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투수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찰나의 순간에 투수와 타자의 승부 결과가 엇갈리는 야구의 특성상 타자가 투수의 공을 조금이라도 덜 보고 판단할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투수는 타자와의 승부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을 성공의 결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에게는 제구가 필연적이 해결 과제다. 상당수 투수들의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만연 기대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잊혀가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그럼에도 강속구 투수에 대한 기대감을 놓아 버리는 쉽지 않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실패의 기억을 뒤로하고 올 시즌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프로야구 두산에는 매 시즌 아쉬움을 다가오는 강속구 투수 홍상삼과 최대성이 있다. 이들은 입단 당시부터 강속구 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만큼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사이 이들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상당한 경력을 쌓았지만, 만연 기대주에 머물고 있다.
홍상삼은 2009시즌 두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두산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데뷔 시즌인 2009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속에서도 9승 6패 3홀드 방어율 5.23을 기록했다. 신인 투수로서는 성공적 데뷔였다. 하지만 홍상삼은 2년 차 징크스 탓인지 이후 2시즌 부진했다. 역할 비중도 크게 줄었다.
2010시즌과 2011시즌 조정기를 거친 홍상삼은 2012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해 홍상삼은 53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1세이브 22홀드 방어율 1.93을 기록하며 두산의 핵심 불펜 투수로 올라섰다. 홍상삼은 2013시즌에도 55경기 등판에 5승 4패 5세이브 9홀드 방어율 2.50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이제 성공의 이력만을 쌓을 것 같았던 홍상삼이었지만, 그 이력은 더는 쌓이지 않았다.
2014시즌부터 홍상삼은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앞선 두 2시즌 불펜 투수로서는 다소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도 영향을 주었다. 부상도 잦아졌고 투구 밸런스도 흔들렸다. 흔들리는 제구는 잡히지 않았다. 홍상삼은 2014시즌 이후 군 복무를 위해 2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퓨처스리그 경찰청에서 2시즌을 보낸 홍상삼은 그곳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였지만, 두산에 복귀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두산 불펜에서의 역할 비중도 점점 줄었다.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안되고 기복이 심한 투수의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2018 시즌 홍상삼은 후반기 1군 마운드에서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완전한 신뢰를 되찾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홍상삼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가 부진한 사이 젊은 투수들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고 홍상삼은 엔트리에 구성에서 우선 대상이 아니었다. 올 시즌을 앞둔 전지훈련 명단에서도 그는 1군 명단에 없었다. 다만, 2차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1군 진입 경쟁을 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했다.
홍상삼과 달리 최대성은 2004시즌 롯데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KT를 거쳐 두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쳤다. 롯데 시절 최대성은 150킬로 이상의 직구를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도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제구의 안정성과 함께 주자가 출루하면 스스로 흔들리는 멘탈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2007시즌 최대성은 구속을 줄이는 대신 제구의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는 투구폼 변화를 하면서 크게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롯데는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 후보가 등장했다고 반겼다. 2007시즌 41경기 등판에 3승 2패 7홀드 방어율 2.67로 가능성을 보인 최대성은 이대로 그 입지를 단단히 해야 했지만, 2008시즌 1군에서 2경기에만 마운드에 올랐고 군 복무와 부상 재활 등으로 상당 기간 공백기를 겪었다.
2012시즌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른 최대성은 71경기에 등판하며 역할 비중을 높였고 8승 8패 1세이브 17홀드 방어율 3.59로 부활에 성공했다. 길었던 공백기가 그를 더 성장시킨 것으로 보였다. 이대로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최대성이었지만, 그의 야구 인생을 더 험난해졌다. 들쑥날쑥한 투구 내용과 제구 불안 항상 그에 잠재적 위험요소였다. 불펜 투수로서 그의 입지는 점점 줄었다. 2015시즌 최대성은 박세웅, 장성우 트레이드에 묶여 롯데에서 KT로 팀을 옮겼다. 롯데는 더는 30대 나이에 접어든 강속구 유망주에게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최대성으로서는 신생팀 KT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2015시즌 최대성은 1군에서 8경기 마운드에 오른 이후 더는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활약은 미미했다. 최대성의 이름은 점점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2018 시즌 2차 드래프트를 거쳐 두산으로 팀을 옮겨 새로운 기회를 잡았지만, 그 활약은 미미했다. 최대성은 주로 2군에 머물러야 했다. 그렇게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2019시즌 최대성은 어떻게 보면 프로야구 선수 이력을 지속하기 위한 마지막 도전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일단, 두산은 최대성을 1군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키며 올 시즌 필요 전력으로 분류했다.
두산으로서는 홍상삼과 최대성이 과거 기량의 70~80프로만 발휘한다고 해도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위가 살아있고 이들에게는 누구보다 강한 절실함이 있다. 더 밀리면 1군 마운드에 설 기회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는 이들에게 2019시즌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하지만 홍상삼과 최대성은 치열한 내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두산 불펜진에는 영건들이 상당수 자리 잡고 있다. 마무리 투수 함덕주를 비롯해 지난 시즌 활약한 박치국, 군에서 돌아온 윤명준, 부상 회복 중인 김강률 외에 유망주들이 더 나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베테랑급에서도 김승회, 이현승 등이 이들보다 나은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다. 선발 투수 경쟁 군에서 탈락한 이들도 불펜진에 가세할 수 있다. 홍상삼과 최대성의 1군 진입의 문이 좁기만 하다. 이들로서는 연습경기, 시범경기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만약, 두산의 예상대로 이들이 전력에 가세할 수준이 된다면 두산의 불펜진은 운영에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긍정의 결과만을 고려한 가정이다. 해마다 많은 선수들의 가능성이라는 긍정 변수의 현실화를 꿈꾸지만 현실이 안되고 사라져가는 일을 무수히 보았기 때문이다. 홍상삼과 최대성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여전히 그들의 올 시즌 운명은 안갯속이다.
사진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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