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난기류 빠진 두산 FA 3인방 잔류 협상

최대어 강민호가 롯데 잔류를 선택한 이후 FA 시장의 상황은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 느낌이다. 대어급으로 평가되는 선수들은 소속팀 잔류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아직 협상 시한이 남아있지만, 선수들의 눈높이를 소속 구단이 마쳐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협상이 결렬되기만을 기다리는 팀들도 대기하고 있다. 항상 그래 왔듯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 결과물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부 FA 문제로 구단들이 고심하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할 것 같았던 두산도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두산의 FA 대상 선수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모두 협상에 진전이 없다. 수차례 만났지만, 양측 협상안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올시즌 부활하며 리드오프로서 가치를 높인 이종욱과의 협상이 조금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세 선수 모두 힘든 협상을 하고 있다. 

자체 팜시스템이 튼튼한 두산은 그동안 FA 시장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화수분 야구로 불리는 두산의 두터운 선수층은 FA 선수 영입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부 FA 선수들을 팀에 잔류 시키는데 주력했다. 비록 팀 간판선수였던 홍성흔은 떠나보낸 전력이 있지만, 이후 내부 FA 선수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다. 홍성흔 역시 4년 만에 다시 팀에 복귀시켰다. 

(포스트시즌 활약으로 다시 주목받는 거포 최준석)

두산의 끈끈한 팀워크와 운동하기 편한 여건, 서울팀이라는 점은 선수들의 큰 매리트였다. 소속팀 선수들 대부분이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이번 FA 대상 선수들 역시 두산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이종욱은 프로입단 이후 방출의 아픔을 겪었지만,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었고 최준석 롯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다 두산에 트레이드된 이후 거포로 거듭났다. 프로 입단 이후 두산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손시헌 역시 앞에 두 선수 못지않게 팀에 녹아들어 있는 선수다. 이들 모두 두산 잔류를 우선 고려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면서 두산의 집토끼 잡기가 난기류 속에 빠졌다. 이들을 원하는 타 구단의 구애가 뜨거워졌다. 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가격상승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두산이 생각하는 합리적 수준의 계약이 힘들어졌다. 강민호의 75억 계약은 FA 시장가 상승을 더 부추겼다.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고 싶은 선수들의 마음을 잡을 만큼의 배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 부동의 1번 타자 이종욱은 1번 타자가 필요한 팀에서 수요가 많다. FA 2명 영입을 천명한 한화는 물론이고 올 시즌 1번 타자 부재로 고생한 롯데도 풍부한 실탄을 비축하고 있다. 두 팀 모두 즉시 전력감이 이종욱에 관심이 높다. 올 시즌 이종욱은 도루 수는 줄었지만, 지난해 타격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풍부한 경험과 근성, 리더십을 갖춘 그가 가세한다면 해당팀 공격력을 크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맹타를 휘두른 최준석 역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거포 부재의 프로야구 현실에서 한 방이 있는 장타자는 분명 매력적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 한도가 늘었고 타자들이 다수 입단할 예정이지만, 우리 프로야구에서 통할지는 미지수다. 검증된 장타자라면 영입을 검토할만하다. 포스트 시즌 활약은 최준석이 재조명되는 기회였다. 정규리그 부진으로 FA 대박이 힘들어 보였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역시 하위권 팀의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물론이고 NC도 한 번 그의 영입을 검토할 수 있다. 1번 타자에 이어 4번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롯데 역시 최준석을 고려할 수 있다. 최준석은 프로데뷔를 롯데에서 했다는 인연이 있다. 롯데가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선다면 친정 복귀 가능성도 있다. 롯데 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의 몸 상태와 보상 선수에 대한 고민이 변수다.

두산 잔류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손시헌 역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손시헌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젊은 선수들에 주전 자리를 크게 위협받았다. 경기 출전수도 크게 줄었다. 두산의 주전 유격수 자리에 김재호가 들어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FA를 앞둔 시즌에 큰 악재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활약으로 손시헌은 자신의 가치를 다시 드높였다. 큰 경기에서 손시헌은 공수에서 매끄러운 플레이로 큰 역할을 했다. 

내야가 불안한 팀에 손시헌은 전력 보강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보상 선수 부담이 없는 NC가 가장 적극성을 뛸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은 보상금에 대한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보상선수 유출도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올 시즌 NC는 젊은 내야진의 패기가 돋보였지만, 경험 부족에서 오는 수비 불안은 피할 수 없었다. 유격수 자리에 경험 많은 손시헌이 자리한다면 더 튼튼한 내야진을 구축할 수 있다. 

(리드오프 부재 해법이 될 수 있는 이종욱)

내년 시즌 주전활약 여부가 불투명한 손시헌 역시 새롭게 기회를 잡은 차원에서 NC행을 고려할 수 있다. 옛 스승은 김경문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물론, 내야진 보강이 시급한 한화 역시 과감한 배팅으로 손시헌에 오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손시헌으로서는 이런 시장상황에서 두산과의 우선 협상에 구단에 내줄 이유가 없다. 

이렇게 외부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두산의 FA 3인방 잡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들을 대체할 야수 층이 두터운 두산이지만, 오랜 기간 팀을 이끌었던 선수들의 이탈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두산은 내년 시즌 올 시즌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내부 전력을 유출을 막아야 한다. 이들을 놓칠 경우 팬들의 강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FA 인플레 속에 세 선수 모두를 잡기는 부담스럽다. 

이제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선수들의 팀에 대한 애정만으로 잔류를 설득하긴 어렵다. 선수들의 원하는 수준의 배팅이 필요하다. 과연 두산이 FA 3인방을 모두 잔류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FA 시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지 우선협상 시한 마지막까지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두산베어스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1982doosanbears),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