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공룡 발톱된 허슬 두산 심장 이종욱

FA 시장에서 조용한 행보를 유지하던 NC가 큰 계약을 성사시켰다. NC는 두산과의 우선 협상이 결렬된 두 베테랑 손시헌, 이종욱과 FA 계약에 합의했다. 과열된 FA 시장 분위기에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던 NC였기에 이번 계약은 놀라운 소식이었다. 합리적 계약 원칙을 고수하던 두산은 NC에 제대로 된 카운터 펀치를 허용한 느낌이다.

 

FA 영입 시 보상 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신생팀의 혜택은 내.외야의 주축 선수를 내주면서도 두산이 보상금만을 받는 처지로 만들었다. 그나마도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 탓에 보상금의 액수로 타 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FA 3인방 중 한 명이 최준석의 이적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두산은 내부 FA를 큰 보상없이 내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 하게 되었다.

 

NC는 오랜 기간 두산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두 선수를 영입하면서 공수의 짜임새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선수는 그동안 꾸준한 활약을 해왔고 풍부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올 시즌 NC의 아쉬운 부분이었던 유격수 수비와 팀 타선의 테이블 세터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 들 중 손시헌은 NC의 내야 수비불안을 해결한 적임자다.

 

올 시즌 두산의 두터운 선수층에 주전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NC에서라면 충분히 주전 유격수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NC는 내야에 다수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기량이 더 발전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병역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손시헌은 주전 유격수로서 이들이 성장할 동안 활약할 수 있다. 여기에 젊은 내야진의 멘토로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NC가 그에게 4년간 30억의 계약을 안긴 이유다.

 

  

 

(이제 과거 속 이야기가 된 허슬 두산의 상징 이종욱) 

 

 

FA 시장이 열릴 때부터 가능성이 높았던 손시헌의 NC행과 별도로 이종욱의 NC행은 타 팀과의 경쟁을 이겨낸 결과다. 이종욱은 올 시즌 리드 최고 수준의 1번 타자로 다시 한 번 진가를 알렸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 활약이 이어졌다. 타 팀 FA 선수들보다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었지만, 타고난 성실성과 공.수의 안정감은 1번 타자가 필요한 팀의 수요를 불러왔다. NC는 이종욱에 4년간 5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장 1번 타순에 공백이 있는 롯데와 한화 등이 영입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화가 이용규와 계약하면서 이종욱의 행선지는 롯데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이종욱의 선택은 신생팀 NC였다. 전 스승이었던 김경문 감독이 NC에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감독은 신고 선수로 입단한 이종욱을 전격 발탁해 지금의 이종욱을 있게 한 감독이었다.

 

NC는 이종욱을 영입하면서 막강한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하게 되었다. 올 시즌 오랜 무명선수 생활을 끝내고 도루왕에 오른 김종호의 부담을 덜어주고 더 활발한 기동력 야구를 할 발판을 마련했다. 2년생 징크스가 우려되는 김종호 뒤에 이종욱이 2번 타순에 배치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도루에 부담이 있는 이종욱으로서도 2번 타순은 체력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차세대 스타, 나성범과 더불어 이종욱, 김종호로 이어지는 NC의 외야진은 공격과 수비, 기동력을 갖춘 외야진이라 할 수 있다. 함께 영입된 손시헌과 마찬가지로 이종욱 역시 보이는 실력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면에서 선수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수다. 이종욱의 영입으로 NC는 투수진의 손민한, 야수진에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등의 베테랑이 자리하면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게 되었다.

 

내년 시즌 더 큰 도약을 노리는 NC로서는 팀에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알찬 전력보강을 이뤄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기용할 수 있는 혜택이 더해지고 올 시즌을 치른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더해진다면 내년 시즌 NC는 순위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 이렇게 두산의 두 베테랑을 영입한 NC는 두산의 허슬 야구를 이식받으면서 더 강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반대로 두산은 팀의 심장과도 같은 선수를 잃었다. 허슬 두산의 상징이었던 이종욱의 부재는 커 보인다. 손시헌은 김재호, 허경민 등이 올 시즌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이종욱이 팀애서 차지했던 비중은 그 보다 훨씬 크다. 이종욱은 두산 그 자체였다. 프로입단 이후 방출의 아픔을 딛고 신고선수에서 리그 최고 선수로 성장한 이종욱과 근성의 야구를 표방하는 두산과는 많이 닮아 있었다.

 

 

이종욱 영입으로 최강 테이블 세터진 구축한 NC

이종욱 떠나감으로 허슬 야구의 심장 잃은 두산

 

 

가을 종박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종욱은 두산의 가을 야구에 있어 그 중심에 있는 선수였다. 그를 대신할 정수빈 등의 젊은 선수가 있지만,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있는 이종욱이었다. 이종욱 스스로도 두산을 떠난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종욱을 변변한 협상 없이 떠나보낸다는 것은 두산에 그리고 팬들에게 너무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종욱, 손시헌을 떠나보낸 두산은 자연스럽게 포지션 별 세대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팀의 주축 선수가 떠난 자리는 금방 메워질 것 같지 않다. 두산 팬들의 비판여론도 살펴야 한다. 두산의 두터운 선수층이 그 충격을 쉽게 아물게 할지 몰라도 이종욱이 두산과 함께하면서 쌓아온 수 많은 기억들까지 지워낼 수 없다. 이종욱이 떠난 자리가 한 동안 허전할 수밖에 없는 두산이다.

 

이제 이종욱은 정들었던 두산을 떠나 NC 다이노스에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올 시즌 활약이 FA를 앞둔 반짝 반전이 아님을 입증해야 하고 젊은 팀을 이끌어야 하는 또 다른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은 물론이고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는 체력적이 부담도 이겨내야 할 과제중 하나다.

 

이종욱은 생애 처음이 될 수 있는 FA 기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해준 NC행을 선택했다. 과연 이종욱이 늘 그렇듯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젊은 NC의 전력을 한 층 더 끌어올려 줄 수 있을지 공룡의 발톱을 더 날카롭게 하는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두산베어스 페이스북,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