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즌을 위한 팀 개편을 진행 중인 롯데가 외국인 지도자를 2군 감독으로 임명하며 육성 시스템에도 큰 변화를 예고했다. 롯데는 1군 감독 후보로 거론되었던 KBO 리그 선수 출신 서튼을 퓨처스 팀 감독으로 영입했다. 롯데는 수년간 퓨처스 팀에서 타격 코치로 활약한 프랑코와 올 시즌 후반기 투수 부분 코디네이터로 영입한 아로요까지 3명의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했다. 아로요 코치는 1, 2군을 오가는 역할이지만, 그 중심은 2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시즌 롯데의 퓨처스 팀은 외국인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는 이를 통해 선진화된 육성 시스템을 접목하고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선수 육성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외국인 코치진의 영입과 함께 최신 장비 도입과 시설 개선 등 실질적인 지원책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이면서도 불가피한 변화이기도 했다.
롯데는 수년간 다수의 FA 선수를 영입했지만, 전력 강화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 영입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면서 포지션 중복의 문제를 발생시켰다. 한 마디로 비효율적 투자였다. 이를 보완할 내부 육성을 통한 선수 수급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롯데 1군 선수 구성에서 젊은 선수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 3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포수진은 강민호의 FA 이적으로 강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지만, 지난 2년간 팀의 큰 약점으로 자리했다. 올 시즌 세대교체 시도가 있었지만,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기존 베테랑들을 밀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마운드 역시 박세웅, 김원중 두 영건이 부상과 부진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다수의 젊은 투수들의 기량이 정체되면서 신구의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올 시즌 롯데는 마운드는 노쇠화가 뚜렷했던 마무리 손승락을 대체할 투수가 나오지 않았고 30대 후반의 고효준이 좌완 불펜진을 홀로 담당했다.
이로 인해 롯데는 주전 선수의 부상과 부진에도 이를 대체할 카드 부재로 고심해야 했다. 이는 팀 내부 경쟁 저하에 따른 선수들의 안이함을 불러왔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이는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상위권 팀들이 언제든 주전들을 위협할 수 있는 백업들의 존재를 통해 선수단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팀 전력을 강화시킨 것과 대조적인 롯데의 모습이었다.
이에 롯데의 부실한 육성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은 곳곳에서 나왔다. 다수의 상위 픽 신인들은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육성에 공을 들인 신인들도 그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최근 롯데가 내부 육성을 통해 1군에 자리 잡게 한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특급 신인이라 기대했던 윤성빈은 기량 발전이 더디기만 하고 긴 기다림 끝에 1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김원중은 기복이 심한 투구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동원, 염종석에 이어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박세웅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투수다.
야수진에서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손아섭과 전준우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선수들이고 내야수 신본기도 30대 선수다. 롯데는 올 시즌 2군에서 다수의 선수들을 콜업했지만, 주전들을 위협할 선수는 없었다. 그나마 강로한, 허일, 고승민 등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말 그대로 가능성일 뿐이었다. 그나마 백업으로 역할을 해주는 김동한, 김문호 등은 이미 30대 선수들이다. 롯데의 육성 시스템이 전력에 큰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올 시즌이었다.
롯데는 프런트 개편과 동시에 육성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개선하려 하고 있다. 분명 옳은 방향이다. 외국인 코치진이 대거 영입은 기존의 육성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상징하는 일이다. 이미 키움은 메이저리그식 육성 시스템을 통해 다수의 유망주들을 1군 전력으로 만들었다. 롯데가 그리는 그림은 키움과 같다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력이다. 육성 시스템의 정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롯데는 서튼 2군 감독과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기에 신임 단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와 그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까지는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롯데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와 함께 롯데의 외국인 코치진과 해외파 프런트진이 결합한 육성 시스템은 일단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건 분명하다. 롯데의 육성 강화 움직임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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