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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생존이다. 프로 구단들의 씀씀이가 점점 줄어들고 효율적인 구단 운영 방침이 대세로 자리하면서 가능한 많은 선수들을 안고 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 경쟁력이 있지만, 비용 대비 효율성을 고려해 전력 외로 분류되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30대를 넘긴 베테랑 선수들은 자신의 의지가 상관없이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과거 팀 공헌도와 팀 내 영향력 등은 이제 선수 평가에 있어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팀의 레전드라도 현재의 팀 운영에 도움이 안 되면 정리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 때문에 베테랑 선수들의 FA 시장에서 A급 아니라면 차갑기만 한 가치 평가의 현실에 직면해야 하고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나마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에도 FA 계약을 할 수 있고 2차 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것마저  안되면 방출 선수로 원점에서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한다. 올 시즌 대부분 구단이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고 육성 강화를 내세우면서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는 훨씬 더 줄어들었다.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상당수 방출 선수 명단에 포함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원하지 않게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지만, 마지막까지 현역 선수로의 희망을 잃을 수 없다. 단지 나니가 많다는 이유로 전력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그들은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랭하기만 한 현실에 베테랑들은 전보다 훨씬 떨어지는 조건에도 경기에 나설 수 있기를 소망하며 자신을 알리고 타 구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과거 삼성의 정규리그 5년 연속 우승의 주역이었던 좌완 투수 장원삼도 그중 한 명이다. 장원삼은 삼성의 에이스로 삼성의 우승 이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다. 2012시즌에는 시즌 17승으로 다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고액의 FA 계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한껏 높인 적도 있었다. 장원삼은 강력한 구위로 승부하는 투구는 아니었지만, 뛰어난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과 이닝 소화능력과 꾸준함을 갖춘 전형적인 선발 투수였다. 이렇다 할 구설수도 없었고 모범적이 선수 생활을 했던 장원삼이었다. 

하지만 2015시즌 10승 달성 이후 장원삼은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구위 저하가 뚜렷했고 선발 투수에 중요한 덕목이 이닝 소화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팀은 물론이고 그도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기량 저하였다. 에이징 커브가 급격히 찾아왔다. 장원삼의 팀 내 비중도 급격히 줄었다. 2016 시즌 이후 장원삼은 1군과 2군을 오가야 했고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로도 그 모습을 자주 봐야 했다. 

이렇게 존재감이 떨어진 장원삼과 삼성의 이별은 필연적이었다. 2018 시즌 이후 삼성은 장원삼과 더는 계약하지 않았다. 2010시즌 이후 삼성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던 장원삼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하지만 장원삼을 포기하지 않았고 LG가 그의 손을 잡았다. 삼성이 왕조체제를 구축하던 시절 함께했던 류중일 감독과의 인년도 작용했다. 

장원삼의 풍부한 경험과 넓은 잠실 홈구장의 이점은 그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장원삼은 1군에서 8경기 등판에 머물렀고 2패만을 기록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더 많아진 나이와 성과 없는 시즌은 그와 LG의 인연을 1시즌만에 끝나게 했다. 이제는 그의 현역 선수 생활도 끝날 것 같았다. 

여기서 반전의 가능성이 나타났다. 경험 있는 선발 투수 자원을 찾던 롯데와 장원삼이 연결됐다. 롯데는 시즌 후 평가전에서 그의 기량을 테스트하고자 했고 장원삼은 이에 응했다. 구위는 크게 떨어져 있었지만, 장원삼은 충분히 투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롯데와 장원삼의 계약은 바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지만,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사이 롯데는 다수의 선수를 방출했다. 그중에는 상당수 베테랑도 포함됐다. 육성 시스템 강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롯데의 방향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장원삼의 롯데 영입도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최근 뉴스는 장원삼이 롯데 입단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롯데는 선발 투수진에 노경은 외에 경험 많은 투수를 필요로 했다. 우완 노경은에 좌완 장원삼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장원삼이 구위는 떨어졌지만, 그의 경험과 경기 운영 능력은 아직 살아있다. 특별한 부상도 없다. 장원삼 역시 현역 연장의 의지가 강했다. 롯데는 장원삼이 풀타임을 소화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 레이스에서 선발 마운드가 부상 등으로 로테이션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지원군 역할이 그의 몫이다. 강한 구위로 승부할 수 없는 그가 불펜 투수로 나서기는 부담이 있다. 롯데는 올 시즌 두산에서 불펜진에 경험을 더해준 배영수나 권혁의 역할을 장원삼에게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원삼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보험용 영입이라 할 수 있다. 장원삼으로서는 1군 등판 기회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2군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그가 또 한 번의 방출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현역 선수 생활 연장도 어려워질 수 있다. 장원삼으로서는 현역 선수로서 그 끈을 이어가지 위한 치열한 경쟁과 투쟁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2006년 지금은 사라진 현대유니콘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장원삼은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은퇴를 하기 위한 마지막 여정을 시작하는 셈이다. 물론, 그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세월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고 열정만으로 그것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장원삼은 그래도 행운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베테랑들의 오프시즌은 차갑고 쓸쓸하기만 하다. 장원삼이 마지막 불꽃을 어떻게 불태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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