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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 대부분은 30대 후반에 이르면 은퇴를 고려하게 된다. 기량의 저하가 뚜렷해지고 체력적인 한계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부상이라는 변수에도 대응하지 어려워진다. 기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젊은 선수들의 자리를 내줘야 한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후회 없이 마무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스타급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몇몇 선수들은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원하는 만큼 선수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자의 반 타의 반 고비용 저효율의 노장 선수들의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롯데 장성호 역시 은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장성호는 1996년 해태에 입단한 이후 해태에서 바뀐 KIA, 한화, 롯데를 거치며 리드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자리했지만, 이젠 추억 속의 일이 되었다.

 

장성호는 롯데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했지만, 올 시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83경기에 0.266의 타율과 64안타, 홈런 4개, 27타점은 평범한 선수라면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장성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롯데가 좌완 유망주 투수 송창현을 내주고 장성호를 한화로부터 트레이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는 성적이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장성호)

 

 

장성호는 2009년까지 해태와 KIA를 대표하는 타자였다. 3할을 언제든 기록할 수 있는 정교함과 장타력을 두루 갖춘 좌타자였다.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서 활약하기도 했고 두 차례 FA 계약을 할 정도로 그 실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수년간 계속된 부상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들었던 KIA를 떠나 한화로 팀을 옮기는 과정에도 이 점이 크게 작용했다.


장성호가 한화로 트레이드되었을 당시 한화는 장성호의 경험과 부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최하위를 전전하는 상황에서 허약한 타선에 힘을 실어줄 선수로 장성호를 선택했다. KIA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던 장성화로서도 그를 원하는 팀에서 새롭게 야구 인생을 열 기회를 잡을 셈이었다. 하지만 장성호의 부활은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부상과 이에 따른 동계, 스프링캠프 훈련 부족이 계속 그의 발목을 잡았다. 충분한 재활을 할 만큼 한화의 팀 사정도 여유가 없었다. 무리한 출전은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누적 기록은 점점 내림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부활을 다짐하며 보낸 3년 동안 장성호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장성호에 롯데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2013시즌을 앞두고 주력 선수들의 이탈에 따른 공격력 약화로 고심하던 롯데는 장성호를 주목했다. 이미 전성기는 지났지만, 장성호가 타선에서 일정 역할을 해줄 거라 여겼다. 롯데는 신인 송창현을 내주고 장성호를 받아들였다. 명성만 본다면 한화가 불리한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많았다. 송창현은 무명에 가까운 투수였고 장성호는 건강하다면 타격에서 제 몫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성호 역시 사실상 마지막 기회의 땅인 롯데에서 멋진 선수생활을 마무리를 위해 의욕을 보였다. 


시즌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부상 없이 동계 훈련을 소화한 장성호는 롯데 중심 타선에서 큰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지속력이 문제였다. 장성호는 시즌 중반 이후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잠복했던 부상도 다시 찾아왔다. 날카롭던 스윙도 무뎌졌다.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장성호는2군에 머무르는 일이 많아졌다. 그 사이 그와 유니폼을 바꿔 입은 한화 송창현은 한화 미래의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롯데와 한화의 트레이드는 한화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던 롯데는 장성호의 부진 속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화는 가치가 떨어진 베테랑 타자를 내주고 팀의 미래와 얻은 거래를 한 셈이 되었다. 장성호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현실 속 평가는 냉정했다.


이렇게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무리한 장성호는 내년 시즌 더 큰 위기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영입한 타자들의 장성호와 포지션이 겹친다. FA로 영입한 최준석과 외국인 타자 히메네즈는 주 포지션이 1루수다. 한 명이 지명타자로 빠진다 해도 올 시즌 1루수로 나섰던 박종윤, 장성호 등과 중복을 피할 수 없다. 



장성호

- 과거 : 정교함, 장타력을 두루 갖춘 최고 좌타자 

- 현재 : 계속된 부상 속 무뎌진 방망이 그리고...



노장에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쳤던 장성호가 포지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1군 엔트리를 고려하면 내년 시즌 개막전 엔트리 진입도 장담할 수 없다. 프로의 냉정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내년 시즌은 장성호의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 멋진 선수생활 마무리를 기대했던 장성호의 희망도 희망이 그칠 수 있다. 


장성호는 통산 타율이 0.296에 이르고 2천 안타와 1천 타점을 넘긴 우리 프로야구사에 남을 레전드급 타자다. 세월의 흐름 속에 소속팀을 옮기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가 가진 통산 기록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운 겨울 그 자체다. 그럼에도 아직 장성호는 타격에서 대타로서 그 효용가치가 있다. 경쟁이 버겁지만, 그가 내년 시즌 쌓아올릴 기록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장성호지만, 한 때 스나이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날카로웠던 그의 타격을 기억하고 그를 성원하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움이 많다. 과연 장성호가 희미해진 선수로서의 마지막 불꽃을 다시 불태울 수 있을지 아니면 쓸쓸히 선수생활을 마무리할지 롯데에서 보여줄 내년 시즌 장성호의 모습이 주목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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