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투수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공이 빠르다는 것은 타자를 힘으로 제압할 수 있고 타자들에 상당한 압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타자와의 승부에서 투수가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여기에 변화구의 위력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일명 파이어볼러가 모두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빠른 공을 뒷받침할 제구가 동반되지 못한다면 빠른 공은 스피드건에서만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투수에 있어 제구력을 공의 빠르기보다 우선하는 덕목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각 팀마다 존재하고 있음에도 모두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강속구 투수의 숙명인 제구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롯데의 강속구 투수 최대성 역시 제구력을 잡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했다. 2004년 입단 당시부터 150킬로를 훨씬 웃도는 강속구 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최대성이었다. 롯데 마운드의 중심을 될 투수로 보였다. 하지만 제구력이 잡히지 않았다. 공은 빠르지만, 그 공을 마음먹은 대로 던질 수 없었다. 접전의 경기에서는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파이어볼러 최대성)
2007시즌 3승 2패 7홀드에 방어율 2.67을 기록한 최대성은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듯 보였다. 투구 폼의 변화를 통해 제구력이 안정되고 불펜투수로서 경기 운영능력도 향상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이후 최대성은 더는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했다. 부상도 겹쳤다. 2008시즌이 끝나고 최대성은 팔꿈치 수술과 함께 2년간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대를 결심했다.
최대성은 긴 부상재활을 거쳐 2012시즌 팀에 다시 합류했다. 긴 공백이 부담이었지만, 최대성은 달라져 돌아왔다. 스피드를 조금 포기한 대신 제구의 안정을 택한 전략이 적중했다. 최대성은 롯데 불펜진의 중심으로 큰 역할을 했다. 강속구 투수가 드물었던 롯데 불펜에 최대성의 존재감은 더 없이 컸다.
최대성은 2012시즌 8승 8패 1세이브 17홀드 방어율 3.59를 기록했다. 아직 경기마다 기복이 있고 위기의 순간 흔들리는 단점이 있었지만, 긴 공백을 이겨내고 맞이한 첫 시즌임을 고려하면 성공적이었다. 2012년 풀 타임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성은 올 시즌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2012시즌 다소 많았던 등판 횟수가 문제였다.
최대성은 올 시즌 초반 부상으로 날개가 꺾이고 말았다. 재활로 이를 극복하려 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결국, 최대성은 올 시즌 9.1이닝만을 투구한 채 시즌을 접어야 했다. 롯데 불펜에는 큰 악재였다. 정대현과 김사율 두 베테랑의 부진 속에 최대성의 부상 공백은 불펜 운영 자체를 흔들리게 했다. 특히 우완 불펜 투수의 부족은 시즌 내내 롯데 마운드의 고민이었다. 이를 메워주던 김승회가 시즌 막판 체력이 고갈되면서 롯데의 불펜 운영은 더 힘들어졌다. 마무리 투수 앞에서 셋업맨 역할을 해주던 최대성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최대성의 2013시즌은 아쉬움 속에 마무리되었다. 일찌감치 부상치료에 전념한 최대성은 내년 시즌 부화를 꿈꾸고 있다. 이는 롯데에도 절실한 문제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전력 보강을 통해 약점이던 타선의 힘을 강화했다. 선발 마운드 역시 장원준의 가세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불펜진은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좌완 듀오 강영식, 이명우는 경쟁력이 있지만, 우완 불펜진의 잠수함 편중이 심하다. 붙박이 정통파 우완 불펜 투수가 필요하다. 올 시즌 그 역할을 해주던 김승회는 일단 선발투수 경쟁에 포함되어 있다. 롯데는 부상에서 회복한 최대성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마무리 김성배와 그 짐을 나눠 질 수도 있다. 사이드암 김성배는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큰 활약을 했지만, 좌타자 승부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최대성의 역할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최대성
- 150킬로 후반의 강속구 던지는 매력적인 파이이볼러
- 계속되는 부상, 조금 부족한 제구력, 단단하지 못한 멘탈
최대성은 20대 후반에 접어든 선수다. 보통이라면 선수생활의 정점에 다다라야 하는 나이다. 그럼에도 최대성은 아직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확실히 발휘하지 못했다. 롯데는 최대성의 잠재력 폭발을 10년 넘게 기다렸다. 이제는 기다림에 대한 결과물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렵다면 그의 한계가 거기까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최대성은 여전히 150킬로 중반을 넘나드는 강속구가 있다. 제구도 크게 좋아졌다. 변화구 구사도 가능하다. 경기 경험도 쌓았다. 이제는 이러한 것을 조합하여 완성형 선수가 되어야 한다. 이제 프로 10년 차 선수가 된 만큼 보다 성숙한 투구가 필요하다. 한 경기 잘하고 그다음 경기 부진한 패턴이 나와선 믿음을 줄 수 없다. 꾸준함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부상에 대한 관리도 먼저다. 지나친 의욕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과연 최대성이 그에 대한 우려를 모두 이겨내고 롯데가 염원하는 우완 파이볼러로서 위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미완성을 투수로 자리할지 이는 롯데의 내년 시즌 팀 운영에 있어 중요한 변수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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