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의학 드라마 라이프가 9월 11일 16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애초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드라마 비밀의 숲, 작가의 작품이었고 조승우, 이동욱 등 호화 캐스팅으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의 전개 과정에서 그 평가는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그 결말 역시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드라마는 상국 대학교 병원을 배경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예진우와 새롭게 사장으로 부임한 구승효의 대립 구조가 큰 축이었다. 예진우는 어릴적 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동생이 하반신 불구가 된 기억이 끝없이 그를 괴롭히고 있지만, 의사로서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이런 배경에는 어릴 적 동생의 사고에 대한 자책감으로 힘들어하던 그를 따잡아준 상국대학교 정신과 전문의이자 병원장이 있었다.
하지만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상국대학교 병원이 거대 재벌에 인수되고 병원에 전문 경영인이 부임하면서 병원은 상당한 변화가 직면하게 된다. 그저 열심히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만 몰두했던 예진우의 일상도 바뀌게 된다. 새롭게 병원의 총괄 사장으로 부임한 구승효를 수익성 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고 병원의 비능률과 비효율을 개선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이 가져야 할 공공성의 훼손이 불가피했다. 당연히 내부의 반발이 상당했다. 그 중심에는 예진우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이는 병원장이 있었다.
그의 영향을 받은 에진우 역시 거대 재벌의 대리인이라 할 수 있는 신임 사장 구승효에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에게 병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를 행동하는 의사로 만들었다. 병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병원장은 부원장과의 술자리에서 돌연사했고 병원을 충격에 휩싸였다.
원장의 죽음과 함께 병원은 더 강한 변화의 바람에 직면해야 했다. 구승효 사장은 수익 증대를 위한 조치를 더 강하게 진행했다. 병원 구성원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부원장은 비롯한 몇몇 구성원들의 자신의 위치를 더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를 이용하는 모습도 보이는 등 적전 분열의 모습도 보였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상국대 병원은 공공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예진우는 나름의 방법으로 구승효 사장을 흔들었다. 경영상 비밀 자료를 공개하면서 병원 구성원들이 병원을 인수한 재벌 그룹의 의도를 파악하도록 했고 함께 이에 저항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정치권과 결탁하여 자행하려던 재벌 회장의 잘못된 행동에 반기를 들어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병원의 저항은 구승효 사장의 변화 움직임에 재동을 걸었다. 이는 그를 대리인으로 강력하게 영리 병원화를 추진하던 재벌 그룹 회장의 심기를 크게 상하게 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을 가지고 있는 회장은 더 강하게 병원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구승효 사장은 심적 동요를 일으킨다. 그는 이미 업무 과정에서 병원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문제점을 알아내고 분노했다. 또한, 숫자로는 매길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는 인식하게 된다. 구승효는 병원의 수익성 개선과 가치 유지를 절충하는 나름의 방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이는 병원 구성원과 재벌 회장 모두에 압박을 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구승효는 영리 병원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사회적 논란의 책임을 홀로 뒤집어쓰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병원에 대한 거대 재벌의 압박은 더 거세졌다. 병원 구성원들 역시 구승효의 본래 의도를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때가 늦었다. 이대로라면 그들의 지키고자 했던 병원의 가치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여기서 기사회생의 기회가 찾아왔다. 새로운 병원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의 재벌 그룹과 정치인의 검은 거래 자료를 병원 측에서 확보하게 되었고 이는 병원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됐다. 이 자료를 구승효 사장이 가지고 있는 자료로 어떻게 보면 그가 상국대학교 병원에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구승효 사장은 떠나는 자리에서 병원 구성원들에게 그들에게 더 강한 바람이 불 것이고 병원을 지키기 위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함을 암시하는 말은 남긴다.
이렇게 상국대 병원은 그들의 가치를 지켜냈지만, 여전히 거대 재벌이 그 주인인 것은 바뀌지 않았다. 구승효를 대신할 새로운 사장은 재벌가의 패밀리로 어떻게 보면 상대하기 더 버거워졌다. 상국대학교 병원은 잠깐의 시간을 벌었지만, 험난한 파도는 언제든 몰아칠 수 있는 상황 속에 놓여있다. 재벌과의 대결에 중심에 섰던 예진우 역시 더 강하게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재벌에 예속되지 않은 독립 재단이 운영하는 상국대학교 병원을 꿈꾸며 또 다른 싸움을 준비했다.
한편 병원을 떠난 구승효는 그가 남긴 사업 계획 자료를 인정받아 다시 더 큰 계열사 사장으로 또 다른 기회를 잡았다. 냉철하기만 한 그의 마음에 감성이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준 병원 의사와 연인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남겨두게 됐다. 예진우는 그동안 그를 괴롭혔던 장애인 동생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동생과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적극적으로 이를 실천에 옮기며 마음의 짊을 덜었다.
이렇게 드라마는 시원한 한 방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지 않은 채 잠재된 병원의 구조적 문제와 재벌 그룹의 횡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라는 어두운 면을 그대로 남겨둔 채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다. 두 주인공 구승효와 예진우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그들의 옥죄는 환경은 여전한 탓에 그 행복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이 우리의 현실일수도 있지만, 드라마로서 아쉬움이 남는건 사실이다.
드라마 라이프는 보통의 의학드라마와 달리 병원의 나쁜 단면을 그대로 노출했고 그 이상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색다름을 남겼다. 하지만 사건의 해결 과정이 뭔가 개연성이 부족했고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러브라인과 주인공들의 가정사는 드라마의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 물론, 드라마 연기자들의 연기는 만족감을 주었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 전개는 열연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기존 의학드라마의 공식을 깨는 구성은 새로움으로 다가왔지만, 소문난 잔치에 뭔가 먹을 것이 부족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사진, 글 : 지후니 (youls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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