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것 같지 않았던 프로야구 순위 경쟁이 결과가 깊어지는 가을과 함께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가야 할 것 같았던 4, 5위 경쟁의 승자도 압축되고 있다. 5할 승률을 넘기며 중위권 경쟁 팀들 중에서 가장 안정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LG는 4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고 5위 KIA 역시 6위 이하 팀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면서 안정권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5위 KIA는 9월 들어 추석을 전후로 타선이 침묵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주말 2연전에서 5위 추격을 포기하지 않은 한화의 도전을 뿌리치고 2연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가며 한숨을 돌렸다. KIA는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9월 21일 넥센전마저 승리하며 6위 SK와의 승차를 3경기차로 더 늘렸다. 6위 SK가 6경기만을 남겨둔 점을 고려하면 SK가 전승을 하더라도 KIA가 깊은 부진에 빠지지 않는다면 5위 지키기가 가능할 전망이다.
KIA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오랜 부진을 깬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아주 짧게는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직전에까지 이르렀지만, 막판 선수 부상 도미노로 아쉽게 탈락한 기억마저 지워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4위 LG와 2경 차로 뒤지고 있는 KIA로서는 순위 역전을 또 다른 목표로 삼을 수도 있게 됐다.
(KIA 입단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는 김주찬)
KIA의 올 시즌 현재까지의 모습은 시즌 전 예상 이상이다. 올 시즌 전망에서 KIA는 상위권보다는 하위권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전히 팀은 리빌딩이 진행중이었고 FA 시장에서 큰 성과가 없었다. 수준급 외국인 투수 두 명을 영입하고 양현종, 윤석민 두 토종 원투펀치가 구축된 선발 마운드는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였지만, 불펜진에 대한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았다.
타선은 김주찬, 이범호, 나지완 등 이름 값있는 선수들이 주력을 이루고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부상으로 매 시즌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주력 선수들이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 발전된 모습을 보인 젊은 선수들이 그 흐름을 그대로 이어갈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KIA는 의문부호가 긍정적 변수가 되면서 꾸준히 4, 5위권을 유지했다. 부상도미노 현상이 사라지면서 라인업에 안정감이 더해졌다. 김주찬, 나지완, 이범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위력은 리그 정상급이었다. 부상 변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기간이 길지 않았다. 지난 시즌 외국인 타자 필이 홀로 분투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오히려 필의 활약이 이들에 묻힐 정도였다. 여기에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기회를 얻었던 젊은 선수들의 자리를 잡으면서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트레이드로 영입된 서동욱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KIA의 고민이었던 2루수 자리를 잘 메워주었다. 라인업의 안정은 약체 타선을 강타선으로 변모시켰다. 강해진 공격력은 KIA 약진에 있어 큰 힘이 됐다.
타선의 활발한 움직임과 더불어 마운드 역시 악재를 이겨내고 안정세를 유지했다. 우완 에이스 윤석민의 부상과 장기 결장, 제5선발 임준혁의 부진,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승수를 쌓지 못하는 불운이 있었지만, 핵터와 지크 두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진에서 이닝이터의 역할을 하며 버텨주면서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들이 있어 KIA는 연패를 당하지 않으면서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신.구의 조화를 이룬 불펜진은 시즌 초반의 불안감을 떨치고 신뢰감을 계속 쌓아갔다. 올 시즌 KIA는 수 년간 반복된 불펜 불안을 떨쳐내고 경기 후반 리드상황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에 우여곡절 끝에 고향팀으로 돌아온 베테랑 마무리 임창용과 시즌 중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좌완 고효준이 더해지면서 KIA 불펜진은 그 무게감이 더해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진우 역시 9월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승리불펜조를 더 강화시켰다.
이렇게 투.타가 조화를 이룬 KIA는 순위 경쟁에서 기복을 줄이며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을 높여갔고 지금은 5위 자리를 거의 굳혀가고 있다. 경기가 드문드문 이어지는 잔여 경기 일정이 남았음을 고려하면 마운드의 안정을 이루고 있는 KIA가 지금의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순위 경쟁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올 해 포스트시즌은 팀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공통점이 있는 LG와 KIA의 와일드카드전으로 그 문을 열 가능성이 크다. 두 팀의 포스트시즌 대결은 과거 KIA의 전신 해태와 LG와 대결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흥행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6위 SK는 김광현, 캘리 원투 펀치를 앞세워 마지막 반격을 준비 중이다. 9월 한때 연패에 빠진 경험이 있는 KIA가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KIA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순위표를 한 단계 더 올려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KIA가 그들의 손에 거의 쥐어진 포스트시즌 티켓을 언제 완전한 자신들 것으로 만들지 궁금해진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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