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롯데 대 한화] 새삼스럽지 않은 역전패, 대책 없는 불펜 롯데

또 다시 롯데 불펜이 극장을 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극장의 주인공은 상대팀이었다. 결과는 또 한 번의 역전패, 롯데가 8월 8일 한화전에서 4 : 0으로 앞서던 경기를 경기 후반 역전 당하며 4 : 6으로 경기를 내줬다. 5이닝 무실점 투수로 거의 2년 만에 승리 투수의 희망을 가졌던 선발 투수 이재곤의 승리투수 기회도 사라졌다. 팀은 3연패에 빠지며 하위권 탈출이 더 힘들어졌다. 

한화는 5회까지 롯데 선발 이재곤으로부터 무려 8개의 사사구를 얻어내며 수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단 1안타로 그친 타선의 빈공에 번번이 득점에 실패하며 최근 수많은 잔루가 쌓이는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갔다. 한화는 타선의 침묵에 초반 호투하던 선발투수 안영명마저 4회 초 집중타에 3점을 내주며 더 힘든 경기를 해야 했다. 

한화는 0 : 3으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포수를 허도환에서 조인성으로 교체하고 6회부터 송창식, 박정진 필승 불펜조를 연이어 마운드에 올리며 역전의 불씨를 살리려 했다. 하지만 7회 초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등판한 좌완 불펜 박정진이 좌타자 이우민에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경기는 롯데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한화 역시 추격조 불펜 이동걸을 마운드에 올리며 다음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멀고 험난하기만 한 승리 기회, 이재곤)

정상적인 경기라면 롯데의 승리 가능성이 높았지만, 문제는 롯데 불펜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롯데는 불안한 제구에도 5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킨 선발 이재곤에 이어 최근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 홍성민으로 마운드를 이어갔다. 홍성민은 6회 말을 무난히 막아내고 7회 말 한화 중심 타자 김경언, 김태균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했지만, 팀 리드를 잘 지켜내며 나름 역할을 해냈다. 

롯데로서는 남은 2이닝 동안 3점을 리드를 지켜내면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8회 말 사건이 발생했다. 롯데는 2이닝 투구를 하며 투구 수가 크에 늘어난 홍성민을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불안한 불펜진의 사정을 고려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는 잠잠하던 한화 타선이 살아나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구위가 떨어진 홍성민은 1사 후 하위 타선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빠졌다.

롯데는 최근 마무리 투수로 돌아온 정대현으로 마운드를 이어가며 위기 탈출을 기대했지만, 한화 조인성의 한 방이 순식간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 초반 선발 포수 허도환의 볼배합에 아쉬움을 가진 한화 벤치의 지시로 교체 출전한 조인성은 이전 두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쳐지만, 정대현의 높은 실투를 좌측 담장으로 넘기는 3점 홈런으로 연결하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롯데나 정대현으로서는 하위 타선에 일격을 당하면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흐름을 탄 한화 타선은 2사 후 강경학의 볼넷에 이은 김경언의 역전 2점 홈런으로 8회 말 역전극을 완성했다. 

롯데는 9회 초 주자를 출루시키며 재 반전의 희망을 가졌지만, 한화 마무리 권혁의 벽을 넘지못하며 또 한번의 역전패 기록을 쌓아가야 했다. 롯데는 황재균이 3안타로 슬럼프 탈출의 계기를 마련하고 도루하는 4번타자 아두치가 3안타, 하위 타선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는 이우민이 솔로 홈런 포함 3안타를 때려내며 분전하고 팀 11안타로 한화보다 앞성 공격을 보였지만, 결과는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롯데로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카드 홍성민, 정대현을 모두 사용하고도 4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또 한 번의 역전패의 문을 열고 말았다. 승리 투수가 됐다면 자신감 회복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선발 이재곤 역시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한화는 7회와 8회 말 안타를 집중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한화는 50승을 거두며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선발 안영명은 초반 강판이 이어지던 한화 선발진의 최근 모습과 달리 5.1이닝 3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키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0 : 4로 뒤지던 경기 후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한화 불펜 투수 이동걸은 1.1이닝 무실점 투구로 시즌 2승의 행운을 안았다. 

롯데는 이번 주 불펜의 난조와 수비 불안, 선발 투수의 부진까지 겹치며 하위권 탈출의 가능성을 사실상 잃고 말았다. 아직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유효하지만, 지금의 팀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순위 반전의 가능성을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롯데다. 타선은 나름 역할을 하고 있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식의 투구를 하는 마운드가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너무 자주 접하면서 새롭지 않은 불펜진의 불쇼와 역전패를 너무 자주 경험하고 있는 롯데다. 그때마다 팀 사기는 더 떨어지고 선수단과 팬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펜 상정이 달라질 가능성마저 희박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얼굴은 사실상 전무하고 기존 주력 불펜진 중 상당수는 이미 노쇠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롯데 극장이 얼마나 더 열릴지 허무한 역전패에 실망을 해야 할지 대책 없는 롯데 불펜진에 한숨만 더해지고 롯데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