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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의 무서운 기세를 비룡들은 막을 수 없었다. 2019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승부는 단 3경기로 승자가 가려졌다. 키움 히어로즈는 10월 17일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투. 타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10 : 1로 완승했다. 이 승리로 키움은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키움은 히어로즈라는 구단 이름으로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시리즈에 진출과 함께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SK는 3차전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나면서 가을야구 무대에서 퇴장하게 됐다. SK는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외국인 투수 소사가 초반 무너졌고 조기 가동한 필승 불펜진 김태훈, 정영일도 실점을 막지 못하면서 초반 대량 실점했고 타선마저 부진했다. 

SK는 키움의 좌완 선발 요키시를 대비해 2차전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었던 좌타자 한동민을 선발 제외하고 우타자를 대거 기용하는 타선 변화를 시도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좌타자 노수광이 3안타로 분전했다. SK는 믿었던 거포 최정이  시리즈 무안타의 극심한 부진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고 최정과 함께 대형 FA 계약으로 팀에 잔류한 포수 이재원도 1할에 못 미치는 타격 부진을 보였다. SK는 외국인 타자 로맥이 중심 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주었지만, 팀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로서는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이런 현실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시즌 초반부터 절대 1강으로 자리하며 정규리그 선두를 유지했던 SK였다. SK는 안정한 투. 타 조화와 두꺼운 선수층, 적절한 외국인 선수 교체 등으로 전력 약화를 막으며 순항했다. 8월까지 프로야구 순위 경쟁에서 1위 경쟁은 이슈가 아니었다. SK는 성적과 함께 마케팅 면에서도 성공하며 성적과 흥행을 모두 잡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9월 들어 SK는 팀 전체가 극심한 부진에 빠져들었다. 경쟁 없는 1위 유지가 길어진 데 따른 피로감과 방심도 있었겠지만, 한 번 떨어진 흐름을 회복하지 못했다. SK는 시즌 후반기 한국시리즈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팀을 운영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2위권과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었고 시즌 막바지 박빙의 경쟁 속으로 빠져들었다. 

SK는 뒤늦게 페이스를 되찾는 모습을 보였지만, 두산의 저력에 밀리며 정규 시즌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SK는 두산과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 열세로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다. SK로서는 큰 상실감을 안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정규리그 우승 실패의 충격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었다. 

SK는 지난해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던 기억을 재현하고자 했지만, 지난해와 올해의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는 일찌감치 2위를 확정하고 플레이오프에 맞혀 포스트시즌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선수들로서는 변화된 흐름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상황에서 플레이오프 초반 승부가 중요했지만, 1차전 연장전 패배에 이어 2차전 타격전에서도 밀리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반대로 키움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력이 최고조에 올라왔고 투. 타에서 전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지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계속된 승리로 시리즈 분위기를 가져온 키움은 SK에게 반격의 가능성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SK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6할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고도 정규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한국시리즈에도 진출하지 못한 비운의 팀으로 남게 됐다. 특히, 플레이오프 스윕패는 올 시즌 그들의 이뤄냈던 성과들을 모두 신기루처럼 만들 수 있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올 시즌 SK를 강팀으로 이끌었던 강력한 선발 마운드는 1차전 선발 김광현을 제외하면 투구 내용이 모두 실망스러웠다. 불펜진 역시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3차전에서는 계속된 등판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모든 불펜 투수들을 가동하며 상대 공격 흐름을 끊고 체력 안배까지 성공한 키움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타선도 앞서 언급한 중심 선수들의 부진했고 베테랑들의 역할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단기전에서 필요한 벤치의 역량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키움에게 밀리는 SK의 플레이오프였다. 

SK에게는 2019시즌이 너무나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마치 마라톤에서 마지막 1~2킬로는 남기도 추월을 허용한 느낌이다. 지금 SK는 그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2019시즌을 끝내고 말았다. SK는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이었지만, 그들의 기억에 2019년은 실패한 시즌으로 남게 됐다. 

사진 :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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