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투수에게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그 어떠한 공보다 빠른 직구는 타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공이 빠르다는 것은 투수가 심리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고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변화구의 위력을 더해준다. 위기의 순간 삼진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울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이런 투수가 선발투수로서 이닝이터의 능력까지 갖춘다면 에이스로 올라서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강속구 투수들의 숙명인 제구력의 안정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지만, 자유자재로 제구할 수 있는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신은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주지않기 때문이다. 강속구 투수와 제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프로야구팀들은 강속구 투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어렵다. 그 장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3년 연속 LG와 계약한 외국인 투수 리즈는 160킬로 이르는 빠른 직구가 주 무기인 투수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주키치와 함께 LG의 선발 마운드를 이끌어야 하는 투수다. 지난 2년간 리즈는 주키치보다 더 큰 기대를 받았지만, 성적은 그 반대였다. 입단 당시 리즈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투수로 지명도에서 주키치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주키치는 미지의 투수였다.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서 두 선수의 희비는 엇갈렸다. 주키치가 큰 키에서 내리 꽂는 직구와 체인지업, 안정된 제구로 LG의 실질적 에이스로 올라섰지만, 리즈는 강속구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기복이 심한 투수를 했다. 제구력의 차이는 성적과 연결되었다. 주키치가 주 시즌 연속 10승 이상의 3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며 안정감을 보인 반면 리즈는 그 부침이 심했다.
2011시즌 11승 13패 방어율 3.88을 기록한 리즈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리그 적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시즌 리즈는 마무리투수 적응에 실패하면서 시련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항상 마무리 투수 갈증에 시달리던 LG는 리즈의 강속구에 주목했다. 다소 구종이 단조롭지만, 리즈의 빠른 공이라면 1~2이닝 정도는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LG의 구상은 어긋났고 리즈는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는 투수가 되고 말았다. 이는 자신감의 상실로 이어졌다. 리즈는 한동안 깊은 부진에 빠졌다. 결국, 리즈는 마무리에서 선발로 변신해야 했다. 외국인 투수 대안 부재 속에 다시 기회를 잡은 리즈는 선발 투수로 한층 안정된 투구를 했다. 8월이후 리즈는 다른 투수가 되었다.
특히 9월 이후 리즈는 6번의 등판에서 41.2이닝을 소화하면 방어율 1.51을 기록했다. 지독히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승수를 쌓지 못했지만 매 경기 7이닝 정도를 소화하면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그 순도가 높았다.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된 리즈는 후반기 부진했던 주키치를 대신한 에이스 투수였다.
하지만 리즈는 지난 시즌 5승 12패 3.69의 방어율로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마무리투수로서 겪은 시행착오를 만회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그에게 유독 심했던 타선의 지원 부족도 승보다 패전에 더 익숙하게 했다. 이런 성적에도 리즈는 시즌 후반기 빠른 공을 유지하면서 제구력을 갖춘 선발투수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리즈의 변신은 역설적으로 LG와의 인연을 더 이어갈 수 없게할수 있었다. 자신의 투구에 자신감을 되찾은 리즈는 더 큰 무대로의 가능성을 높였다. 재계약 과정이 순탄하게 이어질 수 없었다. 리즈에 대한 해외 구단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탓이었다. 리즈 스스로도 메이저리그 재 도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LG는 리즈를 놓칠 수 없었다. 팀과 잘 융화된 검증된 외국인 투수를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 후반기 보여준 리즈의 특급 투구는 그를 더욱더 놓칠 수 없게 하는 요인이었다. 긴 협상과 기달림 끝에 LG는 주키치와 리즈 두 외국인 투수와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선발투수 난에 시달리는 LG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2013시즌 리즈는 승보다 패 수를 더 쌓아가던 투수에서 당당한 에이스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시행착오 끝에 얻은 특급 선발투수의 가능성을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리즈가 지난 시즌 후반기 대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제구가 동반되어 가능했다. 직구가 마음먹은 대로 들어가면서 타자들은 리즈 공략에 애를 먹었다. 떨어지는 변화구가 추가 장착되면서 난공불락의 투수가 되었다
지난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리즈는 주키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성적을 반전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제구가 동반된 150킬로 후반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리즈라면 리그를 호령할 투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 공을 던질 수 있다면 그에 대한 전력 분석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완할 점은 존재한다. 아직 리즈는 투구시 주자견제와 수비같은 세세한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다. 던지는 것만 잘해서 에이스 투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계 훈련기간 이런 부분에 대한 더 많은 훈련과 보완이 필요하다. 아직 남아있는 경기 중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현상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리즈의 2013시즌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정신적으로 강인함을 유지하는 것이 더 더 중요할 수 있다.
리즈는 LG에서 3시즌째를 맞이하면서 외국인 선수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주키치와 함께 리즈는 팀과 높은 친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성적에 따라 그 진퇴가 결정되는 외국인 투수의 숙명을 거스를 수 없다. LG의 강력한 구애에 3시즌 연속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진하다면 팀을 떠나야 하는 냉혹한 현실은 여전하다. 리즈로서는 더 좋은 성적으로 가치를 확실히 증명할 필요가 있다.
이제 리즈는 미완성된 강속구 투수에서 완성된 에이스 투수로 2013시즌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선발투수들의 기량이 아직 미지수인 LG로서는 두 외국인 투수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승에 그친 리즈가 10승을 훌쩍 넘는 승수를 기록할 수 있다면 LG의 상위권 진출 희망을 이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리즈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더 큰 무대로의 진출희망에도 한발 더 다가설수 있다. 과연 리즈가 그의 강속구를 바탕으로 LG의 기대를 100% 충족시키는 선발 에이스로 그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그의 2013시즌이 기대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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