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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빙속 500미터 이상화의 올림픽 3연패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상화는 2월 18일 설날 연휴 마지막 날 열린 여자 500미터 결승에서 초반 좋았던 스타트를 이어가지 못하고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는 은메달, 금메달은 2017년 이후 이 부분 최강자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일본의 고다이라에게 돌아갔다. 

고다이라는 스타트부터 마지막까지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며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했다. 늦깎이 스타로 30살이 넘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고다이라는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1,000미터 은메달에 이어 500미터 금메달로 2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여자 빙속 단거리 최강자로 우뚝 섰다. 

대회전부터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대결은 고다이라가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2017 월드컵 시리즈 내내 고다이라는 500미터 1위를 유지했고 빈틈이 없었다. 이상화는 부상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월드컵 시즌 후반에는 출전을 포기하고 올림픽 준비에 전념했다. 다만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점은 이상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이상화는 1,000미터 출전까지 포기하면서 500미터에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고다이라의 기세를 꺾기는 어려웠다. 






이상화는 자신의 레이스를 마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은 아니었다. 이상화는 그의 마지막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4번째 올림픽을 마치면서 여러 복잡한 감정이 한 번에 폭발한 것으로 보였다. 특히, 부상에 시달리며 은퇴 위기에까지 몰리는 힘든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을 위해 끝없는 재활 과정을 거쳤던 이상화였다. 이상화의 눈물은 힘든 과정을 견뎌낸 자기 자신에 대한 기쁨에 함께 한 것이었다. 

이상화는 선수층이 극히 엷은 우리 동계 스포츠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고교생으로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500미터 5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던 이상화는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고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 여자 500미터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이상화는 500미터에서는 적수가 없는 최강자로 자리에 올랐고 빙속 여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상화는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온 국민을 열광하게 했다.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라는 큰 훈장을 안고 은퇴를 고려했지만, 평창 올림픽이라는 또 다른 목표 앞에 그 계획을 접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끊임없이 달렸던 그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이상화는 초인적인 훈련을 소화했다. 몸에 탈이 안 나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이상화는 재활과 훈련을 반복하며 평창 올림픽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전과 같지 않은 몸 상태에 각종 성적의 내림세를 피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일본의 고다이라가 그의 자리를 위협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상화는 고다이라를 의식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자신의 레이스를 준비했다. 언론에서는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를 집중 조명했지만, 이상화는 이를 의식하지 않고 의연한 자세를 유지했다. 이상화는 평창 올림픽에서 자신의 레이스를 했고 그의 마지막 올림픽을 훌륭히 마무리했다. 500미터 레이스 당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던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경기 결과가 나온 직후 서로를 격려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에게 축하의 인사를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위로했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관계였지만, 두 선수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이상화의 마지막 올림픽은 마무리됐다. 이상화는 올림픽 3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32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리스트가 되며 우리 빙상 두고두고 남을 기록을 남겼다. 당분간 이상화와 같은 빙속 스타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이상화는 대단했다. 아직 은퇴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우리 빙상에서는 이상화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 찾기가 급해졌다. 

현재로서는 이상화를 대신할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상당 기간 여자 빙속은 힘든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바꿔 말하며 선수 생활 내내 이상화가 짊어지고 있었을 짐의 무게가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할 수 있다. 소수 정예의 선수에 절대 의존해야 하는 우리 동계 스포츠의 슬픈 현실을 이상화는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상화가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도록 해야 할 때가 됐다. 이상화가 선수로서의 또 다른 도전을 강요하기는 무리가 있다. 우리는 평창 올림픽 은메달의 아쉬움보다는 그간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야 하고 이상화는 그만한 자격이 있다. 앞으로 이상화가 선수로서 또 다른 이력을 만들어갈지 새로운 분야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앞으로 그의 또 다른 레이스가 궁금해진다. 

사진 : 평창 동계올림픽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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