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최종전까지 가려지지 않았던 2위 자리의 주인공은 LG였다. LG는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5 : 2로 승리했다. LG는 한화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1 : 2로 패한 넥센과 마지막까지 2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두산을 누르고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을 야구 진출을 염원했던 LG가 그것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경기는 LG에 한 편의 반전 드라마였다. LG와 두산은 시즌 최종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를 선발로 등판시켰다. LG는 최고 승률을 자랑하는 류제국을 두산은 올 시즌 니퍼트를 대신해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던 노경은을 선발로 내세웠다. 준PO를 할 수 있다는 변수를 걱정하기보다는 PO직행을 위한 마운드 운영이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두산이 주도했다. 두산은 홍성흔, 이원석의 연속 타자 홈런으로 2 : 0 리드를 잡았다. LG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타선의 초반 득점에 두산 선발 노경은은 호투로 화답했다. 경기 초반 LG 타선은 노경은에 고전했다. 승부에 대한 부담을 타자들이 이겨내지 못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선발 류제국이 솔로 홈런 2방을 허용한 이후 안정을 되찾았다. LG는 뒤지고 있었지만, 추격의 여지를 남겼다.
반대로 두산은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다. 불안한 리드였다. 같은 시각 넥센이 한화에 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큰 점수 차는 아니었지만, 두산의 PO직행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두산에게는 LG전에 극강의 모습을 보였던 유희관의 불펜 투입카드가 있었다. 하지만 6회 말 자신 있게 꺼내 든 유희관 카드가 실패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병규, LG 2위 이끈 결승 타격왕의 2루타)
두산에 끌려가던 LG는 6회 말 선두 타자 윤요섭의 안타를 시작으로 3개의 안타가 더 이어졌다. 그 중간에 두사 외야수 민병현의 실책이 더해졌다. LG는 6회 말에만 4득점 하며 경기를 역전시켰다. 두산은 선발 노경은에 이어 LG 타자들을 겨냥, 6회 말 좌완 유희관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유희관이 적시타를 연거푸 허용하며 경기 흐름을 내줘야 했다.
타율왕 경쟁을 하고 있던 LG 큰이병규는 자신의 타격왕을 확정 짓는 2타점 역전 2루타를 때려내며 LG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후 LG는 8회 말 정성훈의 적시 2루타로 한 점을 더 추가했다.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하는 한방이었다. LG는 마무리 봉중근을 8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올리는 또 한 번의 승부수로 5 : 2 리드를 지켰고 PO 직행의 기쁨을 만끽했다.
두산은 초반 경기 흐름을 주도하며 막판 순위 역전을 노렸지만, 같은 9안타를 때려내고도 타선이 짜임새 있는 공격을 하지 못했고 믿었던 마운드 승부수가 통하지 않으면서 LG의 환호를 지켜보는 처지가 되었다. 솔로 홈런 포함 4안타를 몰아친 이원석의 분전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초반 리드를 뒤집는 저력으로 PO 직행 기쁨 만끽한 LG
한 번의 마운드 붕괴로 다 잡은 PO 직행 티켓 놓친 두산
한화 고춧가루에 좌절된 PO 직행의 희망 넥센
여기에 팀 최고참 최동수가 LG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 뜻깊은 날에 은퇴식을 하며 행사의 의미가 더했다. 최동수는 감격스러운 순간 잊을 수 없는 은퇴식으로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이렇게 LG가 한국시리즈 우승과 같은 기쁨을 누리고 있을 때 LG에 패한 두산과 대전에서 한화와 대결한 넥센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넥센은 정규리그 최하위 넥센과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 바티스타의 호투에 발목이 잡혔다. 승리했다면 PO 직행의 환호는 넥센 것이었다. 선수들의 승리의지도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부진했던 한화 선발 바티스타의 절실함을 이겨내지 못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재계약이 불투명한 바티스타는 시즌 최종전에서 최고의 투구로 넥센 타선을 막았다.
바티스타는 7.2이닝 1피안타 12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다시 살아난 직구에 넥센 타자들의 제대로 방망이를 내지 못했다. 시즌 막판 계속된 장거리 원정에 넥센 선수들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는 넥센이 자랑하는 타선의 창끝을 무디게 만들었다. 넥센은 선발 김영민을 조기에 내리고 불펜진을 총 투입하며 실점을 막았다. 타선의 부진을 마운드 운영으로 메우며 승리 의지를 다졌다.
(정규리그 3위, 팀 최고의 성과에도 아쉬움 남는 넥센)
하지만 6회 말 만루 위기에서 베테랑 불펜 송신영이 한화 정범모에 2타점 적시 안타를 허용하며 넥센의 PO 직행 티켓이 가물거렸다. 지친 타자들이 바티스타에 고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경기 중반 2실점을 큰 부담이었다. 넥센은 온 힘을 다했지만, 2점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넥센은 8회 초 한 점을 추격하며 마지막 희망을 살렸지만, 한화 마무리 송창식에 막히며 2위를 내주고 3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시즌 막판 상위 팀들에 치명적인 패배를 안겼던 한화는 정규리그 최종전에서도 넥센에 매운 고춧가루를 선사하며 의미 있는 시즌 마무리를 했다. 넥센은 다 잡았던 PO 직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다. 넥센으로서는 정신적, 체력적으로 피로가 가중된 상황에서 준PO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히어로즈 이름으로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도 큰 의미가 있었지만, 아쉬운 결말이었다.
2위로 시즌을 마감한 LG는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순위 싸움 탓에 지친 선수들의 체력을 보충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타격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 넥센과 두산의 준PO 대결을 지켜보며 이들의 전력을 분석할 수도 있다. 여러모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LG다. 9월 들어 팀의 내림세 속에 오랜기간 유지했던 2위 자리를 위협받던 LG였지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서울 3개 팀이 만든 PO 직행 전쟁은 어떤 드라마보다 짜릿했다. 그리고 야구의 신은 LG를 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이런 LG의 환호 뒤에 LG와 경쟁하던 넥센과 두산의 한숨이 교차했다. 두 팀은 곧바로 준PO에서 상대를 넘어서야 한다. 정규리그는 끝났지만, 서울 3개 팀은 포스트시즌에서 또 다른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LG가 포스트 시즌에서도 웃을지 아직 알 수 없다. 이들의 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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