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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포스트 시즌에서 뜨거운 접전을 펼쳤던 롯데와 두산의 올 시즌 첫 만남은 지난해 준PO대결을 연상시킬 만큼의 초접전이었다. 양팀은 정규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를 연장까지 이어갔지만, 12회 연장의 결과는 3 : 3 무승부였다. 양 팀은 가용 엔트리는 모두 가동하며 승리 의지를 불태웠지만, 아무도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양 팀은 상반된 조건에서 경기에 임했다. 4일 휴식을 취한 롯데가 더 유리한 상황이었다. 롯데는 5연승 후 KIA에 당한 2연패 후유증을 씻어낼 시간이 있었고 마운드도 선발, 불펜 모두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부상 선수들이 회복할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반대로 두산은 주중 KIA와 3연전을 치르고 먼 길을 이동한 상황이었다. 위닝 시리즈를 가져오긴 했지만, 전력 소모가 많았고 체력적이 부담이 있었다. 대신 앞선 경기감각과 물오른 타격감을 그대로 가지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롯데가 주도했다. 롯데는 1회 초 두산 선발투수 올슨을 상대로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1번 김문호의 몸맞는공 출루로 기회를 잡은 롯데는 2사 후 전준호의 볼넷과 5번 장성호의 적시 안타로 1 : 0 리드를 잡았다. 여기에 두산 선발 올슨의 갑작스러운 부상과 교체는 경기 분위기를 롯데 쪽으로 돌려놓는 돌발 변수였다. 두산은 경기 시작부터 불펜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급히 유희관을 마운드에 올렸다. 경험이 적은 투수에게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희관은 침착했다. 위력이 있는 직구와 각도 큰 변화구를 적절히 배합하며 롯데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유희관은 사실상 두 번째 선발 투수 역할을 하면서 3.1이닝 5탈삼진 1실점으로 기대 이상으로 호투했다. 자칫 롯데 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 있는 경기를 대등하게 만들어 주는 투구였다.

 

 

 

(5이닝 1실점 롯데 선발 송승준)

 

 

롯데는 유희관의 투구에 고전했지만, 3회 초 조성환의 내야안타와 손아섭의 안타, 전준우의 땅볼을 묶어 한 점을 추가 득점하며 초반 흐름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후 롯데 타선은 두산의 불펜을 상대로 좋은 공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두산은 유희관에 이어 김강율까지 젊은 불펜 투수들이 힘 있는 공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문제는 두산의 타선이었다. 두산은 롯데 선발 송승준을 상대로 매 이닝 출루가 이루어졌지만, 번번이 득점에 실패했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뜨거운 두산 타선에 수차례 위기를 맞이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막았다. 3회 말 볼넷과 몸맞는 공을 내주며 자초한 1사 2, 3루 위기에서 고감도 타격감을 과시하던 민병헌, 김현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긴 장면은 에이스다운 역투였다.

 

송승준은 지나치게 코너워크를 의식한 탓에 투구 수가 많아지고 사사구 5개를 내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공 끝이 살아있는 직구와 포크볼을 대신한 각도 큰 커브를 적절히 활용하며 팀의 리드를 지켜냈다. 이런 송승준에 두산 타선은 주중 KIA전과 같은 집중력을 보이지 못했다. 출루만 많고 득점이 없는 비효율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답답한 두산의 공격을 이끈 타자는 중심 타선이 아닌 하위 타선의 허경민이었다. 허경민은 첫 타석 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이후 4회 말 2사 2루에서 1타점 적시안타를 터뜨리며 두산이 롯데를 압박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두산의 중심 타선을 비교적 잘 막았지만, 오재원, 허경민으로 이어지는 빠르고 재능있는 하위타자들과 승부에 실패하면서 실점을 하고 말았다.

 

5회까지 공방전을 마친 롯데와 두산은 6회부터 본격적인 불펜 싸움으로 경기의 2막을 열었다. 롯데는 5회까지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송승준을 내리고 힘을 비축한 불펜으로 지키는 야구로 승부를 걸었다. 두산 역시 경험 많은 이혜천을 마운드에 올리며 추격의 의지를 놓치지 않았다. 롯데는 6회 초 두산 불펜 투수 이혜천을 상대로 박종윤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3 : 1로 리드폭을 넓혔다. 롯데의 강력한 불펜을 고려하면 승리 가능성을 한 층 높이는 추가점이었다.

