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에서 불펜진의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KBO 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불펜 투수들에 평가가 높아지고 있고 실제 이번 FA 시장에서 불펜 투수들의 계약 조건은 예상을 웃돌고 있다.
타자들의 힘과 기술이 크게 발전하는 것에 비해 투수들이 발전이 뎌딘 상황에서 선발 투수들은 과거처럼 긴 이닝을 투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힘의 안배를 할 수 없다는 점은 불펜 투수들이 역할 비중을 크게 하고 있다. 사실상 6회 이후 불펜진의 힘에서 승패가 엇갈리는 경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강력한 불펜진은 팀 성적과 직결되는 문제다. 과거에는 불펜 투수의 중심은 마무리 투수였지만, 이제는 그 앞에 나서는 불펜 투수들이 어떤 투구를 하는지도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 변화가 불펜 투수의 가치를 높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불펜 투수는 선발 투수와 달리 거의 매 경기 대기를 해야 하고 짧은 이닝을 투구하는 대신 경기 출전수가 많다. 휴식일이 철저히 보장되는 선발 투수에 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인 소모가 크고 컨디션 유지도 쉽지 않다. 선수 수명도 짧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관리 시스템이 잘 만들어지면서 불펜 투수들도 오랜 기간 자신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불펜 투수도 FA 장기계약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다. 실제 우리 프로야구에서도 특별 불펜 투수의 FA 계약 금액은 상당하다.
당연히 각 팀들은 좋은 불펜 투수를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투수의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상위권에 자리하는 팀에 있어 강력한 불펜진 구축은 필수적인 과제다. 2018 시즌을 준비하는 각 팀들 역시 불펜진 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롯데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불펜진이 약했다.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항상 부재였고 선발 투수들에 비해 그 활약이 미미했다. 팀 역사에 있어 롯데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최근 불펜에서 활약했던 김승회, 김성배는 외부 영입 선수고 한때 팀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김사율은 그 기간이 길지 않았고 현재 kt 소속이다. 특급 마무리 투수로 기대했던 정대현은 다소 아쉬운 활약을 뒤로하고 은퇴했다. 이렇게 롯데는 항상 강력한 불펜과는 거리가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2017 시즌은 달랐다. 롯데는 마무리 손승락이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면서 불펜의 중심을 잡았고 그를 중심으로 후반기 타 팀에 뒤지지 않는 불펜진이 만들어졌다. 불펜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베테랑 윤길현의 부진이 마이너스 요소였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조정훈, 신예 박진형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좌완 불펜의 자리는 젊은 좌완 투수 김유영이 힘을 보탰다. 롯데는 잘 짜인 5인 선발진에 불펜진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후반기 높은 승률을기록할 수 있었고 전반기 부진을 뛰어넘는 반전을 이룰 수 있었다.
2018 시즌에도 롯데는 불펜진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다. 손승락이 건재를 확인했고 조정훈, 박진형은 지난 시즌 필승조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군에서 제대한 이후 가능성을 보인 진명호는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하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이인복이라는 군필 카드도 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고효준은 롯데에 부족한 좌완 불펜진에 오현택은 2017 시즌 마당쇠 역할을 해준 배장호와 함께 언더핸드, 사이드암 불펜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지난 2년간 FA 영입 선수로서 아쉬움을 남겼던 윤길현은 아직 반등의 여지가 있다.
2017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시환과 황재균의 보상 선수로 영입된 조무근은 kt 출신이라는 공통점에서 기본적으로 구위 뛰어난 장점이 있다. 오랜 기간 롯데의 불펜진에서 활약한 이명우, 이정민도 1군 엔트리 진입 경쟁 가능한 베테랑 불펜 투수들이다. 2018 시즌 롯데 선발진 진입을 기대하고 있는 미래의 에이스 윤성빈은 경우에 따라 불펜 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북적이는 롯데 불펜진에 구승민은 기대되는 불펜 자원이다. 구승민은 2017 시즌 퓨처스리그 상무에서 37경기 등판에 1승 14세이스 4홀드, 방어율 1.51을 기록했다. 2군에서의 기록이었지만, 1군 이상의 타고 투저현상이 뚜렷한 퓨처리그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단 1패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2017 시즌은 2014시즌 롯데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2시즌 동안 12경기 등판에 그쳤던 구승민에게는 긍정의 계기가 되는 시즌이었다. 구승민은 입단 당시 대학 시절 투수로 전환한 탓에 경험은 부족하지만, 140킬로 후반대의 직구를 던질 수 있는 뛰어난 구위로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자원이었다. 2015시즌에서 생각보다 일찍 선발 투수로 기회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구승민은 실력보다는 이승엽의 400호 홈런을 허용한 투수로 원치 않는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이렇게 2시즌을 보낸 구승민은 군 입대를 선택했고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등판 기회를 잡으며 기량을 발전시켰다. 2017 시즌은 그가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즌이기도 했다. 구승민은 퓨처스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제대 후 1군 엔트리 진입 가능성도 있었지만, 롯데는 그를 1군으로 부르지 않았다. 내심 1군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싶었던 구승민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하지만 구승민은 2018 시즌 팀은 물론이고 롯데 팬들로부터 기대를 받고 있는 불펜 투수다. 기본적으로 강한 직구를 던질 수 있고 제구가 안정되었다는 점은 불펜 투수로서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2017 시즌 경험도 축적했다. 무엇보다 20대 후반의 이른 구승민으로서는 프로선수로서 존재감을 높여야 하는 절실함도 있다. 다만, 그에 원하는 대로 1군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수많은 경쟁자들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구승민으로서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주어진 기회를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오버페이스나 부상과 연결되는 것도 경계할 부분이다. 구승민으로서는 이래저래 2018 시즌 기대와 함께 걱정이 함께 하는 시즌이다.
구승민이 가지는 기대와 걱정은 군 제대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건 구승민은 장점이 많은 투수고 발전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군필 선수로 경기 외적인 부담을 덜어냈다는 점도 장점이고 큰 부상 이력도 없다. 구승민은 2018 시즌 롯데 불펜진의 히든카드로서 손색이 없는 자원이다. 구승민으로서는 1군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기량을 확실히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구승민이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발전시켜 성공한 군필 선수의 또 다른 사례를 만들어 낼지 2018 시즌 그 활약이 기대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스포츠 > 2018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 프로야구] 시즌 준비하는 KIA의 채워지지 않는 마지막 퍼즐 김주찬 (1) | 2018.01.09 |
---|---|
[2018 프로야구] KIA 윤석민, 부정적 시선 지워낼까? (1) | 2018.01.08 |
[2018 프로야구] 달라진 스토브리그, 긍정의 결과 기대하는 한화 (3) | 2018.01.05 |
[2018 프로야구] 박병호 복귀 새로워진 홈런왕 판도 (2) | 2018.01.03 |
[2018 프로야구] 더 높은 도약 꿈꾸는 롯데의 믿는 구석 마운드 (1) | 2018.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