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5차전] 끝내지 못한 두산, 끝나지 않은 삼성

홈구장에서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으려던 두산의 바람이 삼성의 반격에 막혔다.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은 시리즈 들어 가장 좋은 모습을 타선과 초강수가 이어진 불펜 운영으로 두산에 7 : 5로 승리했다. 내일이 없었던 삼성은 기사회생의 승리로 시리즈를 대구에서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삼성은 승리와 함께 무기력했던 타선이 살아났다는 점이 반가웠다. 삼성은 11안타로 7득점 하는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좌타자를 1번부터 5번까지 연속 배치하는 타순 조정도 성공적이었다. 중심 타자인 채태인과 최형우는 경기 초반 홈런으로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승부처에서 작전 야구가 성공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규리그 1위팀 다운 공격력이 나온 삼성이었다.

 

두산은 4차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려 했지만, 선발 노경은이 초반 3실점 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해야했다. 두산 역시 삼성 못지 않은 공격력으로 끈기있게 추격하며 대등한 경기를 만들었지만, 동점 이상의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두산은 경기 후반 불펜진이 삼성의 공세를 막지 못하면서 아쉬운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4번 타자로 나선 최준석은 솔로 홈런 2개 포함 3안타로 타선을 이끌었지만, 팀 패배로 빛을 잃고 말았다.

 

체력이 거의 바닥난 두산은 내심 5차전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삼성은 두산의 안방 우승 축제를 허락하지 않았다. 경기 후반 두산 타자들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의 공백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두산은 6, 7차전에 대비한 마운드 운영으로 힘을 비축했다. 아쉬운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두산은 내일을 대비한 야구로 삼성과 대조를 이뤘다.

 

 

 

(기력 회복한 삼성, 아직 유리한 두산)

 

 

초반부터 경기는 타격전 양상으로 이어졌다. 삼성 타자들인 이전 4경기와 달리 적극적인 공격으로 타선 부진의 해법을 찾았다. 1회 초 삼성은 2사 후 나온 3번 타자 채태인의 솔로 홈런을 신호탄으로 연속 안타를 폭발시키며 3 : 0 리드를 잡았다. 이 과정에는 한국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이승엽의 안타로 포함되어 있었다.

 

두산 선발 노경은은 충분한 휴식 후 등판했지만, 승부구 선택에서 문제가 있었다. 노경은은 1회 초 1차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직구와 스플리터 조합으로 삼성 타자들을 상대했지만, 삼성 타자들은 이를 대비한 타격으로 노경은을 공략했다. 노경은은 힘 대 힘의 승부를 했지만, 컨디션을 되찾은 삼성 타자들은 노경은 직구 승부구를 가볍게 안타로 연결했다.

 

경기 초반 타선의 집중력으로 리드를 잡은 삼성은 선발 윤성환의 부진으로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1차전 부진했던 윤성환은 굳은 각오로 경기에 나섰지만, 구위가 두산 타자들의 타격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1회를 무난히 넘기긴 했지만, 2회 말 두산 최준석에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3회 초 최형우의 솔로 홈런으로 4 : 1의 리드를 타자들이 만들어 주었지만, 윤성환은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타선의 타격감 돌아온 삼성, 여전히 뜨거운 타선 두산

마운드 승부 수 성공 삼성, 마운드 승부 수 실패 두산

채태인, 최형우 중심타선의 홈런포가 반가웠던 삼성

최준석의 나 홀로 홈런 2개, 3타점이 돋보였던 두산  

 

 

3회 말 윤성환은 1사 후 두산의 정수빈을 몸맞는공으로 내보낸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김현수의 안타로 1사 1, 2루 기회를 잡은 두산은 최준석의 1타점 적시안타에 이어 오재일의 2타점 2루타가 연속되며 순식간에 4 : 4 동점에 성공했다. 삼성의 우세도 사라지고 말았다. 1승이 급한 삼성은 윤성환에게 더는 기회를 줄 수 없었다. 삼성은 셋업맨 안지만을 2회 1사에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로 승리 의지를 보였다.

 

안지만은 2사 1사부터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롱맨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삼성으로서는 궁여지책이 성공한 셈이었다. 삼성은 안지만이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는 사이 5회 초 박석민의 적시타로 다시 5 : 4 리드를 잡았다. 삼성으로 경기 분위기가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5회 말 최준석의 솔로 홈런으로 곧바로 동점에 성공했다. 안지만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서 넘긴 최준석의 타격이 돋보였다.

 

이후 경기는 팽팽한 불펜 대결이었다. 두산은 5이닝 5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던 선발 노경은을 6회 부터 김선우로 교체하며 한 점차 승부를 대비했다. 하지만 김선우가 흔들리면서 두산의 마운드 운영 틀이 무너졌다. 두산은 6회 초 가장 강력한 불펜 카드 윤명준을 조기 투입해야 했다. 위기를 넘겼지만, 윤명준의 이른 등판은 경기 후반 위기를 넘길 힘을 잃게 했다. 이는 두산이 패인 중 하나였다.

 

두산과 달리 가장 강한 불펜 카드를 초반에 써버린 삼성은 돌려막기 마운드 운영으로 실점을 막았다. 삼성은 6차전 선발로 에상되는 벤덴헐크를 7회 말 마운드에 올리는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벤덴헐크는 150킬로가 넘는 직구로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다. 뜨겁던 두산 타선은 벤덴헐크의 강속구에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대구에서 가려질 한국시리즈 우승컵의 주인공)

 

 

마운드의 안정은 삼성의 득점을 불러왔다. 삼성은 8회 초 하위 타선인 진갑용, 정병곤의 연속 안타에 이은 보내기 번트, 박한이의 2타점 적시 안타를 묶어 7 : 5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두산은 윤명준에 이어 베테랑 정재훈을 마운드에 올리며 위기 탈출을 노렸지만, 박한이와의 승부에 실패하며 결정적인 실점을 하고 말았다.

 

기세가 오른 삼성은 8회 말 벤덴헐크가 무사 1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두산은 8회 말 선두 김현수의 내야 안타이후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는 최준석에 기대를 걸었지만, 벤덴헐크의 직구의 위력에 밀리며 병살타를 때려냈고 반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두산은 이후 등판기회가 적었던 김명성, 홍상삼, 오현택을 차례로 올리며 다음 경기를 대비했다.

 

삼성은 벤덴헐크에 이어 마무리 오승환이 9회 말 두산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반격의 1승을 완성했다. 삼성은 여전히 벼랑 끝에 있지만, 팀 분위기를 바꾼 소중한 승리였다. 팀 타선의 부활과 함께 선수들의 경기력과 자신감을 높아진채로 대구에서 6,7차전을 치른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연이은 선발 투수의 부진과 이를 메우기 위한 당겨쓰기 마운드 운영은 투수진 전체의 과부하라는 후유증을 가져왔다. 그런 것을 생각하기에는 삼성이 너무 절박했다.

 

두산은 6, 7차전에 대비한 선수운영을 병행했지만,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놓쳤다. 야수들 못지 않게 마운드의 투수들도 힘이 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산은 누적된 피로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렇게 5차전 결과는 두산을 쫓기는 처지가 되게 만들었고 삼성에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삼성의 경기력이 되살아난 대구 6, 7차전은 두산의 우세가 이어졌던 이전 분위기와 분명 다른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다. 

 

사진 : 두산베어스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1982doosanbear) ,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