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수명이 길어지고 있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기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타자들은 힘과 스피드가 줄고, 오랜 시간 마운드에 오른 투수 역시 구위 저하와 부상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의 풍부한 경험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점점 육성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도 베테랑 선수들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에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상당수 있다.
하지만, 베테랑들이 FA자격을 얻는다면 구단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면 분명 필요한 자원들이지만,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에 장기 계약을 안겨주기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향후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점도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단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계약 조건을 제시하게 이는 해당 선수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당연히 FA 계약이 장기화 된다.
LG의 두 베테랑 봉중근, 정성훈도 쉽지 않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봉중근은 LG에서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큰 활약을 했다. 국가대표 선발투수로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한때 그는 WBC 일본전 거듭된 호투로 봉의사라를 별칭을 얻기도 했다. 부상에 따른 수술을 하고도 이를 단기간에 극복한 의지의 선수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봉중근은 LG를 상징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LG FA 투수 봉중근)
이런 봉중근이지만, 생애 첫 FA 계약은 난관에 직면해 있다. FA를 앞둔 올 시즌 성적이 크게 부진했다. 봉중근은 올 시즌 잔 부상과 함께 구위 저하 현상이 뚜렷해지며 고전했다. 봉중근은 1군에서 19경기 등판에 그쳤다. 성적은 1승 2홀드 방어율은 4.95에 머물렀다. 부상으로 시즌을 마치지 못한 2011시즌을 제외하며 최근 들어 최악의 성적이었다. 2015시즌에 이어 2년 연속 부진이었다.
당연히 FA 시장에 나선 그의 가치는 급락했다. 그동안의 팀 기여도를 비롯한 과거의 기억은 가치 평가에 있어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원 소속팀 LG는 그가 원하는 장기계약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그의 최근 성적으로는 타 팀 이적도 불가능하다. 경험은 풍부하지만, 기략이 급락한 베테랑 투수를 보상 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영입할 구단은 없기 때문이다. 봉중근으로서는 현 소속팀 LG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들어 리빌딩에 성과를 내고 있는 LG라는 점은 그에 대한 판단을 더 냉정하게 하고 있다.
봉중근으로서는 구단의 계약조건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선수생활 연장의 방안이 없다. 이는 베테랑 타자 정성훈도 다르지 않다. 정성훈은 올 시즌 126경기 출전하며 타율을 0.322, 119개의 안타, 64타점으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체력부담 등으로 수비 포지션이 3루에서 1루로 변경되긴 했지만, 올 시즌 LG에서 정성훈과 비교할 수 있는 1루수 자원은 없었다.
올 시즌 활약은 세 번째 FA 자격을 얻은 정성훈에게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30대 후반의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이미 올 시즌 전 2차 드래프트 실시에 있어 베테랑 외야수 이진영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그를 kt로 떠나보낸 전력이 있는 LG였다. 2군에서 4할대 맹타를 기록하고 있던 레전드 이병규를 팬들의 강력한 요청에도 시즌 막판까지 1군에 등록하지 않았던 LG이기도 했다.
LG로서는 젊은 선수들의 기회를 주려는 그들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정성훈이 원하는 다년 계약을 애초부터 생각지 않았다. LG는 그의 기량을 인정하면서도 단년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건재를 입증한 정성훈으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아직 경쟁력있는 내야수인 정성훈이라는 점은 베테랑 내야수가 필요한 팀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보호 선수 규정은 또 다른 족쇄가 되고 있다.
봉중근과 마찬가지로 정성훈 역시 LG 구단의 방침엘 따를지 말지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그나마 정성훈은 이미 두 번의 FA 권리를 행사에 모두 장기 계약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위안이면 위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기량이 여전한 그로서는 구단의 결정에 야속하게 느껴질 수 있다.
LG는 이미 내부 FA 선수인 선발 투수 우규민을 삼성으로 떠나보냈다. LG는 삼성에 크게 못 미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LG는 우규민에게도 냉정한 계약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LG는 삼성의 좌완 선발 투수 차우찬과 역대 최고 금액으로 연결되어 있다.
차우찬이 아직 젊고 LG에 필요한 좌완 선발 투수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내부 FA 선수들에 대한 처사와는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LG는 철저한 비지니스 논리로 이번 FA 시장에 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LG의 모습이 LG 팬들에게는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빌딩 성공과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올 시즌 LG라고 하지만, 이병규에 대한 의도적인 전력제외와 은퇴의 과정은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는 자칫 팀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구단의 방침과 제도적인 문제가 겹치며 LG의 두 베테랑은 FA 시장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미 FA 신청이 은퇴로 이어진 NC 포수 용덕한 예는 이들의 어깨를 더 처지게 할 수 있다. 어쩌면 봉중근, 정성훈의 문제는 여타 베테랑 선수들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 자체를 막는 일이다. 이제는 베테랑들이 가치를 인정받고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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