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5인 선발 투수 로테이션 구성에 고심하고 있는 롯데가 불펜 투수 장시환의 선발투수 전환을 현실화할 가능성을 점점 더 높이고 있다. 프로 데뷔 이후 선발 투수로서의 경험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장시환의 주 역할을 불펜 투수였다. 이제 30살을 넘긴 투수로서는 분명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이다. 롯데는 그럼에도 장시환으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
장시환의 프로 데뷔 연도는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장시환은 지금 키움 히어로즈의 전신 현대 유니콘스의 신인으로 입단했다. 하지만 현대는 2007시즌을 끝으로 그 간판을 내렸고 야구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히어로즈로 그 주인이 바뀌었다. 장시환은 마지막 현대 유니콘스의 신인이었다.
이후 장시환은 히어로즈의 유망주로 팀의 성장과 함께했지만, 그 기량은 함께 발전하지 못했다. 구위는 뛰어났지만, 고질적인 제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현대 시절을 포함해 히어로즈에서 장시환은 2014시즌까지 소속되었지만,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했다. 그의 주 무대는 2군이었다. 장시환은 공만 빠른 유망주로 계속 남았다.
장시환에게 2015시즌 KT로의 이적은 긍정적 변화였다. 당시 신생팀 KT는 장시환을 중용했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은 장시환은 만연 유망주에서 벗어나는 투구를 했다. 2015시즌 장시환은 7승 5패 12세이브 방어율 3.98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KT에서 장시환은 불펜진의 핵심 선수로 자리했다. 하지만 2016 시즌 장시환은 그전 시즌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장시환은 3승 12패 6홀드 3세이브 방어율 6.33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2015시즌이 그를 더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의 기량은 퇴보했다. KT의 약한 전력도 문제였지만, 각종 성적 지표가 모두 내림세로 돌아섰다.
심기 일전한 2017 시즌 장시환은 안정된 투구로 KT 불펜진에 힘을 보탰다. 2017 시즌 초반 KT는 장시환을 비롯해 한층 강해진 불펜진을 바탕으로 초반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장시환에게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왔다. 불펜진 보강이 필요했던 롯데가 내야 유망주 오태곤을 내주고 그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불펜진에 여유가 있었던 KT는 야수진 강화를 위해 그를 떠나보냈다. 당시 분위기는 강력한 불펜 투수를 보강한 롯데가 더 이득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롯데는 장시환을 필승 불펜진에 포함시키며 중용했다. 2017 시즌 장시환은 팀을 시즌 도중 옮기는 변화 속에서도 4승 4패 10홀드 방어율 4.38로 선전했다. 새로운 팀에 대한 적응 등을 고려하면 나름의 역할을 해주었다 할 수 있었다. 롯데는 팀에 완전히 적응한 장시환이 2018 시즌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8 시즌 장시환은 극심한 기복을 보이며 점점 신뢰를 잃었다. 필승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그 역할이 점점 축소됐다. 급기야는 1군에서 밀려 2군을 전전하는 상황이 됐다. 장시환은 시즌 후반기 주로 2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질적 약점인 제구 불안에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멘탈의 문제까지 드러내며 그 활용도가 떨어졌다.
2018 시즌 장시환은 1승 2홀드 방어율 4.66을 기록했다. 투구 이닝을 36.2이닝으로 그전 시즌보다 크게 줄었다. 150킬로가 넘는 직구는 여전했지만, 경기마다 상황마다 흔들리는 불펜 투수를 승부처에서 기용할 수 없었다. 그의 기록은 대부분 패전처리나 큰 점수 차가 생겼을 때 등판한 이력이 쌓인 결과였다. 결국, 장시환은 시즌 종료 후 연봉 협상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 연봉 삭감은 불가피했다. 올 시즌 전력 구상에서도 1군 엔트리 진입 경쟁을 해야 할 처지였다.
장시환에게 선발투수 전환은 위기 뒤의 기회였다. 롯데는 기복이 심한 장시환이 짧게 던지는 불펜 투수보다는 긴 이닝을 책임지는 선발투수로 나서는 것이 더 유리하다 판단했다. 롯데는 2~3점 실점을 해도 부담이 덜하고 긴 호흡의 투구가 오히려 장시환의 제구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역발상을 했다.
롯데는 노경은의 FA 계약 불발과 박세웅의 장기간 부상 재활 등으로 누수가 생긴 롯데 선발 투수진의 경우의 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불펜진에 여유가 있다는 점과 장시환이 프로 데뷔 이후 선발투수로 경험이 있었고 멀티 이닝 소화능력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프로 데뷔 이후 축적된 경험도 중요한 긍정 변수가 될 수 있다.
장시환의 선발 전환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소 단조로운 구종을 얼마나 더 추가할 수 있을지 여부와 체력적인 보강이 필요하다. 전지훈련을 통해 이점을 보완했겠지만, 실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으로 있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장시환으로서 불펜 투수로서의 부담을 덜어주었음에도 장시환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그의 1군 엔트리 진입은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선발투수 장시환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롯데에게도 위기이자 기회다. 장시환이 150킬로 이상의 직구를 던질 수 있는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수년간 롯데 선발 투수진에 없었던 유형의 투수가 자리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선발 로테이션의 다양화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긍정 전망에 근거한 예상이다. 아직 장시환은 검증이 필요한 선발투수 후보다. 결국, 장시환이 자신에서 주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 프로 데뷔 이후 가능성의 투수로만 10년 이상을 보냈던 그로서는 이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해 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안정감이 떨어지는 불안한 불펜 투수를 선발 투수로 활용하려는 롯데의 과감한 선택이 역시나의 결과를 가져올지 역발상의 성공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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