경험과 무명의 세월을 이겨낸 강한 의지는 선수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수 있었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내년 시즌에도 김사율은 마무리 투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년 시즌 김사율의 입지가 불안하다. 마무리 투수로 나설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지난 시즌 영입된 정대현의 존재와 더불어 시즌 후반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는 것이 김사율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 올 시즌 연봉협상에서 가장 높은 고가를 받은 투수인 김사율이지만, 그가 기록한 34세이브의 가치를 안팎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내년 시즌 마무리 투수로 재신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 시즌 김사율은 강해진 롯데 불펜에서도 그 위치가 확고했다. 정대현이 영입되었지만, 롯데 코칭스탭은 김사율에 신뢰를 보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정대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김사율은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보냈다. 삼성의 오승환 같은 강속구는 없었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 오랜 경험이 어우러져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김사율의 세이브는 계속 쌓아갔다. 그의 앞에 나서는 불펜 투수들이 강해지면서 김사율은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김사율은 세이브 부분 경쟁에 나설 정도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했다. 외부에서 영입한 이승호가 부진하고 정대현이 부상으로 오랜 기간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롯데 불펜은 흔들림이 없었다. 김사율의 존재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순항을 거듭하던 김사율이었지만, 리그 후반기 팀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동반 부진에 빠졌다. 롯데는 9월 들어 극심한 내림세로 돌아섰고 승리하기가 힘겨운 상황이었다. 정대현이 돌아오면서 불펜은 더 강화되었지만, 타격 슬럼프가 광범위하게 퍼졌고 불펜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정대현의 존재만으로 내림세를 막을 수 없었다.
이런 팀 분위기는 김사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사율은 꼭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 블론 세이브를 거듭하면서 팀의 내림세를 막지 못했다. 사실상 풀 타임 첫 마무리 투수로 나서는 김사율은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팀의 침체된 분위기는 김사율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뜻하지 않은 부상까지 겹쳤다. 30세이브를 넘게 기록한 김사율이었지만, 그에 대한 팀의 믿음도 시즌 막판 떨어지고 말았다.
김사율의 부진은 포스트 시즌에도 이어졌다. 급기야 롯데는 정대현을 팀의 마무리로 중용했다. 컨디션 난조를 보인 김사율은 등판 기회를 잡기도 어려웠다. 그 사이 정대현은 무리한 등판을 해야 했다. 롯데는 정대현, 김성배에 의존한 불펜 운영을 해야 했고 이는 박빙의 승부에서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 롯데는 불펜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김사율로서는 공든 탑을 마지막에 무너뜨린 시즌이었다. 시즌 후반기 부진은 김사율에게도 팀에도 큰 아쉬움이었다.
시즌 종료 직후 코칭스탭 개편과 함께 팀 전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롯데는 마무리 투수 부분에도 경쟁구도가 형성되었다. 34세이브를 올렸던 김사율이었지만, 그가 내년 시즌에도 풀 타임 마무리로 활약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팀의 수호신으로 자리한 정대현의 존재가 김사율에게 큰 위협이다.
지난해 롯데는 부상재발을 우려한 것도 있었지만, 정대현을 중간 투수로 투입하면서 그의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마무리로 자리한 김사율의 존재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리그 후반기, 포스트 시즌 김사율이 불안하면서 정대현은 다시 마무리 투수로 중용됐다. 그동안 리그에서 쌓아온 경험이나 중량감에서 김사율이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김성배와 더불어 홍성민이라는 젊고 싱싱한 사이드암 투수가 가세했다는 점은 정대현의 마무리 전업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김사율로서는 정대현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급성장세를 보인 강속구 투수 최대성 역시 전통 마무리 투수를 선호한다면 전격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와 올해 마무리 투수로 어렵게 자리했던 김사율의 자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사율은 주장을 자리를 다시 내려놓았다. 한결 부담을 덜고 시즌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경험이 많은 투수답게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지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사율의 투구패턴은 이미 노출되었다. 지난해는 포크볼로 올해는 낙차 큰 커브로 재미를 보았지만, 직구의 위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변화구가 효용성이 크게 떨어졌다. 상대팀들은 변화구 위주위 김사율에 어느 정도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마무리 투수로 다시 자리하기 위해서는 직구의 위력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스피드업이 어렵다면 공 끝의 힘을 되살려야 한다. 이는 하체 강화를 통해 가능하다. 시즌 막판 김사율은 사타구니쪽 부상으로 고생했다. 하체 강화를 할 여력이 없었다. 경험과 변화구로 타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이는 마무리 투수로서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김사율로서는 고질적인 부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체력적은 부분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김사율은 내년 시즌 롯데불펜에서도 핵심 선수다. 정대현은 해마다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다. 투구 수나 이닝을 조절해야 한다. 풀 타임 마무리를 맡기에는 부담스러운 정대현이다. 내년 3월 열리는 WBC 대표로도 나서야 한다. 올 시즌 오랜 재활끝 에 복귀한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활용에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마무리 후보 최대성 역시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롯데가 리빌딩을 하는 팀이 아니라는 점은 최대성의 전격 발탁을 어렵게 한다. 김사율이 여전히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김사율이 동계훈련 기간 건재를 확인시킨다면 내년 시즌 개막전 마무리 투수로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 시즌 김사율의 34세이브는 분명 가치 있는 기록이었고 큰 의미가 있었다. 연봉 고가 산정에서 1위에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30대 초반의 나이는 아직 수 년간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다. 2년간 팀의 마무리 투수로서 활약한 경험은 그에게 큰 자신이 될 수 있다. 시즌 후반기 부진으로 그의 세이블 기록을 깍아내릴 수 없는 이유다.
롯데는 김시진 감독 체제 이후 팀 내 경쟁을 더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는 베테랑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투수진도 선발과 불펜 할 것 없이 경쟁구도가 형성되었다. 롯데는 스토브리그 동안 투수자원을 더 확충했다. 더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모든 선수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김사율 역시 예외는 아니다.
마무리 투수로 재신임을 받기 위해 김사율은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10년을 넘는 무명 설움을 이겨낸 김사율이기에 지금의 위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김사율이 마무리 투수로 재신임을 받을 수 있다면 정대현의 부담을 덜 수 있고 불펜 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김사율 역시 올 시즌 34세이브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
롯데의 마무리 투수 잔혹사를 끊었던 김사율이다. 그가 없었다면 롯데의 가을야구도 없었다. 김사율이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며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이는 롯데의 2013년 전력구상에 있어 중요한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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