 

하지만 두산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가 추가점을 거듭 놓치자 두산에도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는 7회 초 두산 불펜의 난조에 따른 볼넷 3개로 잡은 만루 기회를 놓친 데 이어 8회 초 무사 1루 기회를 거듭 놓치며 승세를 확실하게 굳히지 못했다. 위기뒤에 찬스라는 야구의 격언은 8회 말 두산 공격에서 그대로 적용되었다.

 

롯데의 두 번째 투수 김성배의 구위에 눌리던 두산 타선은 강영식에 이어 등판한 김사율의 난조를 틈타 동점을 이룰 수 있었다. 김사율은 긴 휴식으로 경기감각이 떨어진 탓인지 제구의 정교함이 평소와 같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컸고 두산의 타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두산은 무사 1루에서 김동주의 볼넷과 홍성흔의 중전 적시타로 롯데를 한 점차로 압박했다.

 

두산은 오재원의 보내기 번트 실패와 김동주의 주루사에도 불구하고 김사율은 안정을 되찾지 못했다. 두산은 1사 후 오재원의 안타와 김사율의 폭투에 이은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이룰 수 있었다. 김사율은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주는 부진 속에 팀의 2점 차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8회 말 두산의 2득점은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올린 것은 물론이고 경기를 접전 2막으로 빠져들게 했다.

 

이후 경기는 양 팀 불펜 투수들이 빛나는 이닝이 이어졌다. 롯데는 올 시즌 두산에서 롯데로 팀을 옮긴 김승회를 8회 말 위기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 KIA전에서 극심한 난조를 보였던 김승회는 한 구 한 구 혼신의 힘을 다하는 투구로 위기를 넘겼고 두산의 강타선을 3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직구의 위력과 함께 각도 있는 변화구의 제구가 잘 되었다.

 

이런 김승회에 맞선 두산의 불펜 카드는 오현택이었다. 9회 초 수비부터 마운드에 오른 오현택은 젊은 패기와 과감한 승부로 롯데 타선에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두 투수는 연장까지 이어지는 승부에서 나란히 3이닝 무실점 투구로 팽팽하게 맞섰다. 두 선수의 역투를 연장 승부를 하염없이 길게 이어지도록 했다.

 

연장 승부는 12회까지 이어졌고 양 팀은 가장 강한 불펜 카드를 모두 소진하며 상대 타선에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두산은 11회 말 만루 기회에서 타격감이 좋았던 김현수가 초구 볼을 건드리며 범타로 물러난 장면과 함께 12회 말 롯데 마무리 정대현을 상대로 1사 1, 2루의 끝내기 기회를 잡고도, 두 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나며 승리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공수 맹활약, 베테랑의 힘 보여준 조성환)

 

 

 

롯데는 경기 초반 추가 득점을 할 기회를 놓치면서 상대에 추격의 불씨를 남겨준 것과 경기 후반 불펜이 무너진 것이 아쉬웠다. 공격에서도 경기 후반 두산 불펜을 상대로 다소 무기력한 타격으로 일관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양팀은 마운드가 두 팀 합쳐 16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는 경기운영을 한 것이 불만족스러웠지만, 수비에서 연이은 호수비가 이어지고 실책이 없는 깔끔한 경기를 했다는 점은 상위권 팀 간 대결다운 모습이었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팀을 옮긴 홍성흔이 2안타와 함께 추격의 1타점을 기록하며 활약했고 두산에서 롯데로 팀을 옮긴 김승회 역시 믿음직한 투구로 홍성흔 못지않은 활약을 했다. 두산은 득점 기회에서 홍성흔을 제외한 중심 타선의 결정력이 아쉬웠고 롯데는 초반 상승세를 살리지 못한 타선의 공격력이 아쉬웠다.

 

이렇게 많은 이야깃 거리가 더해진 연장 12회 접전에도 승부를 내지 못한 양 팀은 롯데 옥스프링, 두산 김상현을 토요일 경기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금요일 경기 아쉬움을 덜어내기 위해 승리가 필요한 양 팀이지만, 불펜의 소모가 많았다. 선발 투수들이 얼마나 많은 이닝을 던져줄지가 승패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옥스프링, 김상현 모두 이닝 이터와 거리가 있는 투수들임을 고려하면 선발투수의 교체시기 포착과 벤치의 경기운영 능력이 승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4일 휴식을 취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고 두산은 잠시 주춤함 타선이 다시 폭발하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양 팀의 시즌 첫 대결은 헛심만 쓴 결과를 나눠갖고 말았다. 하지만 남은 경기에서도 양 팀의 대결이 뜨거울 것임을 미리 알려주는 예고편 같은 대결이기도 했다. 어느 팀이 금요일 연장접전의 후유증을 떨쳐내고 주말 2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지 그 결과는 상위권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두 팀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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