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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가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의 불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흔들리고 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었던 선동열 감독이 돌연 사퇴하면서 당장 그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은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 선발에서 특정 선수의 병역 혜택을 위해 선수 선발을 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국정감사장에서 증언대에 서기도 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선동열 감독은 상당한 질타를 받아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모멸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는 비난 여론도 선동열 감독에게는 부담이었다. 심지어 KBO 총재마저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 자체에 의문을 표하면서 선동열 감독이 설자리가 없었다. KBO에서는 감독 교체를 논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상황은 선동열 감독의 선택을 사실상 강요했다. 

결국, 선동열 감독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국가대표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우리 프로야구 역사에서 다시 나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대 투수였던 선동열 감독이었고 감독으로 상당한 커리어를 쌓았던 그였지만, 지도자 생활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선동열 감독은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스스로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었다.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사태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그에게는 견디기 힘들 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선동열 감독의 사퇴로 야구 국가대표 감독은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벌써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과연 국가대표 감독을 선뜻 맡으려 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는 상황까지 초래했다는 점에서 그 부담감을 쉽게 짊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의 불명예 퇴진은 국가대표 선발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직접 원인이지만, 이를 감독의 책임으로만 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국제 대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대표 선발에 있어 프로선수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비시즌 기간 또는 시즌 중 국가대표로 나서는 일은 구단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에 맞는 보상이 필요하지만, 그 수단이 마땅치 않다. 과거와 같이 국가대표의 사명감에 호소해서는 힘든 일이 됐다. 당연히 대표팀 구성에 있어 구단들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선수 차출에 부정적이다. 다만, 병역혜택의 기회가 있는 올림픽, 아시안게임만은 예외다. 특히, 금메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아시안게임의 경우 구단들은 내심 자기 팀 소속 선수가 더 많이 선발되기를 기대한다. 선수 선발에 있어 구단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해 아시안게임 역시 이런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몇몇 선수의 경우 상무나 경찰청 입대를 통해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면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포기하고 국가대표 선발에 도전하기도 했다. 선수 개인에게는 엄청난 모험이지만, 구단과의 협의가 없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이런 사례는 대표팀 선수 선발에 있어 국가대표 감독에게 큰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KBO가 구단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은 국가대표 감독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런 구조는 국가대표 선발의 중요한 객관성과 공정성 자체를 유지하지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과연 감독이 소신껏 선수 선발을 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가지게 한다. 선동열 감독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쏟아부을 수 없는 이유다. 

물론, 국가대표 감독의 자리는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고 선수 선발과 운영 선반을 책임지는 자리다. 선수단에 비난은 감독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비난을 더 가중시키는 요인이었다. 

시즌을 중단하면서까지 아시안게임에 올인했던 KBO였다. 그 때문에 리그 일정이 뒤로 밀리고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상당했다. 흥행에도 큰 악재로 작용했다. 금메달의 결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부실한 경기력은 금메달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일본과 대만이 프로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거나 일부만 출전시키는 현실에서 리그를 중단하면서까지 정예 선수들의 선발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졌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선동열 감독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말았다. 비난 여론을 홀로 떠안은 채 감독 자리에 연연할 수 없었다. 선동열 감독은 그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그의 사퇴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선수 선발 과정의 문제점은 여전히 그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고 언제든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구단의 이해관계에 크게 좌우되는 KBO의 현실은 여전하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의 본래 취지가 지켜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처럼 뜨거운 감자인 국가대표 감독을 서로 양보하는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선동열 감독의 사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선동열 감독이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떠나는 식으로 사태를 유야무야한다면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국민적인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운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글 : 지후니 74 (youlsim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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