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프로야구를 결산하는 골든글러브가 축제의 장이 아닌 논란의 장이 되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고질적인 배타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덕분에 준수한 성적으로 투수 부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장원삼이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 올 시즌 7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제 10구단 시대의 서막을 올린 프로야구에 옥에 티가 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투수 부분의 논란만 아니라면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흥미로웠다. 올 시즌 하위팀의 돌풍을 일으킨 넥센의 3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약진한 것이 눈에 띄었고 우승팀 삼성이 이승엽 외에 수상자가 없었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상자의 얼굴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도 특이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이겨내고 2년 연속 수상자가 된 선수도 있다. 포수 부분의 강민호, 외야수 부문의 손아섭, 이용규, 3루수 부분 최정이 그들이다. 이들은 시즌 성적으로 경쟁자들을 제쳤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삼성 선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연속 수상을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포수 부분의 진갑용, 3루수 부분의 박석민, 외야 부분의 박한이 등은 우승팀 프리미엄을 안고 있었지만, 수상자들을 뛰어난 성적으로 수성에 성공했다.
이들 중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강민호는 수상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강민호는 시즌 막판 큰 부상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경기에 나서는 못했다. 롯데 전력에 큰 손실이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강민호에 큰 아쉬움이었다. 올 시즌 팀내 비중이 더 높았었던 강민호였다. 그렇기 때문에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탈락은 더 큰 아픔이었다.
골든글러브 수상은 강민호의 이런 아쉬움을 조금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년 연속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겨낸 결과라는 수상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이제 강민호는 전도유망한 젊은 포수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확실하게 자리했기 때문이다. 내년 봄 열리는 WBC에서도 강민호는 진갑용과 더불어 대표팀의 안방을 책임져야 한다. 이제 국가대표 구성에 포수 강민호는 우선 고려 대상이 되었다.
앞서 밝혔지만 올 시즌 강민호는 롯데의 공격과 수비에서 핵심을 이루는 선수였다. 강민호는 이대호가 떠나면서 약해진 중심 타선에 새로운축이 되어야 했다. 리그 포수 중 최고의 타격감과 장타력을 지닌 강민호였지만,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일임이 틀림없었다. 또한, 프로 9년 차에 접어든 강민호는 보다 더 완숙한 투수리드와 수비능력을 함께 요구받았다. 공수에서 강민호는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시즌 시작 당시 마땅한 백업 포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강민호의 부담은 더 커졌다. 주전 이상의 백업인 장성우의 군입대 공백은 팀은 물론이고 강민호에게도 악재였다. 게다가 시즌 초반 부진한 팀 성적은 강민호의 무리를 부추겼다. 설상가상으로 예전 수술을 했던 팔꿈치 쪽의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강민호를 대체할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특히 공격에서 강민호의 공백은 상당했다.
여기에 동계훈련부터 기대를 모았던 젊은 포수들의 성장세가 빠르지 않았다. 강민호의 고군분투가 올 시즌에도 계속되는 분위기였다. 시즌 중반 롯데는 강민호의 백업 포수로 용덕한을 영입했다. 강민호가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됬다. 체력안배가 가능해졌다. 용덕한의 영입은 롯데에 신의 한 수로 여겨졌다. 하지만 강민호의 뜻하지 않은 부상과 팀의 침체가 함께 찾아오면서 그 효과가 반감되었다.
SK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던 와중에 강민호는 경기중 주자와 충돌하면서 입은 부상으로 상당수 경기를 나설 수 없었다. 백업으로 영입되었던 용덕한이 주전 마스크를 써야 했다. 롯데가 원하는 변화가 아니었다. 9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롯데는 강민호의 부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롯데는 끝 모를 부진에 빠졌다. 특히 타선의 침체는 극에 달했다. 롯데는 가까스로 4강에 턱걸이할 수 있었다.
포스트 시즌에 대비해 몸을 추슬렀던 강민호는 포스트 시즌에서의 활약을 다짐했지만, 또 다른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야수의 송구가 눈에 맞으면서 준PO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강민호는 병원에서 그의 백업 포수 용덕한의 맹활약을 지켜봐야 했다. 극적인 PO 진출로 분위기를 탄 롯데는 한국시리즈 진출의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강민호는 천군만마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부상의 후유증은 여전했고 강민호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강민호의 방망이 침묵했고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강민호의 2012년 시즌도 함께 마무리되었다. 팀의 중견 선수로서 강민호는 큰 아쉬움이 들 수 있는 시즌이었다. 부상이 연속되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은 강민호는 물론 롯데 전력에 큰 손실이었다.
이러한 악재가 연속되는 와중에도 강민호는 올 시즌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타율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떨어진 0.279를 기록했지만, 지난 시즌과 똑같은 19개의 홈런과 66타점으로 여전한 펀치력과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다. 두 자리 수 이상을 맴돌던 병살타 숫자도 크게 줄었다. 강민호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향상된 수비능력이었다.
매 시즌 수비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받는 강민호였지만, 올 시즌은 실책 수를 3개를 대폭 줄였다. 동계훈련 기간 수비능력 향상에 공을 들였던 결과가 나타났다. 공격력과 수비력의 차이를 크게 줄인 강민호였다. 여전히 원바운드 블로킹 등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공수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인 한해였다. 팀 성적의 아쉬움이 있음에도 강민호는 객관적인 기록에서 경쟁자들을 누르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었다.
2년 연속 골든 글러브 수상으로 강민호는 리드를 대표하는 포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박경완, 조인성, 진갑용 등에 이어 포수의 새로운 계보를 잇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그에게 큰 영광이기도 하지만,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항상 선배들을 아래에서 보고 따라가던 것에서 자신을 추격하는 이들의 도전을 뿌리쳐야 상황이 되었다. 당장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두산의 양의지는 강민호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부상의 악재 속에서 강민호는 강한 의지로 이를 극복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골든글러브는 큰 의미가 있는 상이라 할 수 있다. 내년 시즌 강민호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한다. FA 신청 자격을 얻게 된 강민호는 어느 시즌보다도 큰 의욕을 가지고 시즌을 준비할 것으로 보이다. 벌써 FA 최대어로 강민호가 지목되고 있다. 젊고 경험이 풍부한 공격력을 지닌 포수 자원은 없다고 해도 되기 떼문이다.
강민호로서는 개인의 성적과 함께 팀 성적이 동반된다면 자신의 가치상승을 더 기대할 수 있다. 그 어느 시즌보다 집중력을 지닐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현실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민호로서는 이번 동계 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부상의 기억들을 모두 지워내야 하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젠 팀의 리더 역할도 병행해야 한다. 그에 대한 팀의 기대치가 더 커짐을 의미한다.
강민호가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고 내년 골든글러브를 차지할 정도의 활약을 한다면 그에게 찾아올 부와 명예를 상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악재를 이겨낸 2012년 골든글러브 수상은 강민호에 긍정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강민호가 내년 시즌, 최고 포수로서 그 입지를 더 단단하게 할 수 있을지 벌써 기대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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