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확정되며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노선영이 속한 여자 빙속 팀 추월 예선전이 2워 19일 열렸다. 결과는 예선 탈락, 기록 역시 저조했다. 예선 1조에서 네덜란드와 대결한 대한민국 여자 팀 추월팀은 상대와 큰 격차를 보였고 후반부 페이스가 더 떨어지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문제는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보다는 경기 내용에 있었다. 팀 추월 경기는 단체전으로 3명의 선수가 함께 결승선을 통과해야 기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정확히 말해 3번째 선수 기록이 팀 기록이 된다. 따라서 각 팀은 가장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함께 이끌어 가기 위한 노력을 경기 중 하게 된다. 페이스가 떨어진 선수를 가운데 위치하여 뒤 선수가 그 선수를 밀어주는 장면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남자 팀 추월팀 역시 그런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자 팀 추월팀은 이 팀이 단체전에 출전한 팀이 맞는지 의문시될 정도였다. 경기 후반 노선영의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뒤처지자 나머지 두 선수는 그대로 스퍼트를 했다. 노선영은 이들 2명보다 한참 뒤처져서 골인했고 그 기록이 대표 팀의 기록이 됐다. 분명 아쉬운 경기 운영이었다. 개인전 경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자 팀 추월팀은 앞서 들어온 두 선수와 노선영이 함께 하지 않고 노선영은 홀로 쓸쓸히 경기장을 나섰다. 경기 후 서로의 노력을 격려하는 다른 나라와는 너무 다른 마무리를 했다. 경기 후 인터뷰 역시 앞서 골인한 두 선수가 했다. 인터뷰에서 두 선수는 마치 자신들은 자기 할 일을 다했지만, 노선영이 이를 뒤받침하지 못해 아쉽다는 내용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지극히 부정적이었고 그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노선영은 빙상 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위기에 몰렸었고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노선영은 훈련을 중단하기도 했고 상당한 마음고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노선영은 팀 추월 훈련이 함께 이루어지지 못하고 따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빙상 연맹은 뒤늦게 노선영에 사과하는 모양새를 갖추며 그를 대표 팀에 복귀시켰지만, 한번 리듬이 끊어진 선수가 제 컨디션을 찾기는 힘든 일이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팀워크였지만, 선수들의 소통은 전혀 없었다. 이는 경기 방식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노선영은 다른 두 선수와 같은 방향으로 스케이팅을 했지만, 함께 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노선영의 경기 막바지 힘들어하며 페이스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누구도 그를 격려하고 이끌고 가지 않았다. 물론,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두 선수가 앞서 나서고 노선영이 그들을 따라가는 것이 좀 더 기록을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었지만, 골인 장면은 기존 팀 추월 경기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여기에 인터뷰 내용이 전해지며 해당 선수인 김보름, 박지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들은 재빨리 자신들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최선을 다했음을 항변할 수 있지만, 팀 경기의 본질을 망각했다. 대회 출전 과정의 난맥상으로 빙상연맹에 미운 털이 박힌 노선영을 의도적으로 따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국가대표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이니 만큼 결과 이상으로 경기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들을 두둔하는 SNS 메시지를 남겼다가 여론의 집중 포하는 맞고 있는 특정 선수는 평소가 무관심하다가 큰 대회에서만 관심을 가지고 비판하는 여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여자 팀 추월 팀에 대한 비난은 반짝 관심이 아니라 팀 추월을 개인 경기로 만든 경기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할 수 있다.
물론, 동계 스포츠를 비롯한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은 올림픽 등에 한정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선수가 더 많다는 점을 선수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 참가는 그들의 노력과 결과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국가의 지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만큼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을 것이 사실이다. 즉, 나라를 위해 경기를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자 빙속팀 파문과 함께 노선영의 고인이 된 동생 노진규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준비했던 그의 마지막 올림픽을 쓸쓸히 마무리하게 됐다. 성적 부진보다 노선영은 그가 팀에서 배제됐다는 아픔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경기 훈 인터뷰를 사양하고 경기장을 떠난 노선영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안타까움이 든다. 논란의 당사자 중 한 명인 김보름은 메달 유망 종목인 매스스타트 대표 선수다. 이 논란의 그의 경기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김보름 역시 상당한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 빙상은 동계 올림픽에서 다수의 메달을 획득하며 대표 팀의 선전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를 이끌어야 할 빙상연맹은 각종 구설수와 나쁜 사건에 연루되며 비판을 중심에 섰다. 선수들의 노력을 지원하기는커녕 고질적 파벌싸움으로 선수들까지 이에 휘말리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실제 국가대표 상대 나라와 경쟁하기보다는 소속 대학별도 경쟁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하는 장면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이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결코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이런 구태가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여자 빙속 팀 추월팀의 문제는 결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들은 이제 결과만이 아닌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에도 충분히 박수를 보낼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 실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국민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여자 빙속 추월팀의 논란이 그래서 더 아쉽게 다가온다.
사진 : 평창 동계올림픽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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