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프로야구] 롯데 불펜의 현재, 그리고 미래, 구승민

2019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불펜진이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크게 허약한 선발 투수진의 약점을 불펜진 활용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 실제 양적으로 질적으로 롯데 불펜진은 경쟁력이 있다. 

우선 마무리 손승락이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 시즌 다소 기복이 있고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손승락은 1,2이닝을 막아내는 능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상이 없고 구위는 여전하다. 지난 시즌 컷패스트볼 위주의 투구 패턴에서 구종을 추가하면서 부진에서 탈출했던 경험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그에게 동기부여 요인이다. 베테랑들이 홀대받는 현실이지만, 마무리 투수로서 능력을 유지한다면 상당한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를 뒷받침하는 불펜진도 강하다. 필승 불펜진을 구성할 것으로 보이는 구승민, 오현택, 진명호가 큰 무리 없이 시즌을 준비 중이다. 구승민은 지난 시즌 군 제대 후 첫 시즌임에도 후반기 불펜진의 핵심으로 큰 역할을 했다. 퓨처스 리그에서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이력이 결코 거품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구위나 제구, 변화구 구사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2년 차 징크스만 없다면 불펜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다.

오현택은 지난 시즌 2차 드래프트 성공의 기록을 만들었다. 두산의 주축 불펜 투수에서 부상 재활이 길어지면서 2차 드래프트의 대상이 됐던 오현택이었지만, 롯데에서 완벽하게 재기했다. 사이드암 투수로서 좌타자 상대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반기 구위가 살아있을 때는 그마저도 문제가 없었다. 관리가 잘 이루어진다면 올 시즌도 경기 후반 그의 모습을 자주 볼 가능성이 크다. 

진명호는 전반기 그의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지만, 후반기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 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진명호는 자신에 맞는 옷을 입었다. 그의 강력한 구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불펜 투수로서 시즌을 준비한 만큼 올 시즌이 더 기대된다. 

이들 3인 외에 롯데는 멀티 이닝 소화가 가능한 이인복, 박시영, 윤길현에 부활을 모색하고 있는 배장호 등이 ㅇ1군 엔트리 경쟁 중이고 약점이 좌완 불펜진은 베테랑 고효준에 시범경기 내용이 좋은 차재용, 삼성에서 팀을 옮긴 박근홍이 1군 진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상대적으로 좌완 불펜진이 아쉽지만, 후보군이 늘었다는 건 긍정적이다. 

이 밖에도 강속구를 자랑하는 신인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에 선발 투수 진입 경쟁 중인 정성종, 김건국에 베테랑 송승준도 불펜진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불펜 자원이었던 장시환을 선발 투수로 전화시키고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유지하고 있는 롯데 불펜진이다. 롯데는 이를 바탕으로 1+1 마운드 운영 전략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긍정요소가 많은 불펜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단연 구승민이다. 구승민은 앞서 언급한 대로 지난 시즌 길었던 무명의 시간을 끝냈다. 힘으로 타자들과 상대할 수 있는 불펜 투수를 갈망했던 롯데 팬들에게 구승민은 시원함을 안겨주는 투수였다. 150킬로에 이르는 직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의 조합은 많은 탈삼진과 연결됐다. 약점인 제구도 크게 향상되면서 투수의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경기 운영 능력도 발전했다. 

지난 시즌 활약으로 구승민은 지금은 은퇴한 레전드 이승엽에게 통산 400호 홈런을 허용했던 무명의 투수의 이름표를 완전히 지워냈다. 이제는 구승민이 없는 롯데 불펜진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올 시즌 구승민은 마무리 손승락 앞을 책임지는 셋업맨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시즌 70이닝 이상의 많은 이닝 소화는 불안요소다. 풀 타임 첫 시즌이었던 만큼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경쟁의 과정에서 구승민은 무리한 투구를 했었다. 그 때문에 구위 저하에 따른 장타 허용률이 급격히 올라가기도 했다. 

올 시즌 롯데는 구승민을 특별 관리하며 페이스를 조절했다. 주무기 포크볼 사용도 연습경기 기간 자제토록 했다. 이런 관리를 통해 구승민은 시즌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시범경기 초반 불안했던 투구도 본 궤도로 올라선 모습이다. 

현재로서는 구승민의 이닝을 7회 또는 8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마무리 손승락을 대신한 역할도 언제든 맞을 가능성이 크다. 손승락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시즌 중 그가 흔들린다면 구승민은 그 대안으로 충분한 역량이 있다. 앞으로 그가 경험을 더 쌓은다면 손승락에 이어 팀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는  후보 1순위다. 

구승민은 현재의 롯데 불펜은 물론이고 미래의 불펜까지 책임져야 하는 위치다. 이제 30살로 접어는 나이도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이유다. 긴 무명생활을 겪었던 만큼 상당한 절실함도 있다. 다만, 이에 따른 의욕 과잉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투수 운영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양상문 롯데 감독의 관리를 받는다는 점은 구승민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2019시즌 구승민이 롯데 불펜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그의 발전된 모습을 지키 보는 건 롯데 팬들에게 큰 즐거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