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개막 5연승으로 기세를 올리던 롯데의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롯데는 4일 휴식 전 KIA전 연패에 이어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도 2연패를 추가하며 중간의 무승부를 제외하며 4연패를 당했다. 초반 상승세는 사라지고 5할 승률에 턱걸이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요일 두산전에서 롯데는 초반 0 : 5 뒤지던 경기를 6 : 6 동점으로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연장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두산에 6 : 7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롯데로서는 결과만큼이나 투타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한 패배였다. 롯데는 팀 15안타로 8안타의 두산보다 거의 두 배의 안타수를 기록했지만,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마운드는 볼넷 8개를 내주면서 어렵게 경기를 이끌었다. 롯데의 7실점 대부분은 볼넷이 빌미가 되면서 실점과 연결되었다.
롯데 마운드는 주말 3연전 내내 볼넷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이었다. 롯데는 송승준, 옥스프링, 유먼으로 이어지는 가장 좋은 선발 로테이션으로 두산과 맞섰지만, 선발 투수가 모두 볼넷에 발목이 잡히면서 승부를 어렵게 했다. 초반 투구 수는 늘어났고 실점 위기에서 공은 가운데 몰리기 일쑤였다. 이런 롯데 마운드의 문제를 두산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두산은 팀 안타를 득점 기회에서 집중시켰다. 부족한 안타를 기동력의 야구로 메웠다. 두산은 일요일 경기에서도 5개의 팀 도루로 롯데 베터리를 흔들었다. 연장 끝내기 승리도 이종욱의 볼넷 출루와 도루, 이 과정에서 유발된 롯데 내야진의 실책이 있어 가능했다. 두산은 득점하는 법을 알았고 롯데는 그것에 미숙했다. 그 차이는 주말 3연전의 명암을 엇갈리게 만들었다.
(초반 볼넷 남발로 무너진 유먼)
여기에 마운드의 볼넷 남발은 롯데의 경기를 더 어렵게 했다. 롯데 투수들은 타선의 부진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려는 모습이 강했다. 선발 투수들은 실점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두산 강타선과의 대결은 지나치게 신중한 투구로 이어졌다. 롯데 투수들은 4일 휴식으로 충분한 힘을 비축하고 힘 있는 공을 던졌지만, 그 이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일요일 경기 선발로 나선 유먼 역시 볼넷 5개에 발목이 잡혔다. 2회 말 홍성흔, 오재원에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한 유먼은 2사 하위타자 민병헌과의 긴 승부에서 타자를 이겨내지 못했다. 끈질긴 승부로 유먼을 괴롭히던 민병현은 유먼의 밋밋한 변화구를 좌월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전날 완승한 분위기를 두산이 이어가게 하는 홈런이었다.
두산은 3회 말 오재원의 홈런으로 4회 말에는 민병헌의 볼넷과 이종욱의 재치가 돋보인 내야안타로 잡은 기회에서 손시헌의 내야 땅볼로 추가 득점을 더하며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았다. 득점력 부재에 시달리는 롯데에 초반 5점의 차이는 큰 부담이었다. 롯데 선발 유먼은 힘있는 직구가 있었지만,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이 높게 제구되었고 제구가 흔들리면서 두산 강타선을 제어하지 못했다. 유먼은 3.1이닝 5실점의 부진속에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롯데는 큰 점수 차였지만, 불펜의 믿을맨 김승회를 4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올리며 추격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김승회는 이후 3이닝 무실점 투구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고 김승회의 호투는 경기 후반 롯데 대추격전의 발판이 되었다.
롯데가 초반 실점으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두산 선발 노경은도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화요일 경기에서 120개가 넘는 공을 던진 노경은은 분명 후유증이 있었다. 직구가 높게 들어갔고 공의 힘도 이전보다 떨어졌다. 롯데 타선은 노경은을 상대로 9안타를 치면서도 5회까지 단 한점도 득점하지 못했다. 롯데 선발 유먼이 스스로 무너졌다면 노경은 위기의 순간 과감한 승부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롯데 타선은 득점권에서 노경은을 상대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지 못했다. 불안했지만, 노경은의 무실점 투구는 계속 이어졌다.
이런 롯데의 답답한 흐름을 깨는 득점은 6회 초 공격에서 나왔다. 롯데는 구위가 떨어진 노경은을 상대로 1사 후 장성호, 전준우가 연속안타로 다시 한 번 득점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나온 황재균의 3점 홈런은 경기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꿔놓았다. 비디오 판독까지 거친 홈런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했다. 황재균으로서는 헤어나지 못했던 타격부진을 벗어날 수 있는 한 방이었다.
롯데의 추격은 경기 후반 빛을 발했다. 두산은 7회부터 필승 불펜진을 가동했지만, 믿었던 정재훈, 이재우 두 베테랑 불펜이 흔들리며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롯데는 8회 초 두산 3루수 이원석의 실책으로 잡은 기회에서 부상으로 경기 출장을 하지 못했던 박종윤을 대타로 기용했고 박종윤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두산은 한 점 차로 압박했다.
(추격의 3점 홈런, 황재균 타격감 회복하나?)
