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야구에서 도루로 대표되는 기동력은 그 팀의 중요한 공격 수단이다.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안고의 차이는 득점력과 연관이 있고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기동력이 좋은 팀은 중요한 공격 옵션을 하나 더 가지게 되는 셈이고 이를 상대하는 팀은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경기를 해야 한다.
상당수 팀들이 엔트리 한 명을 소모하면서까지 대주자 전문 요원을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루 능력이 있는 빠른 주자의 존재는 상대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롯데는 기동력 야구와는 거리가 먼 팀이다. 지난해 롯데의 팀 도루는 63개로 최 하위였다. 63개의 도루를 하면서 41개의 도루 실패를 했음을 고려하면 양적으로 질적으로 도루에서는 낙제점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한 점이 필요할 때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리드폭을 더해야 할 때 따라붙어야 할 때 아쉬움을 쌓이게 했다. 이는 경기 후반 불펜진의 소모를 더하게 했고 과부하의 원인이 됐다.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기동력과 팀 배팅 능력이 있었다면 더 나은 시즌이 될 수 있었다.
기동력을 살릴 수 없었던 가장 큰 요인은 뛸 수 있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고정된 1번 타자가 없었던 탓에 팀 도루를 주도할 선수가 없었다. 그나마 팀 도루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던 손아섭이 어깨 부상 여파로 도루를 쉽게 시도할 수 없었다. 도루 능력이 있는 외야수 전준우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 했다.
(1번타타 변신 시도중인 손아섭, 롯데 기동력 야구 선봉될까?)
내야진에서도 문규현, 정훈이 기동력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자원이었지만, 이들의 도루 장면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이 외에도 기동력 있는 선수들의 타격 부진도 큰 원인이었다. 롯데는 수년간 외야 한자리에 붙박이 선수를 만들지 못 했다. 이승화, 김문호에 신예 하준호, 김민하 등이 지난해 롯데 좌익수에 자리했지만, 확실한 주전은 아니었다. 모두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었지만, 공격력에서 만족스럽지 못 했다. 뛸 수 있는 선수가 출루하지 못하다 보니 기동력도 자연스럽게 봉인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경기 운영에 있어서도 롯데는 도루나 기동력을 살리는데 다소 인색한 모습이었다.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삼성이 161개의 도루로 팀 도루 1위를 기록하고 공격의 팀 넥센이 팀 도루 100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던 롯데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지난해 롯데 선수들 중 두 자릿 수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손아섭과 황재균 2명에 불과했다. 뛸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고 시도에 인색한 상황에서 팀 도루가 늘어날 수 없는건 당연했다.
이렇게 뚝 떨어진 기동력의 향상은 롯데에게 필수적 과제다. 올 시즌 롯데는 장타력에서 부족함이 느껴진다. 외국인 타자 선택에 있어 롯데는 거포형이 아닌 중거리 타자 아두치를 영입했다. 그는 전준우가 입대로 빠진 외야 한자리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아두치는 3번 타순에서 장타력보다는 정교함이 더 비중을 두는 타격이 예상되는 선수다. 결국, 롯데는 4번 타자 최준석에 장타를 거의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타력 부재를 해결한 대안이 필요하다.
기동력 야구는 필연적인 선택이다. 롯데는 손아섭의 1번 타자 기용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손아섭은 타격에서 리그 최상급의 기량을 갖춘 선수다. 시즌 30개 이상의 도루도 가능하다. 최강 1번 타자가 될 요건을 갖추고 있다. 힘 있는 1번 타자가 대세인 최근 흐름을 고려하면 분명 시도할만한 변화다. 지난해 1번 타자로 자리 잡은 황재균의 기용 가능성도 있지만, 황재균은 1번 타자보다는 보다 크게 칠 수 있는 6번이나 7번 타순이 더 어울리는 선수다.
하지만 3번 타자 손아섭이 없는 중심 타선의 활약 여부가 큰 변수다. 앞서 언급한 외국인 타자 아두치가 성공적으로 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유망주들의 성장이 더해져야 한다. 특히, 외야 한자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 모두를 발전시킬 계기가 돼야 한다. 그동안 롯데는 외야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은 있었지만, 기량 발전은 없었다. 발 빠른 외야 요원이 라인업에 가세한다면 보다 더 기동력을 높일 수 있다.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의 가세는 긍정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시도에도 롯데의 기동력 야구가 단기간에 살아나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많은 실패가 필연적인 기동력 야구에 대한 감독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기동력 야구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롯데가 처한 현실과 주어진 여건도 기동력 야구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먼 기억 속의 일이 됐지만, 한때 롯데는 기동력 야구의 대명사였다. 92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롯데는 장타자가 절대 부족했지만, 정교함을 갖춘 타자들이 다수 있었고 그 대부분이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긴 침체기를 벗어난 2008시즌을 기점으로 장타력을 과시하는 빅 볼 야구의 팀이 된 이래 기동력 야구는 점점 희미해져갔다. 어느샌가 롯데는 뛰지 않는 팀이 됐다. 이제는 하위권 팀이라는 전망을 깨기 위해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살려내야 하는 요소가 됐다. 과연 롯데가 기동력 야구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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