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프로야구는 삼성이 강자 자리를 다시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삼성은 누구도 하지 못한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동시 3연패를 이뤄냈다. 1승 3패의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4승 3패로 시리즈에 승리한 최초의 팀이기도 했다. 이전 두 번의 시즌과 달리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 과정이 순탄치 않은 삼성이었지만, 위기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저력을 발휘했다.
마지막 승자는 삼성이었지만, 야구팬들의 마음속에 더 인상 깊에 남겨진 팀이 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두산이 그 팀이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3승 1패로 앞서며 우승 일보 직전에 이르렀지만, 마지막 1승을 거두지 못했다. 두산은 3경기 중 한 경기만 잡아내면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4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준PO부터 시작된 험난한 여정은 그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우승의 고지가 눈앞에 있었지만, 그들의 의지와 달리 몸이 따르지 않았다. 두산은 올 해 포스트시즌에서 무려 16경기를 치렀다. 준PO 5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 한국시리즈 7경기, 대부분 경기가 접전이었다. 체력은 바닥이 났고 부상선수들이 속출했다. 그럼에도 두산의 승리 의지는 그들을 우승 직전까지 이르게 했다.
(투혼, 끈기, 근성, 아름다운 야구 보여준 두산)
어쩌면 이런 상황이 두산 선수들을 더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한 경기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은 두산 선수들의 마음을 급하게 했다. 특히 공격에서 나쁘게 작용했다. 6차전과 7차전에서 두산 타선은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응집력이 나오지 않았다. 작전수행도 원할하지 않았고 팀 배탱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삼성 투수들의 역투도 있었지만,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는 삼성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벌떼 마운드 운영으로 위기를 넘긴 삼성은 타선이 살아나며 대역전극을 이룰 수 있었다. 두산 우승에 필요한 1승을 희망고문과 같았다. 두산으로서는 5차전에서 시리즈를 결정짓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삼성은 궁지에 몰려있었고 선발 투수 매치업도 두산에 유리했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초반 마운드를 물러난 상황이었다.
삼성은 마운드 운영에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두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흐름이었다. 결과론이지만, 마운드 운영에서 보다 더 강력한 승부가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 타격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삼성 타선의 상승 흐름을 막을 투수가 있었다면 한국시리즈 향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3차전 본의 아니게 조기 강판당한 유희관 카드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5차전 승리 이후 삼성은 완전 다른 팀이 되었고 두산 선수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힘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승부는 삼성의 대 역전승으로 새로운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두산은 아껴두었던 선발 카드 니퍼트, 유희관 중 한 명이 우승에 필요한 1승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포스트시즌을 이어오면서 역투를 거듭한 두 투수 역시 좋았을 때 구위가 아니었다. 타격감을 회복한 삼성 타자들을 막기에 힘이 떨어졌다. 두산은 불펜진의 마지막 희망 핸킨스에 기대를 걸었지만, 한 번 불붙은 삼성 타선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7차전 패배가 결정적인 실책이 의한 것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마운드의 힘이 떨어진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두산으로서는 포스트시즌 접전이 이어지는 과정에 발생한 체력저하 그에 편승한 주전들의 부상 도미노를 극복하지 못했다. 투혼으로 극복하기에 두산의 여정을 너무나 험난했다. 이렇게 두산은 2013시즌 한국시리즈에서 패자로 기록되게 되었다.
하지만 야구팬들을 두산을 패자로만 기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보여준 투혼과 근성의 야구는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이었다. 준PO에서 2패 후 3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은 두산은 이후 거침없는 상승세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잠실 라이벌 LG와 플레이오프도 객관적 전력열세와 체력저하 문제를 이겨낸 승리였다.
(두산의 진짜 에이스로 자리한 유희관)
한국시리즈 역시 절대 열세의 분위기를 뒤집고 삼성을 진땀나게 했다. 삼성은 두산의 기세에 밀려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두산의 기적이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삼성의 상황 반전으로 두산의 기적이 현실이 되지 못했지만, 삼성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진정한 주인공은 두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산은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두산 특유의 끈끈한 야구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최재훈이라는 차세대 포수를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 김현수는 가을 야구 징크스를 벗어났고 최준석은 장타력을 과시하며 공포의 4번 타자로 가을 야구에서 빛났다. 오재일 역시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서 거포로 자리할 가능성을 보였다. 유희관은 정규리그 돌풍을 포스트시즌에도 이어가며 두산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이 외에도 두산은 주전, 백업 할 것 없이 모두 제 몫을 다해주었다.
엔트리에 있는 모든 선수의 활약이 모인 두산은 진정한 팀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무서운 질주를 할 수 있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은 특정 선수가 팀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두산이라는 팀으로 끝까지 함께했다. 두산이 치른 가을 야구 16경기는 야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전력의 열세를 딛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포스트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두산의 가을야구는 아름다웠다.
이는 두산이 절대 패배자로 남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올 시즌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패배 속에서 두산은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이 부족한지도 알 수 있었다. 내년 시즌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두산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 : 두산베어스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1982doosanbears),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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