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의 영입과 성공은 로또와 비교된다. 그만큼 힘든 선택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시즌에도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중도에 교체되는 비운을 맛봐야 했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떨어지는 팀은 대부분 하위권으로 처지고 말았다. 여기에 국내 선수자원의 부족으로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그 선택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 소식이 속속 들리는 가운데 롯데가 결별한 사도스키는 대신할 외국인 투수를 결정했다. 메이저리그 토론토에서 뛴 경험이 있는 스캇 리치몬드가 그 선수다. 리치먼드는 보기 드문 캐나다 출신 선수로 캐나다 국가대표로 우리와 국제경기에서 만난 경험 있다. 2009시즌 토론토에서 선발 투수로 8승을 거둔 경력이 있는 리치먼드는 이후 부상이 겹치면서 메이저리그의 문턱에서 좌절된 경험이 있다.
올 시즌 리치먼드는 트리플에이에서 선발로 뛰면서 11승 7패 방어율 5.61을 기록했고, 잠시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어 3경기 불펜투수로 나섰다. 하지만 그리 인상적인 성적은 아니었다. 이름값이나 경력을 본다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올 시즌 초반 유먼의 영입을 결정했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롯데는 리치몬드가 2미터 가까이 되는 큰 키에서 던지는 타점 높은 구위에 주목했다고 했다. 제구력도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타자들이 애를 먹는 유형의 투수가 될 수 있다. 2년간 두산이 에이스로 활약했던 니퍼트와 올 시즌까지 3년간 활약했던 롯데 사도스키를 섞어놓은 듯한 투수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은 안팍에서 반신반의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그의 부상경력이다. 리치몬드는 2009년 시즌 이후 어깨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 들어 재활에 성공한 모습이지만 큰 위험요소다. 부상 부위가 어깨라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풀타임 선발로 시즌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롯데는 리치먼드의 영입을 결정하는데 있어 이 부분을 면밀히 체크했겠지만, 동계훈련 과정에서 테스트가 필요해 보인다.
롯데는 올 시즌 유먼이라는 걸출한 좌완 에이스를 얻었다. 유먼은 그에 대한 의구심을 멋진 호투로 털어냈다. 좌완 에이스 장원준의 입대 공백을 확실하게 메워주었다. 유먼이 없었다면 롯데의 PO 진출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롯데는 누적된 기록보다 우리 리그에 통할 수 있는 투수에 주목했다. 유먼은 대만리그 경험이 있어 동양야구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유먼은 성적은 물론이고 팀 선수들과의 친화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롯데는 유먼의 성공사례를 고려해 외국인 투수 영입의 기준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리치몬드는 우월한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다. 이는 큰 장점이다. 롯데의 평가대로 제구력이 안정되어 있다면 수준급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3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외국 리그를 선택했다는 점은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프로선수로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한국행은 강한 정신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가대표 간 대결이었지만 우리 프로야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점도 팀 융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선발투수로 8승을 거둔 사도스키를 떠나보내고 리치먼드를 영입했다. 사도스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한 영입이다. 리치몬드는 유먼, 송승준과 더불어 선발 로테이션의 상위를 맡아주어야 한다. 최소 10승 이상을 해줘야 롯데의 선발로테이션 구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만약 생소함을 무기로 유먼과 같은 활약을 해준다면 롯데의 상위권 진입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롯데는 내년 시즌 투수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장성호를 영입하긴 했지만,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아직 미지수다. 롯데는 FA 보상선수로 투수를 선택하면서 마운드를 더 강화하는 역선택을 했다. 롯데는 취약하던 선발진까지 풍성해지면서 지키는 야구를 펼칠 기반을 닦았다.
고원준, 이용훈, 김승회가 선발진의 뒤를 받히고 있고 선발과 불펜을 오갈 진명호, 이재곤, 이정민, 김수완도 대기하고 있다. 정대현을 축으로 구성될 불펜 역시 김성배, 김사율, 홍성민, 강영식, 이명우 등이 부상변수가 없다면 리그 최고 수준이다. 돌아온 에이스 조정훈의 재활이 순조롭다면 선발과 불펜 리그 최상급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리치먼드는 롯데의 지키는 야구의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롯데는 거포형의 타자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선발 투수를 추가 영입했다. 마운드의 힘을 극대화하려는 조치였다. 타 팀의 외국인 선수보다 지명도가 떨어짐에도 영입한 투수라는 점은 그의 기량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롯데는 내심 리치먼드가 제2의 유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연 롯데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리치먼드가 떠나간 사도스키를 잊게 할 만큼의 기량을 선보이면서 롯데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할지 그의 활약이 주목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MLB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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