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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한화에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 팀의 에이스 투수 로저스의 전격 방출이 그것이다. 지난 주말 한화는 팔꿈치 부상으로 인한 수술이 불가피한 로저스와의 이별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돼 돌풍을 일으키며 한화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로저스였다. 지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한화는 그에게 역대급 계약을 안기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로저스 효과는 외국인 투수에 대한 각 구단의 눈높이를 높였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물급 외국인 투수 영입을 불러왔다. 



하지만 정규 시즌의 반환점을 채 돌기도 전에 로저스는 외국인 선수 영입의 실패사례가 되며 우리 리그를 떠나게 됐다. 수년간 전력강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던 한화로서는 또 다시 큰 손실을 떠 안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로저스 역시 팀과 결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팬들의 비판적인 시선을 뒤로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사실 지난 시즌 로저스는 대단했다. 150킬로가 넘는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까지 장착한 로저스는 이전 외국인 투수들과는 다른 한 차원 높은 투수였다. 로저스는 선발 투수진의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화의 구세주와 같았다. 그는 등판하는 대부분 경기를 완투하며 지친 불펜진에 휴식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남다른 승부욕은 팀에 큰 활력소가 됐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화가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을 하는 데 있어 그의 역할은 상당했다. 한화팬들의 그에 대한 애정이 크게 높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화로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로저스와의 재계약은 꼭 성공해야 하는 과제였다. 그에 대한 일본 등 해외 구단의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 한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초대형 계약으로 로저스와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로저스의 재계약은 한화의 상위권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로저스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도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동계 훈련 때부터 로저스는 뭔가 석연치 않은 모습이었다. 준비가 더뎠고 급기야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후 로저스는 시즌 개막 후 상당 기간 2군에서 몸을 만들었다. 에이스 투수의 부재는 한화 전력에 큰 손실이었다. 가뜩이나 선발 투수진에 약점이 있는 한화로서는 에이스 없이 시작한 시즌이 순탄할 리 없었다. 



하지만 로저스의 선발 등판은 자꾸만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감독과의 불화, 태업 논란까지 불거졌다. 지난 시즌에도 로저스는 돌출행동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기억이 있었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 갑자기 그가 엔트리에서 말소되자 선수관리에 엄격한 김성근 감독과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던 시점에 로저스는 1군에 복귀했다. 그의 복귀는 최하위에 쳐져 있는 한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로저스는 지난 시즌 압도적인 구위를 과시하던 그 투수가 아니었다. 직구의 구속이 떨어졌고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아졌다. 상대 팀은 한층 부담을 덜고 그를 상대했다. 



1군 복귀 후 첫 3경기 동안 많은 실점으로 걱정을 낳았다. 그럼에도 로저스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진의 과부하를 덜어주는 나름의 역할을 했다. 마침 그의 복귀 시점과 맞물려 한화는 긴 침체기를 벗어나 상승 분위기를 만들었다. 로저스 역시 이런 팀 분위기에 편승해 경기를 치를수록 투구 내용이 나아졌다. 그의 떨어진 구위는 긴 시즌에 대비한 강약 조절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6월 4일 삼성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경기에서 로저스는 경기 중 팔꿈치 통증으로 스스로 마운드를 물러났다. 이후 로저스는 다시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팔꿈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이 드러났다. 시즌 초반 그의 등판일정이 늦춰졌던 이유도 그의 구위가 떨어진 이유도 함께 설명됐다. 지난 시즌 불펜 투수였던 그의 무리한 등판 일정이 부상이 원인이었을 거라는 분석도 따랐다. 



그에게 막대한 투자를 한 한화는 로저스의 재활 후 복귀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현실이되지 않았다 로저스는 강한 복귀 의지를 보이지 않고 돌출 행동으로 팀을 실망시켰다. 그는 완벽한 회복을 위해 수술을 원했다. 이는 재활을 원하는 구단과의 마찰을 불가피하게 했다. 급기야 로저스는 SNS를 통해 그의 부상 정도와 수술 사실을 스스로 알리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까지 그의 부상을 숨기고 싶었던 한화는 로저스의 방출을 신속히 발표했다. 더는 그로 인해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는걸 막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이렇게 로저스의 KBO리그에서의 선수생활을 마무리됐다. 만약 수술을 한다면 그는 장기간 재활이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 그가 다시 KBO리그로 돌아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문화적 차이도 있었겠지만, 한화와의 결별 과정에서 쌓인 부정적 이미지는 그에게 먹튀 이미지를 덧씌우고 말았다. 결국, 로저스는 너무나 짧은 전성기를 보내고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장 한화는 그에 투자한 거금을 허공에 날리는 격이 됐다. 이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고 하기에는 그 수업료가 너무 크다. 에이스의 갑작스러운 공백은 시즌 전체 구상까지 흔들고 말았다. 하위권 탈출이 시급한 한화로서는 너무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한화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시점에 외국인 선수 영입과 관리에 있어 실력 이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사진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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