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로야구는 시상식과 연봉협상의 계절이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은 각종 수상에 두둑한 연봉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미 파격적인 연봉 계약으로 뉴스에 오른 선수들도 있고 시상식에 단골로 등장하는 선수들은 상금으로도 상당한 거액을 손에 쥔 경우도 있다. 물론 모든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다.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는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몇몇 선수들은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질까 전전긍긍해야 하고 부진한 한 해를 보낸 선수들은 구단과 연봉협상에서 힘겨루기를 각오해야 한다. 팀 전력 재편으로 주전 자리를 위협받는 선수도 있다. 롯데 박종윤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2년간 롯데 1루수 자리를 책임졌던 박종윤은 내년 시즌 다시 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종윤은 올 시즌 115경기에 나서 381타수에 97안타 타율 0.255를 기록했다. 홈런 2개에 58타점 홈런 7개를 때려냈다. 장점은 수비는 여전히 견실한 모습이었다. 약체 타선의 오명을 썼던 롯데에서 분명 의미있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거포들이 즐비한 리그 1루수들과 비교하면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성적이었다. 내년 시즌 다시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롯데에 1루수는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부분이었다.
롯데는 최준석을 FA로 영입했고 외국인 타자를 물색하고 있다. 외야수비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타력이 있는 선수가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수비위치는 1루수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준석과 외국인 선수가 1루와 지명타자 자리를 양분하게 된다면 기존 주전 1루수 박종윤의 입지는 크게 좁아지게 된다.
(어렵게 잡은 주전 1루수, 상실 위기 놓인 박종윤)
2002년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긴 기다림 끝에 주전 1루수에 자리했던 박종윤으로서는 외부 요인으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와 맞물리면 자칫 1군 엔트리 진입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마무리 투수 기용에 있어 더블 스토퍼체제를 고려하고 있고 강민호, 장성우, 용덕한이라는 수준급 포수 3명을 보유한 롯데는 멀티 능력을 지닌 백업 선수로 엔트리 구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루수 외에 다른 포지션 소화가 쉽지 않은 박종윤에게 여러 악재가 겹친 셈이다.
박종윤은 재능있는 좌타자로 입단 이후 주목을 받았지만, 주전 도약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롯데를 대표하는 이대호가 지키고 있었던 1루수 자리를 철옹성이었다. 이대호의 수비 포지션에 따라 박종윤의 경기 출전은 들쑥날쑥했다. 당연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의 주 위치는 수비를 굳히는 백업요원이나 대타로 한정되었다.
하지만 이대호가 일본리그로 떠나고 박종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2, 2013시즌 박종윤은 주전 1루수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30살 즈음에 찾아온 천금과 같은 기회였다. 박종윤은 최선을 다했다. 성실한 플레이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발전이 없었다. 타격에서 더 강한 인상을 남겨줄 필요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우선 스윙에서 투구 공략에 한계점을 노출했다. 박종윤은 낮은 공에 특히나 강점이 있는 선수다. 특유의 어퍼스윙은 유인구마저 안타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이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상대 투수들은 박종윤이 강한 낮은 공에 유인구를 던지며 이를 역이용했다. 약점의 노출은 타격능력을 정체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풀타임을 치르기 위한 체력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공격능력이 요구되는 1루수로서 박종윤은 2% 부족한 모습이었다. 이는 공격력 강화를 노리는 롯데에 보강해야 할 포지션으로 1루가 지목되는 요인이었다. 박종윤으로서는 내년 시즌 최준석과 외국인 타자, 1루 수비가 가능한 박준서, 조성환 그리고 김대우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 되었다. 힘겨운 2014시즌이 예상된다.
박종윤
- 성실함, 근성, 명품수비, 좌타자 이점
- 2% 부족한 타격능력, 치열한 주전경쟁
박종윤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힘겹게 잡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박종윤은 특유의 성실함과 근성으로 10년 가까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지금의 자리에 위치했다. 실제 팀 기여도가 높은 선수가 박종윤이다. 하지만 또 다시 팀 전력 강화의 희생양이 될 처지가 되었다. 박종윤은 올 시즌 후반 스윙폼을 수정하며 약점은 높은 공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을캠프에서도 타격 폼 수정을 본격화했다.
만약 코스를 가리지 않는 박종윤이라면 더 높은 타격지표 생성이 가능하다. 여기에 누구도 갖지 못한 출중한 수비능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신만의 특기가 있는 박종윤이다. 박종윤으로서는 겨울 그리고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공격적인 면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프로구단으로서는 끊임없이 전력을 강화시키려 한다. 취약한 포지션은 외부 영입이나 내부 경쟁을 유도한다. 박종윤도 이 흐름 속에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 이미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냈고 1군 엔트리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종윤이다.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윤이 이전처럼 위기를 또다시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전력 강화의 물결 속에 존재감이 약해질지 주목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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