두산이 8회 공격에서 오재원의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로 6 : 4로 달아났지만, 롯데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9회 초 공격에서 롯데는 두산의 필승불펜 이재우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며 동점에 성공했다. 선두 조성환과 3번 손아섭의 연속 안타, 김대우의 볼넷이 이어지며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롯데로서는 동점을 넘어 역전을 노릴 기회였다.
두산은 이재우에 이어 최근 좋은 투구내용을 보이는 오현택을 마운드에 올리며 경기를 정규이닝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하지만 롯데는 전준우의 밀어내기 몸맞는 공과 황재균의 희생플라이가 이어지면서 동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두산 마운드에 흔드리는 상황에서 롯데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였다. 동점을 만들고도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연장으로 접어든 경기는 두산의 신예 불펜투수 오현택과 롯데 필승 조와의 맞대결이었다. 롯데는 9회 말 이명우에 이어 마무리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리며 실점을 막았고 두산은 오현택 홀로 마운드를 지켰다. 오현택의 부담이 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현택은 흔들림 없는 투구로 롯데 타선의 상승세를 잠재웠다.
팽팽한 불펜 대결로 이어지던 경기는 11회 말 두산 베테랑들의 활약으로 승패가 엇갈렸다. 10회 말에 이어 11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은 10회 말 무사 2루 위기를 노련미로 극복한 데 이어 11회 말도 2아웃을 잡으며 순조롭게 이끌었다. 롯데는 좌타자 이종욱에 대비해 좌완 강영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21개의 투구 수에 불과한 정대현의 상태와 하루 휴식일이 있음을 고려하면 좀 더 정대현을 끌고 갈 수 있었다.
롯데 벤치의 선택은 타격 상승세의 좌타자 이종욱을 막기 위한 좌완 투수의 기용이었다. 문제는 이종욱이 올 시즌 좌투수에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종욱은 강영식과의 통산 전적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좌투수의 이점이 크게 작용할 수 없는 매치업이었다. 결과적으로 좌우 상생을 고려한 롯데 벤치의 투구 기용은 패착이 되었다.
이종욱은 불규칙 바운드의 행운인 깃든 안타로 출루했고 과감한 도루를 시도했다. 롯데의 바뀐 포수 김사훈은 송구는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향했다. 유격수와 2루수 누구도 베이스에 들어가지 않았다. 김사훈은 송구는 외야로 향했고 이종욱은 3루까지 갈 수 있었다.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 결과였다. 2사지만 주자는 3루, 경기가 끝날 수 있는 변수가 더 늘어난 상황이 연출되었다.
롯데는 김사율을 급하게 마운드에 올렸지만, 이 또한 성급한 교체였다. 강영식의 구위라면 손시헌의 방망이를 이길 힘이 있었다. 이미 스트라이크를 하나 잡은 상황이었다. 롯데 벤치는 또 다시 투타의 좌우 매치업을 중시하는 불펜 운영을 했다. 김사율은 이미 금요일 경기에서 2실점으로 불론 세이비를 한 기억이 있는 투수였다. 자신감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손시헌은 김사율과의 기 싸움에서 이기고 있었다. 김사율의 공은 위력이 없었다. 손시헌은 김사율의 공을 밀어 우익수 키를 넘기는 안타로 연장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 우익수 김문호는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손시헌이 장타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외야의 얕은 수비가 그 원인이었다. 경기 도중 교체된 주전 우익수 손아섭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은 순간이었다.
(2경기 연속 구원 실패로 고개숙인 김사율)
결과론이지만 롯데는 11회 말 수비에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투수기용과 수비 포메이션 문제로 대추격전의 끝을 해피앤딩으로 만드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두산은 자칫 팀 사기가 떨어질 수 있는 경기에서 막판까지 끈기를 발휘하며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경기 후반 불펜이 흔들리긴 했지만, 선수들의 집중력이 경기 마지막까지 이어졌고 신.구의 조화를 이루 투터운 선수층은 연승을 이어가는 중요한 원인이었다. 연장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기록한 오현택의 발견은 주말 3연전의 큰 수확이었다. 두산은 주말 연승으로 4일 휴식을 기분좋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롯데는 믿었던 1, 2, 3선발 투수를 모두 투입하고도 주말 3연전에서 1무 2패의 실망스런 결과를 받아 들여야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마운드는 실점의 부담 등으로 볼넷이 많아졌고 타선은 내실 없는 공격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지 못했다. 여기에 벤치의 조급함이 더해지면서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고 말았다. 대진운에 의한 초반 연승이라는 비판에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졌다.
롯데로서는 주중 3연전부터 떨어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해졌다. 투타의 불균형이 이어진다면 선수가 신뢰도가 떨어지는 물론, 팀 조직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4번 타자로 기용되고 있는 김대우가 점점 1군 투수들의 공에 적응력을 높이고 있고 1번 김문호가 슬럼프를 빠르게 극복하며 타격감을 회복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3점 홈런를 기록한 황재균을 비롯 전준우 등 우타선이 살아난 것도 위안이 되는 부분이었다.
하짐나 연패 과정에서 투타의 불균형이 계속 노출되었다는 점은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팀 조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니다. 롯데는 만만치 않은 상대인 넥센과의 주중 3연전에서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할지와 마운드의 불안요소를 얼마가 극복할 수 있을지가 연패 탈출의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못하자면 힘든 한 주를 또 한 번 보낼 가능성이 높은 롯데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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