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속팀 우선 협상 시한 마감을 얼마 안 남겨둔 상황에서 굵직한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올 시즌 우승팀 삼성은 소속팀 선수 잔류에 성공했고 정규리그 2위 LG는 베테랑 이병규와 3년 계약에 합의했다. 그 외 팀들은 여전히 계약에 진통을 겪고 있다. 상당수 선수들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한 마감까지 선수와 구단의 줄다리기가 계속된 전망이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MVP 박한이, 좌완 에이스 장원삼과 계약에 합의했다. 박한이는 지난 FA에서 받았던 설움을 어느 정도 보상받았고 영원한 삼성맨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장원삼은 좌완 선발 투수라는 희소성이 크게 작용하면서 4년간 60억이라는 역대 투수 최고 FA 계약을 이끌어냈다. 외부 FA 영입이 없다고 선언한 삼성은 오승환의 해외진출이라는 과제만 남겨두었다.
삼성의 계약과 함께 LG 역시 의미 있는 FA 계약을 했다. 오랜 기간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이병규와 3년 계약에 합의했다. 애초 우리 나이로 40살인 이병규가 장기 계약을 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다. LG는 1997년 프로입단 이후 줄 곳 LG의 상징으로 자리했던 이병규를 예우했다. 계약 조건도 3년에 25.5억원으로 파격적이었다. 노장 선수들의 용퇴가 대세인 요즘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계약이었다.
(영원한 LG의 상징으로 남게 된 이병규)
LG는 이병규의 그동안 팀 공헌도와 상징성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오랜 암흑기를 벗어나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데 있어 이병규는 성적은 물론이고 팀의 리더로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수년간 기량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고 고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이병규는 나이를 뛰어넘은 활약을 했다. 부상으로 상당 기간 결장하긴 했지만,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병규는 타율 0.348에 130안타, 74타점으로 중심 타자로서 팀 타선을 이끌었다. 득점권 타율이 0.426에 이를 정도로 무서운 클러치 능력도 보여주었다. 개인 성적과 팀 공헌도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즌이었다. 이병규는 3년 연속 3할 타율에 성공했다. 그의 올 시즌 활약은 꾸준함 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14시즌을 뛰면서 기록한 통산 0.314의 타율과 1,972개의 안타는 그것을 상징한다.
한때 이병규를 두고 개인 성적은 좋지만, 플레이에 성의가 없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LG의 암흑기가 길어지면서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늘어났다. 이병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이병규는 회춘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의 성적과 함께 경기장에서 벤치에서 큰형님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병규, 박용택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중심으로 LG는 강한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해마다 되풀이되던 DTD의 저주도 풀어냈다. 이병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승부욕을 보이며 LG의 상위권 돌풍 가장 앞에 섰다. 베테랑의 분전은 모든 선수의 분발을 이끌었다. 이는 LG가 시즌 중 있었던 수차례 고비를 넘기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성적과 팀 리더로서 활약한 이병규를 LG는 홀대할 수 없었다. 이병규 역시 소속팀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렸다. LG와 이병규는 큰 잡음 없이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병규의 계약은 노장 선수들도 충분히 FA 시장에서 재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40대에도 선수생활 연장을 보장받았다는 건 어찌 보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 셈이다.
성적, 리더십으로 LG 암흑기 탈출 이끈 베테랑
베테랑의 가치를 다년 계약으로 평가한 LG
3년 계약을 한 이병규는 40대 초반에도 현역으로 자신의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선수 육성과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센 프로야구 현실에서 이병규의 FA 계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구단들은 팀의 프랜차이지 스타를 어떻게 보기 좋게 은퇴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량이 충분하지만, 세대교체와 팀 체질 개선이라는 명분하에 많은 레전드들이 아쉽게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분명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아니었다. 이병규와 LG는 달랐다. 이병규는 성적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었고 LG는 이를 FA 계약으로 평가해주었다. 나이가 계약의 조건이 아니었다. 사실 이병규가 시장에 나온다면 타 팀이 그를 영입하긴 쉽지 않았다. 그의 나이와 LG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이 영입을 쉽게 결정할 수 없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FA 계약이 길어질 수도 있었다. LG는 여러 조건을 고려한 줄다리고 보다. 지금의 성적과 앞으로 활약 가능성을 우선 보았다. 40대 이병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불혹의 FA 이병규의 도전은 기분 좋은 결말로 끝났다. 이병규는 FA 계약을 통해 인정받은 가치를 성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분명 40대 나이는 큰 부담이다. 젊은 선수들의 도전도 계속될 수 있다. 더 많은 노력과 훈련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시즌 이병규의 활약상을 본다면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이병규이기도 하다.
FA의 새로운 역사를 쓴 이병규가 내년 시즌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불혹의 도전이 계속 기대된다.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스포츠 > 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토브리그] 공룡 발톱된 허슬 두산 심장 이종욱 (4) | 2013.11.18 |
---|---|
[스토브리그] 빗장 열린 FA 시장, 극적 잔류는 없었다. (3) | 2013.11.17 |
[스토브리그] 난기류 빠진 두산 FA 3인방 잔류 협상 (2) | 2013.11.15 |
[스토브리그] 최고 대우로 FA 계약 첫 문을 연 강민호 (2) | 2013.11.14 |
[스토브리그] 가려진 롯데 FA 강영식 그의 가치는? (4) | 2013.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