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월 롯데와 kt의 주말 3연전 2번째 경기를 앞두고 한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다. 과거 롯데와 KT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김사율이 그 주인공이었다. 김사율은 1999년 롯데에 입단한 이후 롯데에서 2014시즌까지 선수 이력을 쌓았고 2015시즌 FA 계약으로 kt로 팀을 옮긴 이후 2018 시즌까지 1군 마운드에 올랐다.
무려 18년의 세월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수 이력은 화려함과 거리가 있었다. 통산 500경기에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은 방어율 5.11에 26승 48패 65세이브 23홀드를 기록했다. 500경기에 출전했다는 것 외에는 평범 이하의 기록이라 해도 될 정도다.
김사율은 1999시즌 입단 당시만 해도 상당한 유망주였다, 지명 순위도 2차 1라운드 1순위로 아주 높았다. 하지만 프로에서 김사율은 승보다 패가 더 많이 쌓이는 투수였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일이 일상이었다. 군 복무로 인한 2년간의 공백도 있었다. 보통의 선수라면 빠른 은퇴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그저 그런 선수였던 김사율은 입단 후 10년이 넘어 점점 그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0시즌 주로 불펜 투수로 52경기 등판하며 롯데 불펜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시기는 마침 롯데가 로이스터 감독 체제하에서 노피어 야구로 성적과 인기를 모두 얻었던 시기였다. 2010 시즌 이후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떠났지만, 그의 전성기는 그때부터였다.
2011시즌 김사율은 마무리 투수로 자리하며 20세이브를 기록했고 2012시즌은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2승 3패 34세이브 방어율 2.98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긴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이후 결과물이었다. 강속구는 아니지만, 다양한 구종과 제구를 바탕으로 김사율은 전통적으로 마무리 투수가 약한 롯데의 마무리 투수로 팀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11시즌과 2012시즌은 롯데가 양승호 감독 체제하에서 강력한 불펜진을 구성하며 상위권 팀으로 자리했던 시기였다. 그 시기 김사율은 롯데에서 분명 돋보이는 투수였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시즌에 많은 역량을 쏟아부었던 탓인지 김사율은 2013시즌부터 내림세를 보였다. 김사율은 내림세를 반등시키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롯데 불펜진에서 그의 입지도 줄어들었다. 2013, 2014시즌의 김사율은 2011, 2012시즌의 김사율과 차이가 컸다. 나이에 따른 노쇠화가 뚜렷해 보였다. 2014시즌을 마치고 그가 FA 신청을 했을 때 그의 계약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했다. 30대 중반의 전성기를 넘어선 불펜 투수의 설자리는 없어 보였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당시 신생팀으로 FA 선수 영입에 보상 선수 규정에 예외가 있었던 KT와 김사율이 연결됐다. KT는 가성비를 FA 영입에서 있어 중요한 정책으로 삼았고 가능하면 다수의 선수를 영입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김사율을 비롯해 박기혁, 박경수 등의 FA 선수들의 KT와 계약했다. 최근 흐름이라면 FA 미아가 되거나 원 소속팀과 계약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길 테지만, 김사율은 달랐다. 그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이는 그가 1999시즌 이후 포기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기도 했다.
KT는 김사율의 풍부한 경험이 신생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KT에서 4년간 김사율의 성적은 KT의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사율은 젊은 선수들에 밀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KT에서도 김사율은 점점 전력에서 멀어져 갔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김사율은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잊힌 선수로 남을 김사율에게 KT는 은퇴식이라는 선물을 준비했다. 스타 선수들도 쉽게 은퇴식을 하지 힘든 현실에서 KT의 김사율에 대한 은퇴식은 이례적이었다. 그가 KT에서 뛰어난 성과를 남긴 것도 아니었고 KT의 코치진에 합류한 것도 아니었지만, KT는 팀 창단 시기와 함께 했던 베테랑을 그대로 떠나보내지 않았다. 김사율은 그가 프로 선수 생활을 했던 롯데와 KT의 경기에서 야구 선수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김사율은 결코 스타 선수가 아니었다. 그의 이름을 알렸던 시기도 한정적이다. 김사율은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1군과 2군을 오가며 생존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다. 비록, 그가 남긴 결과물들이 부족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롯데의 마지막 황금기라 할 수 있는 2012시즌 김사율이 달성한 34세이브는 롯데 팬들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다. 최근 롯데의 부진과 함께 한때 롯데의 마무리로 활약했던 김사율의 KT 선수로서의 은퇴식은 롯데 팬들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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