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로야구 리뷰] 혹시나가 역시나로 롯데 자이언츠

최근 1, 2년 사이 가장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은 팀은 롯데였다. 문제는 그 관심이 좋지 않은 내용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2014시즌 CCTV 파문으로 터져 나온 프런트와 코치진, 그리고 선수와의 갈등은 팀을 나락으로 빠뜨렸다. 하위권으로 추락한 성적에 더해진 파문은 팬들을 팀에서 멀어지게 했다. 

2015시즌을 준비하면서 롯데는 내부 승진으로 선수 시절부터 롯데와 함께했던 젊은 이종운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고 어렵게 코치진을 꾸리며 시즌을 준비했다. 구단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대거 주력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파격적인 제안에도 놓친 부분은 큰 충격이었다. 

롯데는 내부 육성을 강화하는 한편, 외국인 선수 전면 개편으로 전력 약화를 최소화하려 했다.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 시작한 2015시즌, 롯데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타선은 약체 타선이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상.하위 타선 가리지 않고 폭발했다. 

(성공한 FA 영입, 롯데 최준석)

외국인 타자 아두치는 장타력과 정확성, 기동력까지 겸비한 다재다능함으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기에 강민호와 황재균의 공격력에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고 FA 모범생 최준석의 지난시즌부다 더 나은 공격력으로 중심 타선에 위력을 더했다. 간판타자 손아섭이 부상이 겹치며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롯데의 공격력은 이에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

공격의 팀으로 변신한 롯데는 린드블럼, 레일리 두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의 분전이 더해지며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불펜 불안이 여전했고 1, 2선발 이후 선발진이 부진했지만, 팀 전체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보였다. 시즌 중간 트레이드를 통해 kt로부터 박세웅, 이성민 두 젊은 투수를 받아들이면서 선발진과 불펜진에 힘을 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의 기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꺾여갔다. 불펜진의 부진은 허무한 역전패 경기를 양산했고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올스타전 이후 타선 역시 주력 선수들의 부상 공백과 슬럼프가 겹치며 힘을 잃어갔다. 코치진 역시 위기탈출을 위한 리더십과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마운드 운영이나 선수 기용에 있어 난맥상을 보였다. 

한때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난한 위치에 있었지만, 점점 치열한 5위 싸움으로 내몰렸다. 롯데는 부상에서 돌아온 정대현과 강영식이 예전 구위를 되찾고 이들을 중심으로 필승 불펜진을 재구성하고 대체 선발 투수들이 활약하며 마운드를 안정시키면서 반전 가능성을 보였다. 타선 역시 외국인 타자 아두치를 4번타선에 4번 타자 최준석을 5번 타순에 배치한 것이 적중하며 떨어진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롯데 그룹 차원의 대폭적인 야구단 지원 약속은 선수들의 의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물론,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에 다른 여론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지만, 이전과 다른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롯데는 그룹 회장이 직접 야구장을 찾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롯데는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롯데의 예상치 못한 선전에 기대를 했던 롯데 팬들은 또다시 실망감으로 시즌을 보내야 했다. 이로써 롯데는 2013시즌부터 3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과거 로이스터 감독 시절 어렵게 되찾았던 강팀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말았다. 

롯데가 부진한 사이 창원을 연고로 한 신생팀 NC는 정규리그 2위라는 빛나는 성과를 거두며 롯데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NC 창단 당시 프로야구 경기력의 질적 저하 등을 이유로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전력이 있었다. 이런 롯데에 NC의 선전은 씁쓸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고질적인 팀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불펜진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여전히 불안했다. 마무리 투수가 고정되지 않았고 추격조 필승조 구분이 없었다. 돌려막기식 불펜 운영은 한계가 있었다. 이는 선발 운영도 다르지 않았다. 롯데는 외국인 선발 투수를 제외한 나머지 자리를 여러 선수들의 채웠지만, 붙박이 선발투수를 찾지 못했다. 이는 가뜩이나 약한 불펜진에 큰 부담이 됐다. 이에 더해 마운드 고령화 문제는 롯데의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었다. 

(부활 가능성 보인 정대현)

한층 강해진 타선 역시 외야의 한 자리에 확실한 주전을 찾지 못했고 1루수 포지션의 약한 공격력 문제도 해결이 안 됐다. 고질적인 수비불안도 상위권 도약에 여전한 걸림돌이었다. 의욕적인 시즌 시작이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았고 성적과 팬심도 되찾지 못한 2015시즌이었다. 

롯데는 시즌 후 빠르게 팀을 개편하며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감독 선임부터 코치진 구성을 빠르게 확정하며 신임 조원우 감독체제에 힘을 실어주었다. FA 시장에서 윤길현, 손승락 두 정상급 불펜투수를 영입하며 불펜진 강화에 성공했다. 올 시즌 큰 활약을 했던 외국인 선수 3명과 빠르게 재계약을 확정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외에도 롯데는 스토브리그 동안 이전과 다른 신속하고 전략적인 대응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는 전력 강화는 물론이고 롯데에 부족했던 유망주 육성을 함께하려는 의지를 확실히 보였다. 이러한 롯데의 움직임은 돌아선 팬심을 조금은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불러왔다. 다시 롯데 팬들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쉽지 않은 2년을 보낸 롯데였다. 롯데는 2016시즌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기대감으로 시작한 시즌이 실망으로 끝났던 롯데였다. 더는 이런 전철을 다시 밟지 않아야 하는 롯데다. 롯데가 2년간의 기억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설마가 현실이 되도록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